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움과 두려움 그 사이에서
작년, 그러니까 2023년 초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OpenAI 사에서 만든, Chat GPT를 처음 써본 때이다. 그전부터 그 놀라운 기능에 대해 익히 듣고는 있었지만, 직접 써보니 더욱 놀라웠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개떡 같이 질문해도 찰떡 같이 대답한다는 점이었다. 구글 검색은 그렇지 않다. 검색에서 효과적인 정보를 얻어내려면 검색어를 잘 입력해야 한다. 물론 Chat GPT도 잘 물어볼수록 좋은 답변을 내놓지만, 검색에 비하면 그 정도가 심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단 사람에게 물어보듯 자연어로 물어봐도, 그럴듯한 답변을 내어 놓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빌게이츠 또한, Chat GPT가 GUI(Graphic User Interface) 이후로, 생애 두 번째로 충격적인 기술 발전이라고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GUI와 Chat GPT 등장의 공통점은 사용자가 정보에 접근하는 편의성을 엄청나게 개선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정보의 양과 질이 아무리 뛰어나도, 접근할 수 없다면 무용하다. GUI 등장 이전에, 사람들은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어두운 터미널에서, 소수의 기술자들만 익숙한 언어를 익혀야 했다. 하지만 GUI 등장과 함께 사람들은 좀 더 편하고 직관적인 방법으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GUI 등장 이후로 사람들은 보다 자유롭게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칠 수 있게 되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노하우를 쌓아야 했다. 검색엔진이 가장 효과적으로 일하게 하는 검색어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자연어와는 형식이 다르다. 따라서 검색어를 잘 입력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그리고 검색 결과를 하나하나 검토하여,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보만 뽑아낸 다음 조합하는 기술도 필요했다. Chat GPT는 사람들이 이 기술들을 이전만큼 충분히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도 원하는 정보를 얻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사람들은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들을 그대로 Chat GPT에게 입력하며, Chat GPT는 그에 최적화된 정보를 모아 답변을 생성하여 제공한다. 물론 Chat GPT는 생성형 AI이므로 항상 참인 정보만 제공하지는 않는다. 환각이라고 불리는, 거짓말을 늘어놓는 현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부작용을 보완하는 장치들이 많이 개선되고 있고, Chat GPT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Chat GPT가 제공하는 정보의 정확성은 점차 좋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사실 Chat GPT를 사용하면서 요즘 가장 걱정되는 것은, 정보의 정확성이 아니라, 사고의 후퇴이다. 앞서 말했듯 Chat GPT는 정보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필요했던 노력들을 많이 경감시켰다. 이는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해 필연적으로 동반되었던 사고의 시간을 줄여버리는 경향이 있다. 어떤 혁명적인 기술이 나올수록 그 기술에 의존하게 되고, 그 기술의 등장 이전에 필요했던 능력들은 퇴화하기 마련일 것이다. 하지만 혼자서 사고하는 능력은, Chat GPT의 등장 이후에도 필요한 능력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Chat GPT라고 해서 언제나 옳고 적절한 답변을 내놓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취사선택이 필요하며, Chat GPT에게 어떤 질문을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좀 더 넓은 관점에서, Chat GPT의 답변은 Chat GPT가 학습한 데이터들에 근거한 것이고, 어떤 데이터, 정보도 세상의 모든 측면을 반영할 수는 없다. 정보는 분명 유용하지만, 정보는 결국 참고의 대상이다. 삶의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은, 내가 참고할 수 있는 정보에 따라 필연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깊은 사고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이처럼 Chat GPT가 생성한 문장을 복사 붙여 넣기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글을 짓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