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송아지를 사랑했을 뿐이야 feat. 뉴진스

비정상을 논할 자유, 검열에서 벗어난 마음을 위하여

by 숨이


『나는 그저, 송아지를 사랑했을 뿐이야』


그런데 그만…
자기 손으로 받은 송아지를 사랑하게 된 거야.
이름이 정희인가 그래.

정희를 안방에 놓고,
말도 못하고 손도 없는 것을 자기가 다 세수도 시키고, 라디오도 함께 듣고 그랬는데.

마을 사람들이 징그럽다고 병원에 넣은 거야.
아저씨는 정말… 정신적으로만 정희를 사랑한 건데.

—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사람과는 다른, 맑고 고운 송아지의 눈



어린 시절,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에서

처음 송아지를 봤다.
투명하고 젖은 눈망울이 내 시선을 붙잡았다.
농부의 손길에 고요히 눈을 감던 그 모습.

순간, 나는 인간과 동물 사이에도
분명히 감정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성인이 되어 다시 송아지를 마주한 건
뉴진스의 <Bubble Gum> 뮤직비디오 속이었다.


소녀들은 파도 앞에 서 있고,
하니는 아기 소와 눈을 맞춘다.
햇빛 아래에서 천진난만하게 웃고 장난치는 장면은
유명 아이돌이 아닌 우리 곁의 평범한 소녀로 다가왔다


예술은 때때로 이상함을 받아들이는 공간이 되고
사랑, 욕망, 분노 같은 감정이 넘칠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예술을 하는 아이돌의 감정은 언제나 검열받고밝고 정돈된, 이해받기 쉬운 감정만이 허용된다.

나는 그래서 아이돌과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대중 매체가 아이돌을 다루는 그 방식이 싫었다.

그런 나에게, 뉴진스만은 다르게 다가왔다.


바닷마을 다리어리가 생각났던 뉴진스 '버블검'속의 해변




<OMG> 뮤직비디오 속에서 뉴진스는 각자의 세계에 고립된 채 정신병동에 앉아 있다.

환자복을 입은 그들의 모습은 마치 사회가 규정하는

‘정상적인 모습‘에서 벗어난 존재처럼 보인다.


멤버 하니는 자신을 '시리(애플 AI)'라고 말한다.
그녀의 눈동자는 송아지의 눈처럼 말갛다.

뮤비에서 그녀들은 고양이였다가, 곰 인형이었다가

우리 주변의 누군가였고—

어쩌면,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뮤비는 현실과 환상, 정체성과 서사가 뒤섞이며
무엇이 진짜인지조차 흐려진다.


"이게 말이 되니?" 난 물어봐
(They keep on asking me, "Who is he?")
"너는 말이야, he's the one that's living in my system, baby"
— 뉴진스, <OMG>


그녀들은 누구이며 진실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시스템에 부합하지 않는 존재를
비정상 혹은 거짓으로 여긴다.

오직 사회가 정한 규칙과 역할만을 ‘정상’이라 믿고,
그 틀에서 벗어난 사람을 ‘이상하다’고 판단하곤 한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아저씨가 정희를 사랑했던 그 마음.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했을지 몰라도

나는 그 마음이 순수한 사랑이라고 믿는다.


나는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가를
끊임없이 검열당하는 이 세계에서
송아지를, 곰인형을 건네는 마음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그저, 인디 음악을 사랑하듯

뉴진스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그저

'장르'에서 벗어난 '태도'를 취하고

‘검열’ 속에서도 ’ 사랑’을 말했을 뿐이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모두 남몰래
자신만의 정희를 품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대중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너무 이상하다는 이유로
끝내 사랑받지 못한 감정들을
어딘가에 숨기고 살아간다.


『나는 그저, 송아지를 사랑했을 뿐이야』



어딘가 송아지를 닮은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속의 비의 모습.

해당 이미지는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공식 예고편에서 캡처한 장면이며,

비평 및 감정적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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