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이 2024

알리바이 2024 (아버지가 구상한 이야기를 다르게 각색하다)

by 박바로가

알리바이 2024

보석가공회사에 다니던 나는 첫 연말을 맞이하고 있었다. 나는 어느 늦가을 무렵 점심 무렵, 의자에 앉아 있던 상사 앞에 불려가 겁먹은 채 서 있었다. 상사는 3통의 이메일을 내 앞에서 보여줬다. 영문도 모르는 나는 하나씩 펼쳐 읽어갔다. 첫 번째 보내 온 투서에는 그 날 밤 달빛 아래 둘이 다정하게 나란히 걸었던 것이 사진이 찍혀 있었다. 두 번째 온 투서는 으슥한 곳에 대놓은 차가 움직이는 동영상이 낯 뜨겁게 보여지고 있었다. 내 눈앞이 침침해져 앞에 있는 상사 또한 눈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세 번째 투서 내용은 대화를 녹음한 파일이었다. 내용은 그 동안 보고 싶어 죽을 뻔 했다는 남자의 중저음 목소리와 그 말에 기쁜지 높아진 여성의 소프라노 목소리가 간드러지게 들려왔다. 짙은 대화가 낮 뜨겁게 이어져 갔다.

홍당무가 되어 있는 나를 싸움장에 나온 진돗개처럼 노려보던 상사는 솔직히 고백하라고 재촉했다. 나는 이 곤혹스럽고, 황당함에 온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의 손에는 퇴사하라는 권유를 하는 상사의 입모양이 보였다. 나는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는 누가 나를 모함하려고 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제가 아닐 수도 있잖아요?”

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무슨 소리야?”

“전 이곳에 가본 적도 없어요. 이런 차에 누구랑 동승한 적도 없구요.”

“그럼 투서를 보낸 사람이 자네 이름을 장난으로 썼단 말인가?”

“김소영이란 이름은 흔해요.”

“그런데 저 동영상 속 여자는 모자는 썼지만, 자네 옷차림하고 똑같지 않은가?”

그 순간 내 머리 속에 스쳐지나간 사건이 있었습니다.

상사의 아내, 즉 사모님이 추계 운동회에서 제 옷을 보고 어디서 샀냐고 물은 적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목소리 파일에 있는 소리도 제 목소리가 아니예요, 과장님.”

“흠흠” 갑자기 상사는 헛기침을 하고는 나가보라고 손짓을 했다.

갑자기 상기된 얼굴이 된 상사는 나를 재빨리 내보내려 했다. 내가 빠르게 방을 나서자 내 등뒤로 다급하게 핸드폰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문밖으로 나왔을 때, 모두들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어깨만 으쓱하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이튿날, 갑자기 감기가 심하게 걸린 나는 회사를 결근했다. 끙끙 앓고 그 다음날 회사에 나갈 정도의 체력이 되자 출근을 감행했다. 회사에 도착해보니 과장님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점심때가 되어서야 수다장이 3인방들로부터 과장님이 결국 결근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기 안왔을 때 완전 난리났었어!”

“??”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계속 눈으로 그 뒤 이야기를 추궁했다.

“과장님이 어떤 여자용 옷 가방을 가지고 오시더니 사무실문을 꽝 닫고 들어가는 거야. 그런데 안쪽에서 고성이 오가는 전화가 이어지고 30분도 안되서 사모님이 회사로 오셨어.”

“사모님이요?”

“그리고 나서 사모님을 끌고 들어간 과장님이 고성으로 몇 번 이야기하고 안쪽에서 훌쩍이는 사모님 소리가 나고 작은 목소리의 답변이 몇 번 오가더니 과장님이 사모님이 사무실에서 끌어내고는 다시는 보기 싫다고 큰 소리로 말하고 사모님을 회사 밖으로 쫓아 내버렸어.”

“......”

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들은 결과를 설명해줬지만 그 이유를 안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만약 내가 동영상이 찍힌 날 그 장소, 그 시간에 거기에 있지 않았다는 영화 티켓 영수증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내가 사직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상황은 사모님한테 더욱 불리하게 돌아갔나보다. 결국 옷가방마저 과장님이 먼저 선수쳐서 찾아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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