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에서의 손

털 많은 남자

by 로진

나는 성경을 읽으면서 많은 의문을 갖게 되었는데, 그중의 한 개를 문화적인 관점에서 이해해보고자 한다.


성경의 '창세기'에 '이삭'의 쌍둥이 아들이 태어났다. 먼저 태어난 '에서'는 혈색이 붉고 털이 많았고, 동생 '야곱'은 하얗고 털이 없고 매끈한 피부였다. 성격적으로도 쌍둥이 아들들은 자라면서 서로 달랐다. 큰 아들 '에서'는 전형적인 상남자 스타일이었는데, 주로 밖에서 거친 일하며 사냥도 하고 누가 봐도 남자다운 멋진 남자였다. 반면 작은 아들 '야곱'은 주로 집안에서 어머니를 도우며 가사 일을 하고 부끄러움과 겁이 많아서 동네 애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힘들어하는 소심하고 여린 남자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아버지 '이삭'은 남자다운 '에서'를 좋아했고, 어머니 '리브가'는 집안일을 잘 돕는 '야곱'에게 정이 더 갔다. 오늘날 가정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쨌든 어느 날 아버지 '이삭'은 씨족장의 영적권위를 맏아들인 '에서'에게 물려주려고 했는데, 어머니 '리브가'가 이를 눈치채고 둘째인 '야곱'이 그 권위를 물려받도록 새치기 작전을 펼쳤다.


나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창세기 27장 22~23절’에 아버지 '이삭'은 '야곱'이 속이는 것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삭'은 음성을 들으면 '야곱'인데, 손을 만져보고 몸의 냄새를 맡으면 '에서'라고 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야곱'의 손을 어린 염소의 가죽으로 덮었다고 했는데, 아무리 사람에게 털이 많다고 해도 어떻게 염소와 구별을 할 수 없을까? 어떻게 사람 피부와 짐승의 가죽을 구별 못할 수 있을까?


나는 현지에 살면서 이 의문점을 100% 이해하게 되었다. 현지인들은 한국 사람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털이 많다. 그것도 아주 거칠고 센 털이다. 만약 독자 여러분들이 현지인들과 악수를 하거나 허그를 하면 실감하게 될 것이다. 특별히 털이 많고 거친 현지인들의 피부는 어린 염소 혹은 어린양의 가죽과 비슷하게 느껴지고, 이들의 몸에서 나는 체취도 염소나 양의 냄새와 거의 비슷하다. 나도 같은 남자로서도 피부가 맞닿으면 소름 끼칠 때가 있다. 참고로 이들의 피부는 두껍고 거칠고 강하여 거친 환경이나 햇빛에 잘 견딘다. 그래서 강한 태양 아래서도, 거칠고 척박한 날씨 속에서도 피부는 손상을 덜 입는다. 반면 한국사람은 전혀 다르다, 한국사람은 피부가 얇고 부드럽고 매끈하고 약하여 쉽게 손상을 입으며 마늘, 된장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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