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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나무 Jul 17. 2023

10. 가늘고 길게 갑시다

책 읽어 주기라는 일상

"사과가 쿵! 커어다란~ 아주 커어다란~"

"달님 안녕"


아기가 갓 태어나 누워서 뒹굴거리고, 막 앉기 시작했을 때는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하지 않아도 부모인 내가 먼저 달려가 책을 펼쳐 보이며 읽어주었다. 목소리 톤도 바꿔가며 아주 재미있게 말이다. 아기가 웃어주면 더없이 좋았다. 아이가 무슨 책을 좋아하는지 최대한 관심을 가졌다. 벌써 10여 년 전의 이야기다.


지금은 어떠한가.  


"얘들아, 책 읽어."


아이가 스스로 읽지 않는다. 초등 저학년 때까지는 책 읽어주기를 지속하지만 어느샌가 혼자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책 읽기를 도와주고 싶은데 도와주기 힘들다. 내 체력도 예전만큼 좋지 않고, 내 휴식시간을 가지고 싶을 정도로 기력도 없다.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아이들이 책은 읽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자동 독서습관을 만들고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읽을까. 언제쯤 가능해질까.


아이들이 책에 익숙해지면 스스로 읽는다. 책에 익숙해지려면 좋아하는 책을 읽어본 경험이 있으면 된다. 타고난 독서가가 아니라면 어른인 부모가 노력해야 한다. 책을 좋아하게 되는 가장 쉬운 길은 직접 읽는 것보다 누군가의 책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는 것은 누구나 좋아한다. 책을 직접 읽는 것보다 듣는 것이 뇌에서는 더 편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힘들고 고되겠지만, 부모만이 꾸준히 해줄 수 있다. 책 읽어주기 힘들 때는 엄마, 아빠의 소소한 에피소드, 회사이야기를 가볍게 들려줘도 좋다. 책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더 귀를 쫑긋할 거다.


"이리 와봐." 하면서 무게 잡으면 안 되고.

"엄마가 책 읽어 줄까? 이거 엄청 재미있대."


독서에 대한 즐거운 추억은 어떻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부모와의 즐거운 독서 경험, 놀이, 대화를 통해서 만들 수 있다. 아이가 어릴수록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특히나 초등학생 때 부모와 함께하는 경험은 커서도 추억한다. 아이들은 그리 대단한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저 작은 일상에서 부모와 함께 하는 것을 재미있어하고 즐거워한다. 책을 통한 대화나 놀이로도 따뜻한 추억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부모도 책을 즐기고 읽을 만해야 아이도 책을 읽는다. 부모가 책을 읽는 것에 부담을 가지면 아이도 부담스럽다. 그러니 가늘고 길게 가야 한다. 책을 읽어줄 때는 내일도 책을 읽어줄 에너지를 남겨두고 오늘은 조금만 읽어준다. 하루 한 장, 또는 책 한 줄씩 번갈아 가며 읽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학습만화가 있다면 그 책을 읽어줘도 좋다. 아이는 너무 좋아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누군가 알아봐 주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게 부모님이라면 더 좋아한다. 어떤 책이든 꾸준히 읽어준다 생각하며 내 체력을 비축해 두고 조금씩 읽어주면 롱런할 수 있다. 하루 10분만, 아니 5분, 1분만이라도 함께하자. 부모도 아이도 책은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가능하다.


아이들은 상황을 기억한다. 그러니 책 읽는 순간만큼은 행복한 기억만 주면 좋겠다. 순간순간 깔깔대며 웃고 즐겁고 유쾌했던 추억, ‘아, 그때 진짜 재미있었지?’ 하면서 부모가 줬던 마음 가득 꽉 찬 느낌, 충족감, 이런 것들을 통해 인생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평생을 단단하게 살아가게 하는 가치관을 결정짓는 데는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와의 즐거운 경험도 굉장히 중요하다.


"얘들아, 책 읽어. 아니, 책 읽자."


책을 읽지 않으면 읽어주면 된다. 고되긴 하지만 눈 딱 감고, 힘 빼고 읽어주기로 한다. 조금씩 가늘고 길게 가도 좋다. 누군가, 특히 엄마가 읽어주는 책은 얼마나 달콤할까. 책을 읽다 보면 아이와 대화도 하고, 그림도 보면서 상상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책은 숙제가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소통하는 창구가 된다. 그리고 몇 년 뒤에는 각자 스스로 자기 할 일을 하며 책을 읽는 멋진 가족을 만나게 될 것이다.




습관 3. 책 읽어 주기라는 일상

 - 가늘고 길게 갑시다 (현재글)

 - 책을 읽으며 다른 이야기도 오케이 https://brunch.co.kr/@cdt1004/7

 - 어디든 책 가지고 다니기 (발행 예정)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인 두 소년은 평일에 아침 독서 30분(7:00~7:30) 하고 있습니다.

  - 아침 7시에 일어나 독서한 지 3년 되었습니다.

  - 최근에는 6:30 미라클모닝 66 완수했어요.(23.3~7)

  - 자녀 독서 기록 : https://instagram.com/readingtree_smallbig 

  - 인스타그램 @readingtree_smallb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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