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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찰스 Jul 10. 2016

차라리 말을 하지 마

이별 편

차라리 말을 하지 마


사랑을 잃어 혼자가 된 이가 있었어. 그 남자는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뭐든 해야 했지. 여기서 뭐든이란, 그게 의미 없는 누구라도 만나는 일, 술에 잔뜩 취해 잠을 자는 일, 아직은 추억이 남아있는 장소들을 걸어보는 일, 알 수 없는 타이밍에 울어보는 일 들이 포함돼.


남자는 원래부터 감정적이었고, 그 감정은 아주 불안한 상태였고, 그래서 아주 조그만 자극에도 쉽게 주저앉는 사람이었어. 그런데도 그동안 사람들이 그 남자의 모습을 눈치채지 못했던 건, 그가 사랑했던 사람이 그것들을 온전히 다 받아주었기 때문이야. 마음이 불안할 땐 그녀에게 쪼르르 달려가 안겼고, 마음이 주저앉으면 그녀의 손을 잡고 일어났지. 그러니까 그 남자의 삶은 오직 그녀가 있기에 서 있을 수 있었던 거야.


일이 이지경에 이르렀으니, 그녀가 없는 그의 삶이 어떻게 되었겠어. 그럼에도 남자가 어떻게든 삶 속에 살아남기 위해 '뭐든' 하는 동안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뭔지 알아? 청승 떨지 마, 왜 이렇게 나약해, 그건 잘못된 거야, 그렇게 살지마. 였어. 세상은 누구도 그의 아픔을 위해 손을 내밀지 않았어. 남자가 아무리 아프다고 소리를 질러봐야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어. 그저 삶은 원래 혼자인 거야, 같은 건조한 말들만 돌아올 뿐이었지.


애초에 그들에게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았으니, 듣는 사람에 대한 생각의 과정 따위를 생략한 채 내뱉던 그들의 말에 상처를 받지는 않았지만, 남자는 억울한 마음에 나를 찾아와 말했어. 왜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비난을 하는 거지. 난 그들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았는데. 아,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 할 수는 없는 건가. 그게 안 된다면 그냥 지나쳐 가주면 좋을 텐데, 구태여 한 마디 꺼내지 말고, 그냥 지나쳐 가주면 좋을 텐데.


나는 가족이나 친구, 동료, 그 누구에게도 위안을 받지 못해. 오직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위로를 받을 수 있어. 나는 그런 사람이야.라고도 했던 남자의 말이 떠올라서 난 그저 듣기만 했어. 그게 좋을 것 같아서. 그러니까 우리 쉽게 말하지 말자. 이런 사람도 있는 거잖아. 그 나름대로 살아내려고 애쓰고 있는 거잖아. 그러니까 우리는 그 사람이 아프다고 하면, 들어주자. 듣고 싶지 않다거나 그 아픔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으면 그냥 지나가주자. 그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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