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를 선망하는 마음에서

내가 독서모임을 하는 이유

by 셀끽

만약에 두 여자가 있어. 한 명은 엄청~똑똑해. (현재의 외모를 가지고) 하버드나 MIT 나오고, 5개 국어 구사하고, 의사 면허와 변호사 자격을 둘 다 가진 문이과 통합형 인재야. 뭐든 할 수 있지. 또 다른 한 명은 엄청~예뻐. (현재의 지능을 가지고) 장원영, 한소희, 수지... 수려한 외모에 눈을 뗄 수 없어. 누구든 될 수 있지. 그렇다면 너는 무엇을 택할래? 종종 물어보는 밸런스 게임 질문이에요. 저의 답은 무조건 전자랍니다. '똑똑함'을 동경하는 마음 같은 게 있어요. 물론 똑똑함이나 예쁨이나 사람마다 정의하기 나름이겠지만요. 스스로가 똑똑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아무튼 그래요...


다독다독도 그렇게 시작하게 됩니다. 한 여자를 선망하는 마음에서. 그녀는 페이커와 김호령 선수를 열렬히 좋아해요. 무언갈 좋아하면 깊게 파고들어 끝까지 가보는 사람이랄까. 덕후 기질이 다분하죠. 'connecting the docts' 스티브 잡스의 명언처럼 좋아하는 것이 기어코 직업이 됐고, 또 그곳에서 다른 곳으로 연결되어 일하고 있어요. 그녀의 열렬한 스물네 시간은 느슨한 저의 것과는 달라요. 노션과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사용해 거의 모든 일을 아카이빙 해요. 블로거 그것도 파워블로거이고, 매일 일기까지 써요. 그런 사람이 '영어공부와 운동'이라고 해서 빼놓진 않겠죠. 그녀의 에너지를 보고 있자면 뭐랄까 부글부글 끓는 용암 같아요. 어떻게 저렇게까지 좋아하지? 어떻게 저렇게까지 바쁘게 살지? 어떻게 저걸 다 해내지? 무려 서울대를 나와놓고는 제법 인생의 즐거움까지 놓치지 않는 거 같네? 허투루가 없어요. 아마도 이걸 읽는 그녀는 "나 허투루 살아!!"라고 말할 거고, 해야 할 일들을 해내겠죠.


2024년 1월, 그녀의 SNS에 '다독다독' 독서모임의 새로운 멤버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게 됩니다. 사실 그 전해에도 공지를 봤지만, 나요 나요 나도 하고 싶어요! 손을 번쩍 들고 싶었지만, 마땅한 밥벌이를 하지 못하고 있던 저는 왠지 모르게 주눅 들었거든요. 보통 이름, 나이, 살고 있는 지역, 하고 있는 일 같은 걸로 '나'를 소개하니까... 뭔가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무리에 끼려면 나 또한 그럴듯한(?) 소속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예로부터 근묵자흑, 근주자적이라고 하잖아요. 검은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지고, 붉은빛을 가까이하면 붉어지고, 멋진 사람을 가까이하면 아무렴 멋져지지 않겠습니까.


그녀의 질문에는 간단하게 이름, 연락처, 나이, 성별이 있었고 이어서 독서모임에 기대하는 바를 물어왔어요. 독서모임. 그리고 이에 기대하는 바. 답은 명료합니다. 하나. 멋진 당신과 가까이해서 나도 그 멋짐을 흡수하겠다. 둘. 어영부영 휘뚜루마뚜루 게을러터진 나에게 채찍과도 같은 강제성을 부여하겠다. 그러면! 조금은 부끄러움을 알고, 차일피일 미루지 않고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내겠지. 그러니까 똑똑하고 야무진 그녀와 책을 읽는다는 행위(똑똑해 보이니까)를 선망했고, 그 부러움과 바람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강제성을 줄 수 있는 장치와 거리가 필요했기에 다독다독 독서모임이 딱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죠.


당시 셀끽의 ‘독서모임에 기대하는 바’에 대한 답


‘책 읽는 잘 차려입은 미녀’가 셀끽의 추구미


지원자가 여럿이었고(그렇게 들었어요) 나름의 경쟁자(들_꽤 많았다고 들었어요)를 뒤로하고 제가 다독다독의 뉴멤버로 합류하게 됩니다. 새로운 멤버는 저(셀끽)와 과이리 두 명이었고, 다른 창단 멤버들 역시 모임을 주최한 대장, 항항을 중심으로 모였어요. 총 여섯 명으로 구성된 다독다독의 얽히고설킨 인물관계에 대해선 다음 편에서 이야기하도록 할게요! 멤버가 여섯 명이면 보통 뭐라도 나뉘어요. 예를 들어 이런 식이죠. 전적으로 흥미로 읽는 파 VS 도움이 되어야 읽는 파, 문학파 VS 비문학파. 저는 무조건 재미로 읽어요. 문학이 재밌고요. 무언가 가르치려 드는, 가르침을 주려는 낌새가 있으면 거부 반응부터 일어난달까요? 몰라서 못 한다기보다는 알지만 안 하는 경우가 많은 세상이잖아요? 이렇게 멤버들 취향이 골고루 나뉘어서 혼자선 절대 읽지 않았을 것 같은 책들도 접하게 됐어요.


매달 돌아가면서 독서모임을 진행할 대장 역할을 맡고, 대장은 주제에 맞는 책을 선정해요. 그러면 2주 차에는 온라인으로, 4주 차에는 오프라인으로 대화를 나눠요. 그 달의 진행자는 같이 이야기하면 좋을만한 질문을 발제하고요. 곁들여 집들이도 하고, 연말파티도 하고, 러닝도 하고, 여행도 다녀와요. 또 몇 달 전부터는 뉴스레터를 만들고 있는데 지금 이 브런치 글도 거기에서부터 파생된 거예요. 저의 숙제 같은 것... 독서모임-뉴스레터-브런치... 얼마나 더 가지들이 사방으로 뻗치게 될지 모르겠어요! 당장은 귀찮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데, 멋진 대장 그리고 멋진 멤버들과 함께 이것저것 기록하고 새로운 걸 시도하다 보면 제가 생각했던 멋진 사람 비슷하게 되어있지 않을까요. 그녀에게 굴려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그렇게 굴려지면 내가 좀 성장하고 좋은 방향으로 갈 수도 있을 거 같단 기대감이 들어요. 데굴데굴.


어떻게, 우리 같이 다독다독과 굴러가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