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코집도 갔슴돠.
이태원에 Nathan이 좋아하는 바가 있다고 했다. 토요일 오후, 이태원에 같이 가자는 그의 말에 흔쾌히 오케이라고 대답했다.
서울에는 명동 빼고 아는 곳이 잘 없는 나였다. 이태원은 어떤 곳일까? 한 번도 가보지 않는 이태원에 Nathan과 간다니 설레었다.
그의 오피스텔이 있는 분당에서 이태원까지는 몇 번의 전철을 타고 또 전철을 몇 번이나 갈아탔다.
밀고 당겨서 여는 문위에 딸랑거리는 방울이 몇 개 달려 있었다. 딸랑거리는 문을 밀고 들어간 그곳, Nathan이 좋아하는 바. 은은한 조명아래 외국 사람들이 웃고 떠들고 있었다. 자유롭고 유쾌한 분위기에 나도 웃음이 났다.
레드불이니 보드카니 그런 걸 섞는 술을 마시는 곳.
술을 못 마시는 나였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았다. 미국에 가면 이런 분위기일까? 눈에 띄는 옷들로 자신의 개성을 뽐내는 사람들이 주변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고 마시고 이야기하는 곳.
가사를 이해할 수 없는 영어 음악이 흘러나왔다. 따뜻한 분위기. 나만 한국사람이지만, 따뜻한 분위기. 응원. 달라도 괜찮아. 틀려도 괜찮아. 나에게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거든. 그때. 그 이태원 바가.
Nathan 나에게 뭐라고 말을 했고 나는 늘 그런 것처럼 그의 말을 100% 알아듣지 못했다.
분위기가 좋았다. 말하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생각하지 않아도 좋았다. Nathan과 나, 우리 사이의 침묵도 좋았다. 어색하지 않았다. 나를 바라보고 웃는 Nathan과 나를 처음 만났음에도 한국에 온 지 몇 년이 되었냐고 안부를 묻는 주변 분위기가 좋았다.
이태원 바를 나오고 출출해져서 Nathan이 자주 간다는 근처 타코 집으로 갔다. 멕시코에서 왔다는 멋들어진 수염을 가진 레스토랑 주인 산티아고는 타코를 참 잘 만들었다. 아보카도가 들어간 과카몰리니 뭐니 나는 Nathan 덕분에 그런 음식들을 처음 먹어볼 수 있었다.
산티아고는 Nathan과 한참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멕시코에서 한국까지 온 이야기. 이태원에 타코 가게를 열고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 자기 이야기. 힘들었던 이야기들.
자기가 태어난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나는 나초를 과카몰리에 찍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아쉬웠다. 나도 산티아고와 Nathan의 대화에 끼고 싶었다. 영어. 그놈의 영어가 내 발목을 잡았다. 중간중간 Nathan이 쉬운 영어로 설명을 해줬다. 산티아고도 짧은 한국말로 나를 위해 설명을 해줬다.
영어를 잘하고 싶었다. 영어로 나도 그들의 대화에 끼고 싶었다.
이태원의 바에서, 그리고 타코 가게에서, 나는 한국에서 느낄 수 없던 자유롭고 유쾌한 분위기를 느꼈다. 나와 다른 문화,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며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다. 또 동시에, 언어의 벽 앞에서 답답하기도 했다.
영어를 배우는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세상을 더 넓게 경험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길이라는 것을. 낯선 곳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나듯, 영어를 배운다면 그런 순간들이 자주 다가오지 않을까?
집에 돌아가는 전철을 타며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