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초보의 좌충우돌

‘‘난잡’과‘난삽’...차이.. 글자 한끝이 주는 큰 의미...‘

by 선심화

나는 글쓰기 생초보다. 퇴직을 앞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작성하면서 목록에 글써보기를 추가했다.

‘정기적으로 도서관가기, 서점가서 맘껏 책 아이쇼핑, 지겨울때까지 쉬어보기, 까페가서 멍때려보기....글써보기....’


글쓰기가 왜 좋은지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좋다. 나의 감정과 마음을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 보다 글로 남긴다는 게 매력적이랄까, 한참 시간 흘러도 글을 통해 다시 감정을 소집할 수 있다는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그게 이유다.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뭔가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여기저기 인터넷을 뒤지고 정보를 수집하던 중 ‘오마이뉴스-사는이야기’코너를 찾았다.

‘음..이게 가능할까? 나는 생초보인데....’

시험대에 첫 글(정년 4년 남기고 퇴직,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을 보냈다. 나의 지난 세월을 사람이 아닌 글로 써 글로 읽어 줄 누군가에게 보내는 마음으로... 연락이 왔다. 깜짝 놀랐다. 보이스피싱인줄....

그렇게 글쓰기 창구를 찾고 때론 송고를, 또 한편으론 한글파일에 나의 글을 차곡차곡 쓰고 있다.

슬슬 생나무글이 쌓인다. 생나무글을 보는게 처음엔 무척 불편했다. 첫 생나무글을 본 순간 자동반사로 불쑥 머리에서 분석기가 돌아간다.

(여기서 생나무글이란, 오마이뉴스에 송고한 글이 미채택되면 생나무로 분류된다)


‘왜? 뭐가 문제지? 잘 썼는데? 이유가 뭐지!......’

사무직으로 근무하던 나는 늘 공문을 생산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불만 민원글에 답을 하면서 글자를 접했다. 특히 조직의 최고 결정권자에게 가는 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모든 신경이 오타를 찾는 눈과 내용을 정리하는 머리로 몰린다. 자칫 대충 만들어 가서 깨지는 날은 몇날 며칠 속앓이에 원상회복하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번은 우리 조직의 수장에게 보고를 하던 중

‘아니 이게 뭡니까....이거 보고서가 난잡해서 볼 수가 없습니다..’ 더 거친 말들로 현타가 왔다.

어떻게 그 방을 나왔는지 모른다. 며칠을 고심하고 작성한 보고서였다. 사무실로 돌아와 내 자리에서 정신을 차리고 정리를 해보면서 화가 나기 시작한다.

‘아니 지금까지 같은 방식으로 계속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갑자기 난잡이라니...’

마침 수장과 가까운 과장을 만나게 되어 불만을 전달했다. 우리 부서에서 올라간 보고서를 보고 ‘난잡하다’고 했다. 부서장으로 나는 납득할 수 없기에 앞으로 대면 보고는 자제할 거라며 애꿎은 동료 과장에서 화를 퍼부었다. 며칠 뒤 동료 과장이 잠시 보자길래 가보니 당시 수장인 상사가 썼던 단어가 ‘난잡’이 아니고 ‘난삽’이라는거다. 불편해 털어놓은 속내를 대신 전달 드렸던거다.

‘난삽? 난삽이라는 단어가 있어요? 잠시만요....’

바로 단어를 찾아보니 진짜 단어가 있다. 보고서의 내용이 매끄럽지 못하고 어렵고 까다로웠던 모양이다. 그제서야 ‘최고 높은 위치의 상사는 수많은 보고를 받을 테고 그 많은 업무들 중 우리 부서 일은 글자로 내용을 이해해야 하는데 너무 어려웠구나..’로 한차례 오해는 해피닝으로 끝났다.


내가 근무하던 조직에서 최고로 꼽던 보고서는 횡렬이 정확하고, 함축된 단어를 사용하고, 무엇보다 1페이지에 모든 걸 녹인 그런 보고서였다. 그렇게 배운대로 최선을 다해 만들었지만, 결국 ‘난삽’으로 정리되었다. 아무리 훌륭한 보고서도 보는 사람이 어렵고 내용 전달이 되지않으면 무용지물인 것이다. 그 뒤로 문서를 생산하거나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을 전면 수정했다. 문서를 받는 사람이, 보고를 받는 사람이 처음 봐도 알아보기 쉽고 이해하기 쉽도록 말이다.


글과 관련한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글쓰기가 좋기도 하지만, 결과에 대해선 예민하기도 했다. 생나무글을 보면서 바로 분석기가 돌아간 것이 어쩌면 지금까지 해오던 일과 연결된 고질병인 직업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나무글을 바로 회수해서 뚫어져라 보면서 분석 반복하기를 여러번 하면서 문득 알게 된 건 ‘직업병이다. 이건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도, 상사에게 보고하는 글이 아닌데...살면서 함께 나누고 싶은 순간을 기록하는 건데...’


그래 아직 퇴직하고 자유인이 된지 1달반밖에 안됬는데...직업병이 사라지려면 좀 기다리자...대신 ‘이 글은 다음에 내가 만들고 싶은 책 한켠에 잘 다듬어서 싣자.’ 그렇게 혼자 웃는 연습을 한다. 웃다보면 직업병도 사라지겠지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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