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오늘이 어머니 생신이라는 걸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떠올렸습니다.
기억 속의 어머니는
여전히 이십 년 전 그 자리에 서 있는데,
시간은 어머니를 얼마나 바꾸어 놓았을지
그 생각에
잠시 마음이 저려옵니다.
어릴 적에는
맏언니를 따라
어머니의 하루를 대신하고
작은 선물 하나를 숨기며
생신을 준비했습니다.
이제 저는
아이들의 하루를 먼저 헤아리느라
어머니의 하루를
자주 잊고 삽니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해야 할 날은 늘어나는데
기억이 옅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자리가 달라진 것이라는 걸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아이의 하루를 건네받고서야
어머니를
조금씩 이해합니다.
기억되지 않아도
섭섭함보다 걱정을 먼저 삼키던 마음,
말보다 기다림으로
사랑을 건네던 시간들.
삼 년 전
처음으로 어머니 생신에
글을 남기며
다음에는 꼭 다시 쓰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는데,
그 약속을
오늘에야 조심스럽게 꺼냅니다.
그래서
많이 죄송합니다.
비록,
고향으로 닿지 못하는 편지이지만,
어머니를 향한 막내딸의 마음만은
길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의 날들에도
어머니의 하루가
조용히, 오래
따뜻하기를 빕니다.
- 캄이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