나는 정말 잘 살고 싶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상은 아름답기에

by 당신의 이웃



잘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자주 살고 싶은 삶에 대해 생각을 한다. 좋은 의자, 좋은 음식, 좋은 그릇, 좋은 집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보다는 내가 살아가고픈 삶의 방향, 내가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 같다. 류마티스가 내 삶에 끼어들어 오면서는 그보다 한참 후의 삶, 나 다음으로 이어가야 하는 삶들에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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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이 그렇듯이 다 각자의 사정과 이유로 결혼과 출산이 선택이 되었듯 나도 그 기로에 서서 어떤 삶을 사는 것이 내가, 우리가 더 행복한 삶일지를 고민했었는데 내 건강상태로 인해 한 걸음 더 밀쳐진 기분이 든다. 나보다 큰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 인생에 굴러들어 와 박힌 돌은 이것이니까 내 앞에 박혀있는 이 돌이 무엇보다 크게 보이니까. 그동안은 이정표 없던 갈래길들의 앞에 서 있었다면, 지금은 삶의 여러 갈래들 앞에 찍힌 점이 보이는 듯하다.


나도 친구들이 중요하고, 내 일이,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더 사랑했던 20대가 있었다. 내 20대는 내 마음대로 정한 삼재처럼 사춘기처럼 폭풍이 휘몰아치듯 지나갔다. 늦게 온 사춘기처럼 내가 누군지 찾아야 했고 세상은 그런 나에게 다정하지 못했다. 행복을 찾기 위해 한국을 떠나 지냈던 어느 날, 어떤 노래도 귀에 꽂지 않고 바람소리만 들어도 충분했던 여유를 찾은 날에 나는 문득 '나는 나의 가족이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살고 싶은 집에서 내가 먹고 싶은 것만 사서 누구의 방해를 받지 않고 내 삶을 온전히 살아가게 되고 나서야 비로소 들었던 생각이 가족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라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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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에서 살 때보다 한국 밖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내과에서 주기적으로 피검사를 하고 mtx(면역억제제)도 먹어줘야 삶이 안정되는 사람이다.


막연하게 아, 언젠가는 다시 해외로 나가야지, 나가서 살아야지 라는 생각으로 꿈을 꾸었던 나는 이제 한국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의 안개로 나를 가두었다. 어느 순간 '진짜 그래? 너무 빨리 포기한 건 아니야?'라는 마음이 고개를 들 때까지는 한동안 그림이 손에 잡히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지금 만나는 사람과의 삶을 꿈꾸기에 한국에서 자리 잡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지만 그래도 긴 여행은, 내 건강이 허락하는 선에서의 활동적인 삶은 욕심내도 되지 않을까?


아프기 전에, 마음에 한가득 사랑을 안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동갑인 동료와 출산에 대해서 아주 잠깐 스쳐가는 이야기를 나눈 것이 떠오른다. 그 사람은 딩크부부로 살고 있고, 이 불안한 세상에서 행복하게 아이를 기를 자신이 없다고 했다. 아이를 갖고 싶다고 웃으며 말하는 내가 이 사회에서 불편한 구석이 하나도 없는 납작한 사람으로 보였으리라 생각이 들었지만 교정하지 않았다. 그 사람과의 인연은 그렇게 스쳐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상은 아름답기에.

보석처럼 품고 내보이지 않았던 이 말 한마디가 내 모든 삶의 순간을 관통하고 줄기처럼 뻗어나간다.

세상은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나는 자주 실망하지만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이 한 문장이 나를 살아가게 하고, 나를 더 잘 살 수 있게 한다.


비록 삶의 경로를 틀어야 했고, 아이를 갖게 된다면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세상은 아름답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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