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프롤로그(자연환경과 문화)
그녀의 이름은 ‘딜란(Dilan)’, 나이는 30대 후반이며 중동 메소포타미아지역 한 유목민의 후손이다. 몇 년 전에 결혼을 하였고 자녀는 이제 네 살 된 딸 하나가 있으며 직업은 초등학교 교사이다. 그녀 이름의 뜻은 페르시아어로 ‘자원하는 마음’, ‘포용하는 마음”이다.
그녀는 초원이 펼쳐진 메소포타미아 서북부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 시골은 비옥한 평야 한가운데 위치했으며, 시골을 가로질러 중앙으로 큰 강이 흐르고, 여름 날씨는 엄청 덥고 습하여 거의 죽음에 이르렀다. 그 지역의 날씨가 덥고 습한 이유는? 북아프리카 사막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이 지중해를 넘어오며 습기를 가득 품고 그녀의 고향인 평야 지역까지 온다. 그리고 평야 뒤편에 동서를 가로지르는 해발 평균 2000미터가 넘는 높은 산맥에 가로막혀 습하고 더운 기운이 그곳에 머물게 된다. 그래서 5월부터 9월까지가 여름인데, 평균 기온이 45~50도, 습도는 80~90%이다. 더욱이 그 지역은 해수면보다 낮은 지역이 많아 마치 늪지대와 같은데, 그야말로 불쾌지수가 100%인 곳이라 할 수 있다. 고대 시대에는 이 평야가 그렇게 넓지 않았다. 그녀가 살았던 시골 앞까지 바다였는데, 뒤편 높은 산맥에서 수백 년 동안 지속적인 토사가 밀려 내려오면서 해안이 20여 킬로미터 이상 밀려났고 고대 마을들은 3~4미터 토사 아래 묻혔다. 현재의 도시는 쌓인 그 토사 위에 건설되었다. 그래서 건설 현장에서 간혹 고대 유적들이 발견되곤 한다.
그녀의 고향에는 고대로부터 수많은 왕국들과 제국들의 흔적이 많이 남았는데, 히타이트-앗수르-바벨론-페르시아-알렉산더-로마-셀축튀르크-오스만튀르크제국 등 동서양의 대부분 제국들이 지나갔다. 그래서 지금도 그 동네 사람들은 유적지 위에 집을 짓고 생활하고 있다. 어떤 집은 경계를 나타내는 담들이 고대 유물 대리석 기둥들로 되어 있고, 어떤 집 마당 중앙에는 동상을 받치는 대리석 받침대(pedestal)가 있는데, 그 받침대(pedestal)에 차를 놓고 마신다. 고대 동상의 페데스탈(pedestal)이 차를 마시는 탁자로 쓰인다. 한마디로 그녀의 고향 사람들은 고대 유물들과 일상생활을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마을 사람들의 직업은 대부분 농업이다. 지평선이 보이는 평야지대에서 각종 농사에 종사를 하는데, 오렌지를 비롯한 열대성 과일도 많이 재배되고 있다. 밭농사는 더운 지역이라서 일반적으로 3 모작이나 2 기작을 하기 때문에 특별히 정해진 농번기나 농한기가 없다. 노동력으로는 주로 주부들이나 자녀들이다. 결혼한 남자들은 주로 마을 회관에 모여 차를 마시며 그들의 전통 게임이나 노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종교가 이슬람이기 때문에 2~3명의 부인이 있는 경우도 많고, 자녀들도 부인 1명당 최소한 3~4명 있다. 부인의 수와 자녀의 수가 곧 경제력이라 할 수 있는 지역이다. 그래서 대부분 자녀들은 교육의 혜택을 누릴 수가 없다. 특별히 여성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초등교육 4년만 마치면 집에서 가사와 농사를 돕다가 13~14세 즈음 결혼 지참금을 받고 팔려가다시피 시집을 가게 된다. 아마도 그 마을에서 중학교까지 제대로 마친 여성은 드물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고등학교까지 있지만 학생들 대부분은 남자이고, 소수의 여학생들이 있지만 그냥 학교만 왕래하는 수준이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은 집이나 밭에서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