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준비된 삼겹살, 오늘 저녁 어때?
오늘 아침, 늦은 아침을 먹다가 아들과 대화가 시작됐다. 아들은 25살 청년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진학한 대학원을 1학기만 하고 휴학했다. 하고 싶은 게 있단다. 이미 부모의 동의가 필요 없는 어른이니 존중했다.
대화 주제는 세대 간 갈등이다. 아들은 1인 개발자이자 프리랜서다. 수입이 얼마인지 얼마나 버는지 나는 모른다. 처음에 아들의 생활 구조가 낯설고 어색해 갸우뚱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집과 도서관, 북카페를 노트북 하나 들고 다니면서 일을 한다는 거다. 9시 출근 6시 퇴근 직장 생활을 35년간 한 나로서는 참으로 의아했다.
대화가 시작되고 곧바로 아차! 했다. 예민한 주제인데…. 나와 아들이 모자지간이지만 32살 차이가 난다는 걸 잠시 잊었다. 자칫 감정으로 치달을 수도 있겠다 싶어 표나지 않게 숨을 골랐다.
아들이 묻는다.
“엄마는 지금 나라가 젊은 층에 뭘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정부도, 기성세대도 젊은 세대가 힘들다. 어렵다고 하는데 우리에게 제시하는 게 없어요”
“엄마 세대는 노력하면 집도 사고 충분히 먹고 살수 있었던 세대예요. 우리는 아니예요. 그런데 자꾸 희망을 품으라는 게 현실과 맞는 거예요?”
이 밖에도 여러 얘기가 오갔다. 국민연금을 우리 세대는 아예 받을 기대조차 못 한다. 특히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복지예산이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이라는 될 것은 자명하다고, 프리랜서로 여기저기 미팅 다니면서 겪은 경험담들도 쏟아내며 제도적 결함도 주저 없이 말한다. 더해서 정년 연장에 대한 나의 의견까지….
내가 그동안 몸담았던 직업의 특성상 “사회복지가 국가가 보장하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다”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지금은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아들의 질문이 베이비붐 세대인 나를 포함한 기성세대를 향한 날 선 공격으로 비쳐서 적잖이 당황했지만, 대화를 이어갔다. 정치적 해석은 내가 모르는 부분이니 솔직히 모르겠다고 얘기하고 시대적으로 열심히 일하면 주어진 기회였다는 것도, 알뜰히 모으면 집도 살 수 있었던 세월을 살았노라 차분히 인정했다.
억울한 부분이 없지 않다. 우리도 박터지는 경쟁을 겪어 입시를 치렀고, 구직을 위해 밤잠 설치고 마음 졸인 날들도 셀 수 없다. 굶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다. 내가 첫 직장을 다닐 1989년 당시는 이 나라에 복지시스템조차 없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내가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한 나이가 21살이다. 당시 고등학교 친구들 절반 이상은 취업전선에 이미 뛰어들었다.
지금도 기억난다. 우리를 보고 40년대생인 아버지세대뻘 되는 직장 상사들이 이렇게 말했다. ‘고생 안 한 세대라 건방지다고….’, 나이 들어 돌아보면 내가 모르는 전쟁을 겪은 세대니 이해라도 하지만, 그래도 사회 첫 발을 디뎠을 때는 그 말들이 아팠다.
그러나 내가 아들과의 대화를 잘 풀어야 하는 이유를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내가 마주했던 현실과 아들을 포함한 젊은이들이 마주한 현실이 다르다는 것, 거기에 더해 내가 받을 복지의 수혜가 그들의 짐이라는 것도 잘 안다.
우리 세대가 부모를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란다. 가슴 아픈 현실이면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아들과 긴 대화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아들아, 팍팍하고 어려운 거 잘 안다. 그럼에도 네가 하고 싶은 거 하고 다니는 거 보면서 기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뒤에서 엄마가 늘 응원한다는 건 잊지 말아. 가끔 좋아하는 삼겹살은 책임지고 구워줄게….”
“오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