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목양견, 양
독자들은 목양견 하면 어떤 품종들이 생각나는가? 똑똑하고 귀여운 보더콜리?, 골든 레트리버? 비글? 아니면 독일산 셰퍼드? 실제로 중동과 중앙아시아 목양견들은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며, 오히려 거대하고 무시무시하게 생겼다. 더욱이 늑대들과 전투를 대비하여 목에는 창과 방패를 두르고 있다.
신약 성경(요한복음 21장 15~17절)에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세 번 질문하였다. 주요 내용은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네 양을 치라, 먹이라’이다. 이 구절을 참고하여 많은 목회자들은 스스로를 ‘목자'로, 일반 평신도들은 '양'으로 표현한다. 이것은 유목문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한 오해인 것 같은데, 아마도 이 오해는 로마가톨릭의 영향으로 생겨난 것 같다. 성경에 근거하면 목자는 예수 그리스도, 양은 그를 따르는 모든 성도들이다.
그러면 요한복음 구절에서 ‘양을 치라. 양을 먹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유목문화적 관점에서 보면 양 떼를 몰고 다니며 풀을 뜯게 하는 것은 양들의 우두머리 숫양, 혹은 양 떼를 이끌어가는 목양견이다. 다시 말해서 오늘날 목회자는 우두머리 숫양 혹은 목양견의 역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우두머리 숫양이 양 떼의 제일 앞에 위치하여 목에 방울을 달고 신선한 풀 냄새를 찾아 이동하면 그 뒤를 따라 다른 양들도 간다.
목양견의 역할은 우두머리 숫양과 달리 아주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목양견의 수는 양 떼의 규모에 따라 정해지는데, 양의 수 100마리 이하 - 목양견 2~3마리, 양의 수 500마리 이하 – 목양견 4~6마리, 양의 수 1000마리 이하 – 목양견 7~10마리, 양의 수 1000마리 이상 – 목양견 10마리 이상이다.
대장 견은 본능적으로 항상 목동 주변을 서성이며 목동의 눈치를 살피고 목동의 뜻이 무엇인지 헤아린다. 그리고 다른 목양견들을 통제한다. 일반적으로 목양견들 사이에는 모두 맡은 역할들이 있는데, 양 떼들보다 앞서 움직이는 전초병 2~3마리, 양 떼의 오른쪽과 왼쪽을 방어하는 2~4마리, 양 떼의 뒤쪽 후미를 방어하는 2~3마리, 그리고 양무리의 중간에 들어가 양들의 움직임을 독려하는 지원병 1~2마리가 있다.
멀리서 보면 양 떼는 평화롭게 풀을 뜯고 목양견은 한가로이 풀밭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한 폭의 풍경화를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그 안으로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목양견들은 양 떼의 주변을 늘 경계하면서 멀리서 날아오는 맹수들 특별히 늑대의 냄새를 찾고, 때로는 보이지 않는 곳에 매복하여 접근하는 맹수들을 공격하기도 한다. 지금도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에는 수천 마리의 야생늑대와 곰, 코요테, 여우, 삵, 독수리 등이 호시탐탐 양 떼를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