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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진 May 18. 2024

유목적 공동체(Nomadic Ecclesia)로의 전환

2. 교회의 역사(순례하는 교회)

극심한 핍박 기를 지난 초대 교회는 수많은 순교자들을 배출하며 끝까지 살아남았고, 드디어 거대한 제국을 그 발 앞에 꿇어 엎드리게 했다. 그리고 기독교가 공인이 된 후 교회는 놀라운 변모를 하게 된다. 


황제는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적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며 모두 신전으로 모이게 했다. 이 신전들은 고대 중근동지역의 신들을 숭배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제국의 모든 권력을 잡은 콘스탄티누스는 우상숭배를 금지하고 그곳을 그리스도를 섬기는 신전으로 리모델링했고,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황제의 정치에 우호적인 자들을 지도자로 세우고 사람들을 통제했다. 마치 오늘날 중국의 *삼자교회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제국의 종교로 공포된 후, 그리스도를 진실되게 믿던 믿지 않던,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개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며 신전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동안 우상숭배를 하던 제국의 국민들이 모양만 바꾸어 동일한 장소의 신전에서 그리스도와 마리아, 그리고 그의 제자들을, 우상들에게 하던 것처럼 숭배했다. 그래서 이때부터 교회 개념이  공동체가 아닌 신전과 같은 건물로 인식되었는데 지금도 많은 그리스도인이 교회의 예배당을 성전이라고 종종 말하곤 한다. 


어떤 종교든 예외 없이, 핍박이 없어지고 사회 안에서 안정을 찾은 후 재정적인 여유가 생기게 되면, 제일 먼저 나타나는 현상 중의 하나가 전임 성직자들의 수가 급증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정치적/신학적 논쟁이 들끓는다. 그 정도의 분위기가 되면 신학적으로 순수하게 진리를 찾고 지키기 위한 논쟁이 아닌, 정치적 목적에서 상대를 제압하고 권력 쟁취를 위한 논쟁으로 변질된다. 


에클레시아(Ecclesia)가 템플(신전, Temple)로 그 의미가 변질되면서 교회는 급속히 세속화되었고 온갖 정치적/신학적 다툼과 재산적 분쟁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로 인하여 제국의 사회 분위기조차 혼란 속에 빠졌다. 그래서 참다못한 황제가 직접 종교회의를 열어 중재에 나섰다. 오죽했으면 황제가 직접 나섰겠는가! 물론 수차례의 종교 회의를 통해 신앙적/신학적 체계를 잡기는 했으나, 무고하게 종교정치에 희생된 교회 지도자들도 많았다는 것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교회가 흙탕물 싸움이 되어 소용돌이 치자, 예수 그리스도의 순수한 신앙을 찾으려는 무리들이 일어났고 이런 무리들을 중심으로 4세기 후반부터 수도원 운동이 본격화된다. 제국의 규제와 통제에서 벗어나 세속적인 금욕을 강조하며 광야에서 공동체를 만들었다. 이들이 금욕과 노동을 강조한 이유는 당시 교회가 세속화되어 음란한 문화, 정치권력과 사유재산 축척을 추구했고 성직자들이 노동은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일반 신도들이 받치는 재물들을 받아먹으며 배를 불렸기 때문이다.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보면 금욕과 노동이 강조된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수세기 동안 이어진 수도원 운동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회적인 명성과 늘어나는 재산들, 그리고 정치적 행보로 인하여 또 타락의 길을 걷게 되고. 그 뒤를 이어 12세기부터는 종교개혁의 필요성을 느낀 소수의 선각자들에 의해 성경적인 교회의 모습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리고 마침내 이를 바탕으로 16세기 종교개혁이 일어났고, 그와 더불어 17세기부터는 유럽 각 지역에서 경건주의 운동이 일어나면서 본격적인 개신교(프로테스탄트, Protestant) 시대의 막을 열렸다.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교회라고 일컬어지는 거대한 배는 시대에 따라 거친 파도를 헤치며 소수의 개혁자들과 함께 이천여 년을 항해하고 있다. 


참고자료

*삼자교회: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C%82%BC%EC%9E%90%EC%95%A0%EA%B5%AD%EC%9A%B4%EB%8F%99

*순례하는 교회(전도출판사, E.H. 브로우드벤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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