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도, 새벽배송도 사람 손길 없이는 안된다.

‘오늘은 바지락 수제비 한번 제대로 만들어 봐야겠다’

by 선심화

일요일 아침(8일), 문자 한 통이 온다. ‘새벽 배송이 완료되었습니다’


쿠팡에서 문 앞에 상품이 도착했다는 문자다. 동생이 어제 주문을 한 모양이다. 14살 차이 나는 막내 남동생이 결혼해 지척에 살고 있어 주말이면 어린 아가를 데리고 점심 전 방문해 저녁 시간 전에 집으로 돌아간다. 매주 집으로 와 점심을 먹으니 미안했던 지 이번 주는 본인이 식자재를 주문하겠다고 했다.


집 근처 10분 거리에 큰 재래시장이 있어 나는 식자재만큼은 배달을 시키지 않는다. 직접 가서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시장만이 갖는 특별한 소음, 그 소음을 즐긴다. 이른 아침, 도매시장에 가서 물건을 떼다 팔 테니 그들의 고단함과 정이 전달되는 현장이다. 얼마 전 시장에 갔을 때 10여 명이 줄을 서 있어 뭔가 하고 보니 두부가 나오는 시간이다. 직접 만드는 손두부 나오는 시간에는 늘 그렇게 줄을 서 주인장이 손두부 한판을 칼로 자르는 걸 보며 한 모씩 사서 간다. 두 사람이 편히 걸어가기엔 좁은 시장 골목, 오가는 사람들의 고개는 앞이 아니라 대부분 옆을 보며 지나간다.


어제는 시장에 계란을 사러 나갔는데 내가 가는 재래시장엔 계란 무인점포가 있다. 처음에 무인점포를 보고 신기하고 놀랐었다. 재래시장에도 이제 무인점포가 들어오는구나…. 그런데 막상 사용해 보니 편리하다. 키오스크로 카드 결제를 해도 되고, 온누리상품권 QR코드 결제도 가능하다. 전통시장을 가서도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편리하고 간편하게 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아빠와 같이 계란을 사러 온 초등학생이 결제를 본인이 한다며 아빠 핸드폰을 받아 QR을 찍고 계산하는 걸 보면서 ‘저 친구는 커서도 재래시장의 북적함을 잊지 않고 찾겠다….’ 싶어 내심 반가웠다. 아빠와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니 매번 여기 와 계란을 사고 시장을 봐서 집으로 가는 거 같았다.


시골에 계신 친정엄마가 매번 5일장이 열리면 특별히 살 게 없어도 시장 한 바퀴 돌고 온다며 나가시는 걸 나도 이제 비슷하게 하고 있다. 퇴직하고 나선 시간이 넉넉하니 시장에서 머무는 시간도 길어졌다. 호박 하나 사러 가도 시장 처음부터 끝까지 다 훑어야 시장을 다녀온 거 같은 기분이 드는 걸 보니 말이다.


오늘 동생이 먹고 싶은 건 ‘바지락 수제비’다. 새벽 배송해 온 식자재가 바지락과 대기업에서 만든 수제비인 걸 보니 말이다. 아침에 도착한 식자재를 보면 본인이 먹고 싶은 게 뭔지 알 거라며 굳이 알려주지 않더니 문자를 받고 현관에 나가보니 아이스박스가 3개와 새벽 배송 쿠팡 가방이 있다.

‘아니, 대체 뭘 시킨 거야….’

흰 아이스박스 위를 보니 바지락 세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수제비구먼….’ 바지락이 1kg씩 3박스 그러니 3kg을 시킨 거다. 살림을 살지 않으니, 수제비에 바지락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모르고 이만큼이나 시킨 거다.

박스를 열어보고 내 눈이 휘둥그레 커진다. 늘 재래시장에 들러 구입해 검은 봉지에 담아오던 바지락이 이렇게 이쁘게, 곱게 포장되어 아이스박스 안에 있는 거다. 이게 오늘 새벽에 집까지 오려면 내가 자던 밤사이 바지락이 어떻게 이동했을까, 이렇게 포장되어 현관문 앞까지 오기까지 거쳐 간 손길들을 생각하면서 자고 일어나 편히 물건을 받는 기분이 깔끔하지만은 않았다. 모르는 누군가의 수고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직장을 다닐 때 주변에 젊은 여직원들이 시장 볼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새벽 배송을 시킨다며 너무 편리하고 좋다고, 새벽 배송 없이는 뭘 할 수 없다고 할 때도 동요되지 않고 꿋꿋이 재래시장을 이용했는데, 그 이유는 편리함도 좋지만, 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람 사는 것 같은 분위기 때문이었다.


상황에 따라, 필요에 따라 식자재를 구입하는 곳이 재래시장이 될수도 새벽배송을 선택할 수도 있다. 어떤 방향으로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지,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문제는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소중한 삶의 모습이자 방식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하는 건 재래시장도, 새벽 배송도 사람의 손길이 없이는 안된다는 거다. 우리의 이웃이 새벽잠을 거르고 물건을 떼오는 노고와 밤을 가르며 문 앞까지 배송해 주는 사람 손길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쁘고 곱게 포장돼 온 바지락을 집 앞까지 빠르게 가져다 주신 분들의 수고에 만족할 만한 ‘바지락 수제비’ 한 그릇...솜씨를 뽐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