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받고 배려하는 삶
나는 아웃사이더의 천국인 서울대학교에서도 동심원 밖에 있었다. 하지만 그게 싫지 않았다. 초여름에 캠퍼스를 걸어다니면서 현대시 수업을 듣고, 푸른 하늘 아래 흔들리는 나무를 보는 일은 나름 즐거웠다.
물론 학교 생활은 그런 일들로만 이루어진 건 아니라서 조금 괴롭기도 했다. 정신적 방황의 시간을 거치며 인생 최초로 F학점을 받아보기도 했고, 건강이 무너지기도 했다.
학교로 돌아가면 나는 완전히 어중간한 사람이 된다. 세부 전공도 없으면서 이상을 좇아 복수전공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나의 속도대로 살기로 했다. 속도는 크기와 방향을 가지는 벡터값이다. 어디로 갈지, 얼마나 빠르게 갈지 내가 결정하기로 했다. 뭐 달리 무슨 수가 있겠는가? 조급하게 산다고 달라질 것도 없다.
여전히 미래는 두렵지만,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두렵다고 해서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삶을 스스로 내려놓는 건 별로 아름답지 않아, 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비록 ‘깍두기’로 살더라도 말이다.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거의 인지하지 못하고, 인간관계의 복잡다양한 요소를 이해하지 못하고, 지퍼를 잘 못 올리고, 포크로 스파게티를 잘 말아올리지 못하고, 계단을 잘 못 내려오더라도 말이다.
사실 우리는 모두 조금씩은 깍두기이고, 배려받는다. 그리고 배려받으면서 타인을 배려하는 법도 익히게 된다.
*글에 첨부된 그림은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