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남은 이

by 선심화

사람은 온갖 기억들을 저장하지만 창고가 비어지는 망각으로 인해 살 수 있다고 한다

애써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내 생각대로 잊혀지던가

아픈 시간이 지나고 최소한 물리적 조건이 다 지나가야 잊혀지더라


지난 삶을 다 기억한다면 내 창고는 진즉 터졌을거다


그럼에도 망각되지 않는 그리운 이

우리 현숙이


창살 너머 겨울햇살을 보며 문득 그녀가 생각난다

'언니 퇴직했구나' 하고 살포시 미소지어줄

그리운 이다


참 고운 후배였다

폐암으로 한동안 고생하며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마지막 만났던 병원에서 살고싶다고 눈물흘리던 이쁜 후배가 간혹 떠오른다


곁에 있다면 뭐라고 했을까

그 후배의 아이들도 성인이 훌쩍 지났을텐데...

그립다


간혹 비슷한 생김의 사람을 지나칠떄면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다

혹시 다시 태어난건가

그만큼 그립다


남양주 어딘가 새집을 장만해 가본적이 있다

집안 구석구석 먼지한톨 없이 깨끗하게 치우고 살던 후배다

어린 애 들쳐업고 어린이집 보내고 그 먼거리를 출퇴근하면서

조용하고 차분한 미소로 사람들을 대하던 그런 후배였다


그 친구가 떠나기 얼마전

김장김치 한통 선물에 마음이 쓰였던지

새빨간 코트와 두툼한 티셔츠를 사서 집앞에 왔다

한동안 그 옷 두벌을 서랍장에 고이 간직했다

새빨간 코트는 기분이 우울한 날 그 후배를 생각하며 서너번 입고

두툼한 티셔츠는 까끌거려 한번도 입어보지 못했다


눈물이 나려한다

그리운 이

현숙이가 그립다 참 고운 후배였다 보고싶다

남들은 나를 T라고 한다


26.1.6. 손택수 시인의 잊는 일(시)를 읽고 나서 그녀가 생각나서 긁적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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