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을 잘못 들어섰다

플로리스트가 되고 싶지 않았던 플로리스트

by floriestelle

꽃길을 잘못 접어들었다.


그림이 좋아서 아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내내 잠을 4-5시간 자며 미대입시를 했고,

원하던 학교 서양화학과에 입학을 했다.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동기들과 실기실에서 야작을 하고,

드넓은 잔디밭, 아름다운 캠퍼스,,,

코가 시릴 정도의 물감냄새로

가득한 내 삶이 좋았다.

당연히 작가로 살거라 생각했고 대학원도 진학했다.


내가 쓰는 재료들이 문제였을까? 건강이 안 좋아져

내 몸이 나를 공격했고,

그림을 오래도록 쉬었다.


“휴학 중이니까 꽃 좀 배워봐~ 엄마 좀 도와줘. “

엄마는 꽃집을 차릴 거라 하셨다.


원치 않게 또는 우연히 접어든 꽃이라는 길.


처음엔 꽃을 물감 배색하듯 맞추고,

구조물 짜듯 조형미를 흉내 내었다.


주변 협회회장님들도 꽃 동료들도 스승님도

특별하다고 하셨고,

단골 고객님들도 많아졌다.


스승님께(현역 교수님) 꽃공부를 10년이 다되게 했더랬다.

그런데,


그런데,,,,,


“나 이거 왜 하지?”


어느 날 의문이 들었고, 그 이후

꽃이 지긋지긋해졌다


컨디셔닝 해야 할 꽃들 더미를 보면

숨이 막히는 거 같았다.


그래도 했다. 먹고살려면 샵은 열어야 하고,

주문이 들어오니, 샵은 굴러간다.

딱 먹고 살만큼.


삶은 버티기라고 하지 않던가….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던 중,


결혼을 하게 되었고,

아이가 생겼다.


이제 드디어 그만둘 기회!

엄마에게 물려받은 그 꽃집은 직원에게 넘겨주었다.


가끔 생각해보기도 했다.

스스로 꽃이 좋아서 알아보고 싶고, 배우고 싶었고,

재능을 발견했고, 업으로 삼아야겠다 생각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그래, 그림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나보고 재능이 넘친다 했을까?

특별하다 했을까?


아직도 모르겠다.


그러나 난 아이 둘을 낳고 애써 지탱해 보려던 가정이 흔들린 후 삶에 대한 희미한 깨달음이 있었고,

어두운 방에 머물기만 하다가

점점 빛이 드는 창가로 다가가 앉으려고 하는 사람이긴 하다.


꽃공부는 너무나 방대하고, 심오하고, 난해하고, 괴롭기도 하다.

물론, 알려고 드는 사람에게만 그렇다.

그래서 꽃을 선택하고 꽃 한 송이를 꽂는데도 고민이 생긴다.


이 공부는 왜 완결이 없는 건가…

모든 공부는 그렇다지만,,,


아, 이제 그만해도 돼, 스스로 충분해, 자격 있어.

라고 인정해주고 싶은 날이 오면 좋겠다.


어느 젊은 선생님이 그러셨다…

왜 이렇게 그냥 다 알려주세요??

자기 노하우 뺏기기 싫어서 견제하던 선배 선생님들만 보다 보니이러셔도 되나 싶어요.


대략의 답변은 해드렸다.


올바른 꽃문화는 나 혼자 잘한다고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꽃이 안팔린다고 하며 고객들이 아직도 꽃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꽃집하기가 힘들다.

외국처럼 꽃이 생활화 되어야한다.

꽃의 일상화를 수없이 이야기하지만,

그걸 위해 그들은 어떤 노력을 했을까,,,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싫다고 하는 사람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면 빨리 시들어서,

잘 관리하지 못해서, 잠깐 보는 거에 비해 비싸서,,,,

라는 이유가 크다.

꽃의 의미, 아름다움에 대해 깨우쳐드리고,

사랑할 수 있게 알려드려야 하지 않을까,

어린아이 때부터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꽃을 구매하는 개개인의 경험이 좋아야 재구매가 일어나지 않을까.

꽃시장이 아무리 싸다한들, 내가 좋아하는 꽃집에서 꽃을 사고 싶어야 하지 않을까.

고객을 그렇게 이끌려면 꽃집들이 매력을 갖추어야한다.


나 혼자서 잘하는거로는 부족하다.

모든 꽃집들이 잘 되는 것이 결국 내가 잘되는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경험들을 공유해보기 시작했다.


꽃에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꽃이 존재하는 이유부터

알려주고 싶고,

꽃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알려주려 하지만,

가끔 힘에 부치기도 했다.


그래서 꽃린이들에게 꽃이 어렵지 않게 느껴지라고 꽃팁을 알려주기도 하고, 그 계절 예쁜 꽃을 알려주고 판매도 해본다.

내 맘과 같지 않은 결과가 있더라도…


지인으로부터 책선물을 해주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꽃을 공부합니다 “라는 제목이었다.

책을 열어보니 나의 지식의 깊이가 고인 빗물보다 얕았다.

하긴 난 가드너는 아니니까,,,, 라며 자기 합리화를 해본다.


한장씩 넘어갈때마다

내가 아는 그 꽃이 참 생경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알고 싶어진다.


역시 꽃 공부는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