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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나무 Jul 26. 2022

1. 그렇게 우리는  매일 책을 읽기 시작했다

휴직과 코로나가 가져다준 독서

“띠리리링.”

 

아침 7시 알람이 울린다. 엄마보다 키가 커버린 초등 6학년 형님은 늘 스스로 일어난다. 누가 깨울 필요가 없다. 아직 눈을 못 뜬 초등 4학년 동생은 엄마나 형이 부르면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벌써 7시야?”

 

올해로 두 아이가 모닝 독서를 시작한 지 2년째가 되었다. 아침잠이 없는 녀석들이라 가능하다. 2년간의 휴직기에 어렵사리 만든 독서습관을 복직 후에도 유지하고 싶었다.


작년에 복직하면서 아이들 독서를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하던 중 아이들과 의논해서 정한 게 아침 시간이다. 작년부터 아이들은 매일 아침 독서를 하고 있다.


두 아이는 거실로 나와 각자가 편하게 느끼는 자리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는다. 하루 중 유일하게 고요한 시간이다.


30분 아침 독서를 마치면 두 소년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기운 넘치는 평범한 남자아이로 돌아가고, 나는 출근 준비를 시작한다.


평화롭고 우아한 아침 루틴, 사실 단박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나 이 책 별로야.” “아, 읽을 책이 없어.”

 

확신에 찬 당당한 목소리로 둘째가 말한다. 또 시작이군. 분명 책 표지만 곁눈질로 본 것 같은데 난감하다.


도대체 어떤 책을 빌려줘야 하나. 도서관에 가서 직접 고르라고 하면 몸을 비비 꼬며 나보고 고르라더니, 막상 골라서 주면 이런 식이다. 허허, 결국엔 내가 책을 정한 것이네.


둘째가 단박에 좋아할 책을 구하고 싶어서, 실 한오라기 붙잡는 심정으로 아이와 대화한다. 재미있는 책을 선정하기 위한 작은 단서라도 찾는다.

 

남자라고  같은가. 성격이 정반대인 두 아이는 각자의 독서 취향도 분명하다.


큰아들이 좋아한 책이라고 둘째가 넙죽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나 자기주장이 있는 둘째는 처음부터 도서관 거부, 책을 거부했고, 지금은 조금 나아진 정도다.


큰아들은 편독이 없었고 감동적인 책은 몇 번이고 읽었다. 둘째도 몇 번이고 읽은 책은 있다. 엄마 말 안 듣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장난꾸러기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는 책 말이다. 그런데 한글책은 그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것. 아무튼, 쉽지 않은 녀석 덕분에 시행착오를 많이도 겪었다.


그래, 즐거운 독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하자. 중학생, 나아가 어른이 되어서도 책 읽을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한다면 성공이다.

 



둘째가 초등 1학년 입학할 때 휴직을 했다. 당시 직장생활을 한 지 15년 즈음된 시기라 회사 일에 보람과 성취를 느끼며 업무의 정점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기에 일과 아이들 사이에서 수만 번 고민했다. 신랑과 함께 근 1년간을 고민했다.


회사에서는 업무 커리어 상 놓치면 안 되는 게 있고, 생계는 유지해야 하고, 커가는 아이들에게 중요한 시기가 다가오니, 나보다 우리 가족의 우선순위를 먼저 생각하자고 결정지었다. 회사에서는 남보다 느리게 가지 .

 

워킹맘이 직장 내 여건이 된다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휴직이다. 이 순간만큼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 직감했다. 마음만 먹으면 눈 딱 감고 휴직을 낼 수 있는 여건임에도 나는 왜 고민을 했던가.

 

일하는 엄마가 아이들과 온종일 보낼 수 있는 귀한 시간이 생겼다. 소중한 시간을 얻었으니 아이들과 행복한 추억을 만들자 다짐했다. 학교 앞에서 두 아들을 기다리며 아들과 손잡고 데이트를 하고, 틈틈이 간식도 만들어준다. 내가 드디어 엄마 노릇을 하다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2020년, 휴직  예상치 못한 코로나를 겪었다. 밖에 나가긴 무섭고, 학교도 갈 수 없으니 답답했던 시절이다. 위기는 기회인가. 아이들과 나는 본격적으로 집에서 독서를 했다.


축구, 농구, 야구를 즐기고 에너지가 차고 넘치는 사내아이들에겐 곤욕의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책 좋아하는 엄마의 선택을 따라주었고, 하루 두 시간씩 66일 독서습관을 처음 완성했을 땐 아이들도 나도 쾌재를 불렀다. 아이들은 트로피와 상장, 그리고 원하던 선물들을 받았다.


어렵게 달성한 성공에 대한 짜릿한 성취감을 맛보았다.


그렇게 우리는 매일 책을 읽기 시작했다.

 



초등학생  매일 꾸준히 집에서 스스로 독서하는 습관을 익히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부담 없이 책을 즐기며 꾸준히 읽을지 고민했다. 우선 책에 대한 달콤한 추억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고, 엄마가 없이도 책을 펼치면 따뜻한 기억이 잠재하기를 바랐다.

 

포노 사피엔스로 태어난 우리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디지털 미디어 세상에 노출된다. 과연 스마트폰을 능가할 만큼 재미난 것이 있을까. 아이들이 디지털 미디어의 유혹에 빠지기 전에 독서가 즐거울 수 있고, 꾸준히 독서를 할 수 있다는 경험과 추억을 선사해주고 싶었다.

 

나는 두 소년이 어른이 되어도 ‘책을 읽고 글 쓰며 생각하는 사람’이 되길 기대한다. 초등시절 책과 함께한 행복한 기억이 있다면 청소년, 어른이 되어서도 책에서 지혜를 찾고 책과 동행하리라 믿는다.


초등독서습관의 기록 : http://instagram.com/readingtree_smallb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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