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당신에게 무엇을 드렸던가

이별 편

by 김찰스

- 나, 당신에게 무엇을 드렸던가 -

내게 금빛과 은빛으로 짠 하늘의 천이 있다면
어둠과 빛과 어스름으로 수 놓은
파랗고 희뿌옇고 검은 천이 있다면
그 천을 그대 가는 발 밑에 깔아드리련만
나는 가난하여 가진건 꿈뿐이라
내 꿈을 그대 발 밑에 깔았습니다
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
- 윌리엄 예이츠, 「하늘의 천」중


차갑게 식은 보도블록에 별빛이 우아하게 내려앉을 때쯤, 성당 모퉁이를 돌아 낙엽이 잘 깔려진 길을 걷다 보면 고급스런 레스토랑이 나와요. 통유리 안으로 들여다 보이는 그곳엔 가족이나 연인들이 초를 켜고 밥을 먹지요.


그 길을 함께 걸을 땐 자주 그 곳을 쳐다보며 말했어요. 우리 나중에 여기 꼭 오자. 내가 돈 벌면 너 꼭 데려간다. 진짜 가자. 같은 식으로요.


눈치채셨겠지만 결국엔 가지 못했어요. 한 번도. 그래서 가끔 그 생각이 나요. 오늘 같은 날. 어떤 날인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오늘 같은.


후회를 가지고 있어서겠지요.


난 예이츠 같은 꿈을 깔아드린 적이 있었을까요. 드릴 것 하나 없어, 붉은 심장으로 뛰는 사랑을 드렸을까요. 아무것도 자신할 수가 없어요. 내가 드렸다고 생각한 사랑은 더 붉거나 더 파랗지 못해서, 지금쯤 어떤 색도 남지 않고 투명해지지 않았을까요.


글자의 곳곳에 적적함이 끼어대는 오늘이어서 몇 자 적어봤는데, 어때요. 조금 지루하지요?




매거진의 이전글욕심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