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꿈이 뭐였어?

엄마가 아홉살 때

by 그때그대

이천이십년 오월 연후가 말했다.


"엄마는 내 나이 때에 꿈이 뭐였어?

"음, 엄마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

"왜?"

"선생님처럼 똑똑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생각했어."

"엄마는 똑똑하고 따뜻한 사람이야. 꿈을 이룬거야."


선생님, 화가, 연극배우, 기자. 엄마의 꿈이었다.

고백하건데 이 꿈들을 이루려고 치열하게 애쓴 적은 없었다. 직업을 꿈 꾸었다기 보다는 그 직업을 가진 자가 주는 느낌을 꿈 꾸었던 시절이다.


어른이 된 지금, 기획자라는 직업으로 밥벌이를 하는 것을 꿈 꾼 적이 없는데 나는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생각하다보면 밤을 꼴딱 세우기도 한다. 나는 지금의 내 직업을 선택한 적이 없다. 그저 잘한다, 잘한다, 네가 딱 이다, 당신이 칭찬하는 방향으로 걸었다. 이왕 가는 길 즐거우면 좋겠고, 인정받고 싶어서 노력했다. 실망시킬 수 없어서 책임을 다 했다.


내 꿈은 뭐였지?

돌아가기에는 여태 온 길이 아깝고, 현실을 모른 척 할 용기도 없어서..잠시 쉰 적은 있어도 멈추지않고 걸었다. 내 선택이든 등 떠밀려 온 길이든 내가 속한 그룹에서 제법 인정받고 있으니 잘 하고 있다고, 그것도 능력이라고 합리화하고 있다. 어차피 어떤 직업을 꿈 꾼 적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생각이 깊고, 다른 이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고, 글을 잘 쓰고, 조리있게 말 하는 사람으로 칭찬을 들으며 자라왔다. 특출나게 잘 하는 것은 없지만, 나한테 맡기면 중간은 가는 패로 쓰임이 있는 사람이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기획자일 뿐. 두루뭉술하고 애매한 직업. 나는 이렇게 자존감이 낮아지고 있다. 그러니 일에는 점점 엣지가 없어지고 신경은 날카롭다.


아이들에게는 기획자가 얼마나 멋지고 훌륭한 역할을 하는 사람인지 설명한 적이 있다.(못 알아들었을거다.) 엄마는 너희의 엄마일 때 가장 행복하지만, 일 할 때도 기쁘기 때문에 방해하지 말아달라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 문을 닫아버린 날도 있다. 들키고 싶지 않았다. 슈퍼우먼으로 보이고 싶었다. 그렇게하면 지켜지는 줄 알았다.


[내가 이미 꿈을 이룬 사람인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