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번째이야기_남자편

by 김찰스

"야, 근데 너 진짜 연애 안 할 거냐?"

언젠가 친구들과 만나 술을 한 잔 하는데, 친구 녀석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어? 하고 있는데?"
워낙 개인사를 먼저 꺼내는 성격이 아닌 탓에, 아직 모르는 친구들이 많았다. 진작 연애를 시작했다는 내게 친구가 다시 말했다.


"얌마, 그럼 진작 인사를 시켰어야지! 야, 오라그래!"
"니가 뭔데 누굴 오라 가라야!"


생각해보니 지난번 그녀의 친구들을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던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에 그녀가 내게 물었다.


[근데 찰스는 왜 친구들 안 보여줘?]

[응??]


안 보여주려고 한 게 아닌데, 그녀 입장에서는 먼저 나서지 않는 내가 서운할 수도 있었겠다. '떠나는 사람이라고 소개 안 시켜주나?' 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으니까.


[아, 안 보여주는 게 아니라 생각을 못했어. 날짜 맞춰보자!]

그런 이유로 날을 정해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야 내가 분명히 얘기하는데, 쓰잘데기 없는 말장난, 모함, 상스러운 말, 게임 얘기, 이딴거 하면 가만히 안 둔다."

"야! 우릴 뭘로 보고!!"

"그래! 우릴 뭘로 보고 말이야!"


아무래도 남자 애들이라 거친 면도 있고, 농담 수위도 세고, 무엇보다 사람 앉혀 놓고 또 자기들끼리 게임 이야기만 주구장창 할까 봐 걱정스러웠다. 그녀의 친구들을 만날 때, 그녀도 이런 비슷한 걱정을 했었을까.


그녀를 내 지인들에게 소개시켜주는 자리는, 내가 그녀의 모임 안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더 걱정스러운 일이었다.


친구들에게 한참 주의사항을 말하고 있을 때쯤 그녀가 들어왔다.

"응, 여기!"


그리고 얼마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분위기가 꽤 자연스러워졌다. 술이 좀 들어가니 친구 녀석

(사실 그냥 놈이라고 하고 싶지만)들이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아, 수지 씨! 마셔요!"

"네? 제 이름은 사월인데요..?"

"아 맞네 맞네, 수지는 그때 그 여자지?"


'하... 이런 진상...'

어릴 적부터 같이 커온 친구들이라 누군가의 애인과 처음 인사하는 자리에선 항상 이런 장난을 쳤었다. 그걸 이 나이가 돼서도 할 줄이야.


"아하...? 그때 그 여자..??? 오호.. 그랬었어 김찰스?"

그녀가 손을 부들거리며 내 목덜미를 턱- 하고 잡았다.


"사월아..? 진짜 믿는 거 아니지?? 애들이 장난치는 거야! 이거 진짜 오래된 장난인데!!"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우스꽝스러운 변명들을 늘어놓았고, 그녀는 '장난인걸 알지만 화가 난다.'는 표정으로 날 타박했다.


여전히 좋은 시간이 이어지고 있을 때쯤.

"아, 사월씨, 일본 안 가면 안돼요? 이렇게 잘 어울리는데!"

"맞어, 난 찬성! 가지 마요!"


친구들의 생각 없는 말에(분명 순수한 뜻으로 한 말이겠지만) 그녀의 표정이 일순 굳어짐을 느꼈다. 아마, 코 앞으로 다가온 그 시간이 생각 나서였을 테지. 나도 마찬가지였으니.


'정말 가지 말라고 하고 싶은 건 나라고 이 자식들아...'


"음, 찰스 하는 거 봐서, 생각해봐야죠."

말을 하며 그녀가 웃는데, 나는 그 씁쓸하고 불편한 웃음이 가진 의미를 알고 있어서 마냥 웃을 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그 이후에도 우리는 대체로 재미있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사월씨 또 봐요! 그럴 수 있겠죠?"

"네, 다음에 또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친구들과 인사까지 잘 마치고 그녀를 데려다 주는 길.


"친구들이 좀 짓궂지? 불편하진 않았어?"

"응, 재밌었어. 찰스 여자 얘기 빼곤."


아무리 장난이라도 그런 류의 장난은 절대 하면 안 되겠다고, 친구들을 다시 만나면 꼭 명치를 한 대씩 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흠, 이제 며칠만 있으면 주말이다!"

"주말에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음... 우리 집 와. 나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찰스랑 하루 종일 껴안고 있고 싶어."


'녀석 참... 적극적이기도 해라..'

"음! 그래! 우리 주말엔 아무것도 하지 말자. 그냥 서로 안고 내내 뽀뽀만 하는 거야! 입술 퉁퉁 붓게 만들어줄게!"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일은 언제나 좋은 일이었다.

하루 종일, 오직 그녀만을 느낄 수 있다고 상상하니 벌써부터 두근거리는, 그런 저녁.


토요일... 몇 밤 남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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