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
< 홍시 >
홍시가 열리면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홍시가 익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울 아버지, 할아버지
통일되면 경북 청도에서
홍시 농사지으신다 하시던
청도 김 씨 울 아버지
할아버지, 일제 강점기
홀아버지 지게 얹혀 함경도에 짐을 풀고
한국 전쟁, 홀아비로
동냥젖 먹여가며 울 아버지 키우셨다.
청도에서 감나무 키워 청도 반시 만들고
홍시 요리 만드는 게 꿈이라 하셨건만
통일은 아련히 희망 속에 사라졌다.
할아버지 가슴 속에 그리움이 집을 짓고
울 아버지 머리 위에 흰서리가 내려 앉아
홀연히 별이 되어 밤하늘을 비춘다.
스무 살 소녀가 그리움의 담을 넘고
철부지 소녀가 두려움의 강을 건너
울 아버지 꿈을 따라 청도로 달려갔다.
청도 김 씨 뿌리 찾아 경상도에 자리 잡았다.
가을 햇살 가득 품은 붉은 홍시 보면
할아버지 생각나서 고개 숙여 묵도하고
울 아버지 보고 싶어 나무 아래 기대 본다
홍시 부르면 한걸음에 달려가
홍시 소리에 귀 기울여 화답한다.
오늘은 홍시 되어
울 아버지 다과상에 사랑으로 내려앉아
잠이 드신 할아버지 조심스레 깨어본다.
함께 계신 울 아버지 조용히 불러본다.
- 캄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