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미안해요

흔들리지 말고 사랑해 줘

by 당신의 이웃

우리는 애틋한 반장거리 커플이기 때문에 만나면 포옹과 귀여운 뽀뽀가 바쁘게 쏟아지고 나서야 안부를 묻는다. 그러나 오늘은 내가 받은 진단에 대해 말하기로 한 날이니 여느 때처럼 포근하게 안아주는 그의 손을 이끌어 자리에 앉게 했다. 느닷없이 할 얘기가 있다는 내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그래그래 하면서 나에게 맞춰주는 남자친구에게 조근조근 이야기를 풀어갔다.


내가 그동안 손목도 아프고 발목도 아프고 그랬잖아.

계속 잘 안 낫고 운동 조금만 해도 아프고 그랬잖아.

내과를 가서 검사를 했는데 류마티스 보유인자가 높다고 나왔대.

병이 커지지 않게 관리 잘해야 한대. 나는 다행히 합병증은 없고 임신도 할 수 있대.

엄청 힘든 일 하지 않고 관리 잘하면 정상생활 할 수 있고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고

검색하면 나오는 무서운 사진들처럼의 관절 변형도 요즘은 그렇게 오지 않는다고

구구절절하게 설명을 했다.


이때가 만난 지 반년쯤 되었을 때였는데..

아직도 천천히 얘기를 풀어가는 나를 보던 남자친구의 눈빛이 '내가 내과에 다녀왔다'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순수한 걱정으로 바뀌던 게 기억이 난다. 진단명에 대해서 말하기도 전에 '아 이 사람이 내가 아프다고 마음이 변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놀랐겠다며 자기는 또 무슨 큰 병인줄 알았다면서

말을 마친 나에게 남자친구는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이 나를 쓰다듬어주고 다독여주었다.


사람은 누구나 어딘가 조금씩 아프다면서

자기도 당뇨나 고지혈증일 확률이 높다고

그런 병이 더 위험하지 관절염은 걱정하지 말라고

부모님은 뭐라셨냐며 안아주고..

그동안 고민했던 게 눈 녹듯이 사라진 것 같아서


Untitled_Artwork 262.png "아파서 미안해요"


'아파서 미안해요'라고 말하고 옆으로 웅크리고 누워서 조금 울었다.

여보는 직업 선택을 잘한 것 같다면서 농담도 해주고

뭐가 미안하냐며 다정하게 다독여주는 게 너무 고마웠다.


나와 애정 담긴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를 배웅하고

정말 사랑하고 믿는 사람이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변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런 불안한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이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사랑한다는 말을 넘치게 주어 내 마음을 다독여줬다.


오늘 받았던 사랑이 내일도 모레도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흔들리지 말고 사랑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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