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따른 가치 변화
유목민들의 이주(이사)는 정주민들에 비해 아주 빠르고 간단하다. 수개월 혹은 수 주 동안 살던 텐트를 걷는 것은 몇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물론 텐트 규모에 따라서 약간의 시간적인 차이가 있기는 하다. 이주의 준비는 먼저 텐트 안에 있는 생활 용품들을 챙겨 물건을 나를 가축이나 수레에 싣고, 맨 나중에 텐트를 걷어서 실으면 끝이다. 생활 용품들도 그렇게 많지 않아서 수레 한 두 개에 충분히 실을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은 갖고 다닐 수 없을 정도의 짐을 마련하지 않고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만큼 소유한다.
유목민이 다른 어떤 것들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금(gold)이다. 금(gold)만 있으면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새롭게 정착하여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달러나 유로도 모은다.
유목민 가정의 가장은 항상 자신의 텐트 바닥 한 곳에 구덩이를 파서 비밀 금고로 활용한다. 위급한 일이 발생하는 즉시 그 비밀 금고에서 금(달러) 가방을 챙긴 후 가족들을 데리고 피신한다. 금 가방만 있으면 어디를 가든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고, 사업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현재도 이런 문화가 곳곳에 많이 남아있는데, 국가의 경제가 아무리 나쁘다 하더라도 각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금이나 달러의 양은 상당하다. 경제적 위기가 올 때는 보유하고 있는 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안정된 시기가 되면 다시 금(gold)을 사 모은다.
그래서 유목민들은 우리가 보기에는 허름하고 가난해 보일지라도 실질적인 가정 경제를 보면 우리 같은 정주민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경제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동의 난민들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물론 난민들 가운데 정말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다량의 금이나 달러를 갖고 떠도는 난민들도 상당하다. 이런 난민들은 주변 나라로 피신하여 부동산을 소유하고 사업장도 열고 그 나라의 시민권까지 획득하며 평안한 삶을 누린다. 어떻게 보면 전쟁이 그들을 더 좋은 환경으로 이끌어 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난민들이 결코 소수가 아니다.
중동의 한 나라를 예를 들자면, 전쟁 난민 수백만 명이 유입되어 들어갔는데, 그 나라의 중산층이 붕괴되었다. 중산층의 붕괴 원인은, 피난온 난민들이 부동산을 너무 많이 구입하였고 금과 달러가 풀리면서 물가가 폭발적으로 올라버린 것이다. 주택 매매 가격과 월세 가격의 폭등, 암시장에 금과 달러가 풀리면서 부(富)가 한 곳으로 몰렸고, 인구의 급증으로 식생활품 가격이 폭등하여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중산층이 예전에는 월급을 모아서 집을 살 수 있는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한 사람의 월급으로 한 달치 월세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우리 한국 사람이 겪었던 전쟁 난민을 생각하고 이들을 이해하려 한다면 큰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요즘도 간혹 현지의 TV 뉴스에 나온다. ‘금과 달러로 가득 찬 주인 없는 가방이 대형쇼핑몰에서 발견되어 나중에 주인을 찾았는데, 난민이었다.’ 난민들이 왜 목숨을 걸고 유럽이나 미국으로 가려고 할까? 불법 이주를 한번 시도하는데 최소한 3000~5000 달러가 든다. 그리고 이주하여 정착하는데 최소한 몇 만 불이 필요하다. 전쟁 난민들이 어떻게 이런 돈이 있을까? 한번 즈음 의문을 가져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칫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오해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는 난민들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관점에서 그들을 이해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 주변에도 난민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유목 문화는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금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전쟁을 하였고, 금이 곧 그들이 정체성이 되었다. 금만 있으면 다른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정주민은 땅이 중요하겠지만 유목민은 언제든지 갖고 다닐 수 있는 금이 더 중요하다. 언제 어디든 떠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은 유목 문화는 금(gold)이 있기에 가능했다. 물론 누구나 금이 있다면 어디를 가든 행복하지 않겠는가! 나는 문화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