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가 100만이 넘는데 이 채널을 몰라? 이 질문이 촌스러운 시대
0. 한국에서 100만 구독자가 넘는 유튜브 채널이 약 1,000개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광고를 진행한다면 어떤 채널을 선택해야 하고 그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까…. 참 어렵습니다.
1. 작년 신의 탑: 새로운 세계, 세븐나이츠 키우기부터 올해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그리고 나 혼자만 레벨업 : 어라이즈의 론칭과 업데이트 홍보를 준비하며 감사하게도 많은 크리에이터들과 광고 협업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2. 게임을 론칭하게 되면 준비 과정에서 수많은 매체에 다양한 광고 롤 브랜딩과 메시징 등을 하게 되는데, 이 방식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변화하는 듯합니다.
3. 제가 게임 업계에 들어오기 한참 전에는 TV라는 매체를 통해 아주 유명한 연예인분을 활용한 광고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10대~20대 유명 배우와 아이돌 멤버와 광고를 하는 걸 보면 ‘게임’이라는 게 이제는 정말 주류 문화구나…양지로 올라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요.
4. 실제로 게임 업계가 커져감에 따라 이런 힘 있는 브랜딩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때는 그들만의 오락 혹자는 사회의 질병이라 부르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TV CF에 유명 연예인까지 더해진 콘텐츠는 당연히 가성비와는 거리가 멀고 어쩌면 그 당시에는 세부적인 타게팅도 불가했을 거라 예상됩니다.
5. 진부한 표현일 수 있겠습니다만, 지금은 ‘유튜브 채널’이 TV 방송국을 대신하고 ‘유튜버’들이 연예인을 대신하고 있다는 것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느낄 수 있었습니다.
6. 과거 광고 모델로 함께할 연예인을 섭외하듯, 새로운 게임이 나오면 ‘신작 게임’의 광고 소구 포인트를 ‘어떤 채널(인플루언서)’에서 노출할 것인지 수많은 채널들을 여러 담당자들이 리스트 업을 합니다. 수많은 MCN 및 관련 회사들의 제안서와 크리에이터들을 검토하게 되는데요.
7. 서브컬처를 잘 다루면 좋겠다 혹은 30대 남성 시청자가 많으면 좋겠다 등 큰 방향성은 잡을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개인의 콘텐츠 취향이 깊이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동일하게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소비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모두 제각기의 유튜브를 소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8. 과거 50만 구독자만 넘어도 전국구 영향력을 가진 채널들이 있었다면, 정교해지는 알고리즘과 추천 시스템 덕분에 우리는 보고 싶은 것과 내 취향을 저격하는 것만 골라 담게 됩니다.
9. 개인의 여가 시간으로는 축복입니다만, 어떤 크리에이터가 소위 말해 ‘대세’인지 함께 선택해야 하는 업무에서는 꽤나 골치 아픈 부분이기도 합니다. ‘너 이 유튜버를 모른다고? 구독자가 100만이야’라는 말이 촌스러워졌기 때문입니다.
10. 게다가 채널마다 광고를 소구하는 방법도 제각각입니다. 과거 TV 광고는 특정 시간에 우리가 원하는 영상을 노출해 주었지만, 유튜브 PPL과 브랜디드 콘텐츠는 동일한 구독자 규모와 시청자층을 보유한다고 해도 광고를 다루는 방식이 다 다릅니다.
11. 이제 우리는 채널 선택과 합의도 어려운데, 이 채널이 어떻게 우리 광고를 다뤄주는지 그 채널의 특성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여러 광고를 진행하며 간과한 부분이자 깨달은 부분입니다.
12. 내 알고리즘을 도배하고 내 여가 시간을 가득 채워주는 이 ‘트렌드’가 한 발자국만 벗어나면 누군가에게는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채널인 것이죠. 구독자가 XXX만 명, 평균 조회 수가 XXX만 회라는 숫자들도 무의미해질 뿐입니다.
13. 실례로 최근 이런저런 뉴스들이 나오고 있는 채널입니다만, 피식대학의 피식쇼 콘텐츠에 광고를 진행했을 때 느낀 부분이기도 합니다. 300만 구독자에 평균 조회 수 100만 콘텐츠인데 한 번도 보지 않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 채널에서는 그들만의 문법으로 광고를 진행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14. 관심사도 게임으로 묶여있고, 비슷한 연령층임에도 다른 세계였던 것이죠. 100만 유튜버 1,000만 시대에 단 하나라도 당연시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이 채널을 모르다니 ‘트렌디’하지 못하네’라는 질문이 앞으로 더 촌스러워질 것 같습니다.
15. 누구나 유튜브를 보는 시대. 하지만 각자 다른 유튜브를 보는 시대가 AI 맞춤 서비스와 함께 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숫자로 규모감을 판단하고 리스트업과 셀렉을 하던 사고방식의 전환이 스스로에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