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받을 용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 많은 철학자들의 과제이자
살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알지만 아이러니하게 외면하는 질문들.
철학적 질문에는 정답은 없다지만,
아들러의 철학에 기반한 책 속의 철학자와 대화는
머릿속에 굳어있던 원인론적인 상식을 처음으로 인식하고 반론을 제기해보는 시간이었다.
통념에 반전을 주는 요소들을 좀 더 숙고하고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더 좋은 글이 나올 듯 하지만,
책을 읽으며 뇌의 새로운 부분을 사용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부분들을 기록하는 것도 의미가 있기에 순차적으로 기록한다.
1. 인생은 선이 아닌 무수한 점의 연결, 그러니 지금 ‘충실’하자
‘미래를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고, 어느 수준 이상의 대학에 들어가, 이 정도는 벌어야 미래에 편하게 살 수 있다.’
종전 내 인생관에 무의식 중에 지배하고 있던 것이
현재도 소중한 인생의 한 부분인데 미래를 위한 희생으로 여기는 것이었던가.
스티븐 잡스의 졸업식 축사에서 점의 개념을 생각해본 적 있으나 그것은 고민하지 말고 일단 찍으면 결국 연결된다는 ‘한 붓 그리기’에 가까운 거라면
아들러는 선의 수학적 정의 그 자체와 같이 오늘의 점과 어제의 점, 그리고 내일의 점은 분리된 것이니 이 점 위에서 뜨겁게 춤추고 내일의 점을 맞이하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점의 개념은 후술할 이야기에 비하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삶의 태도에 적용하기도 비교적 쉬운 느낌.
2. 목적론: 우물의 온도는 늘 18도이다. 차가우세요?
점이 무수한 우리 인생에서 경험은 무의 상태다.
목적론에 의하면 나는 무언가를 정당화 하기 위해
18도 우물처럼 그 자리에 있던 경험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차갑고 뜨겁다고 외친다.
근데 심지어 목적의 달성은 행복과는 무관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
쇼펜하우어의 책에서 느낀 바와 비슷하게 바꿀 수 있는 것을 분별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데
뭐랄까 세상을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며 삶의 태도를 결정하는 느낌이라 도인의 자세 같았다.
목적론 부분에서부터 책 속 청년의 분개가 이해되었다.
이론상은 그렇다, 그런데 그것을 소시민인 내가? 이렇게 혐오와 분노가 가득한 사회에서? 잘 모르겠다.
3. 괜찮아 그건 우월성 추구야
열등감과 우월성 추구에 관한 내용도 흥미로운 부분.
간혹 부호들의 이야기나 TV를 볼 때 느끼는 기분이
성장을 하지 않기 위한 변명거리라니.
그런데 또 자기객관화난 노력하려는 용기가 없으면 우월 콤플렉스.
순간적으로 든 생각은 소위 말해 가불기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오히려 너무 정확히 짚어서 부끄러워진 대목이기도 하고.
흔히 말해 노오력이 부족해 혹은 위를 쳐다보지 마라 등의
상투적인 멘트가 아니라
일어서고 싶고, 걷고 싶고, 달리고 싶었던 아가 시절의 나처럼
무언가의 향상을 바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우월성 추구는 우물의 물이니 여기서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
한 발 떨어져서 추구만 한다. 열등 하거나 우울해져서는 안된다.
목표와의 괴리감에서 부러워하거나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그 자체로 향상하고 싶어하는 내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
역시나 도인 같지만, 목적론에 비하면 비교적 실천하기 쉬운 마음 상태.
4. 그것은 제 과제가 아니라 도와드리기가 어려우세요
‘남도 나를 위해 살지 않는다, 그러니 남의 과제를 대신 해주려 하지 마라’
인간관계의 괴로움을 덜어줄 수 있는 좋은 문구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것은 누구의 과제인가?’라는 대목은 냉소주의에 가까워 보여
꽤나 실천하기 어려워 보인다.
과제의 분리로 인해 찾아오는 찜찜함과 괴로움 역시 나의 몫일 듯한데
아직은 찻잔 속의 태풍이 두렵긴 한가보다.
그런데 와중에 무조건적인 신뢰를 가지라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수가 맞지만, 종교인이 아니라면 어렵지 않을까.
심지어 난 사기치기 좋은 나라라고 기사가 나오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데…
의심할 것인가 믿을 것인가. 친구로 삼을 것인가 경계할 것인가.
철학자의 말마따나 신뢰 이후 관계를 성인이 된 이후 느껴보지 못해 그런 것인가.
조건 없는 사랑, 조건 없는 인간관계가 없는 듯한 느낌인데
유토피아 같은 이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껴보고 싶기는 하다.
물론 책의 말과 같이 타인의 변화를 바라기 전에 지금, 여기 나 자신의 선택에 집중해야겠지만.
어렵고 많은 생각들이 오가지만
지금, 여기를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이거는 알겠다.
춤을 추자. 대신에 춤만 추자. 기대를 하지 말고, 바라지 말고, 직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