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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엽 시인의 "매미가 전송하는 사랑"

몇년을 기다린 사랑

by 박바로가

매미가 전송하는 사랑 / 김수엽시인


당신은 울음으로 사랑을 고백한다

한 음절 한 단어씩

문장을 다 토한 후

근육을

닳고 녹인 후

칠 년 사랑 입는다.


여름철 "맴맴맴" 우는 매미때문에 시끄러워 잠을 못잔 경험이 있을 수 도 있습니다. 하필이면 기온도 높고 습도도 높은 한여름밤에 우는 매미가 야속할 때도 있었지요. 그런데 이런 매미는 왜 그렇게 애닮게 한반중에 울어야만 했던 것일까요?

매미애벌레는 알에서 깨면 땅아래로 떨어져 땅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나무의 뿌리의 수액을 빨아먹고 자라납니다. 껍질을 한껍질 한껍질 벗으면서 몸이 충분히 커졌을 때 비오고 난 후 땅이 부드러워졌을 때 땅을 뚫고 나옵니다. 그리고는 나무줄기나 가지를 부여잡고 매미로 다시 태어납니다. 그 걸린 시간이 자그마치 칠 년입니다.

짝짓기의 데드라인 시간은 2주입니다. 그 안에 자신의 유전자를 남길 짝꿍을 만나 짝짓기를 해서 나무가지에 알을 낳아 다음 칠 년을 기약합니다.

그러니 그 동안의 칠 년이 무의미하게 지나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있는 힘껏 울어서 짝꿍을 부르는 것입니다. "맴" 한 음절, "맴맴맴" 한 단어씩 음성으로 토해냅니다. 수컷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이어진 울림판은 토해낸 음성이 최대한 크게 나가도록 도와줍니다. 그 울림판이 녹아 업어질 정도로 울어댑니다.

2주안의 짧은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나무 수액을 간간히 마시면서 규칙적으로 "맴맴맴" 울어대는 수컷에게는 매분 매초가 아까운 시간들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수컷에게 내일도 내일 모레도 짝꿍을 찾기 위한 몸부림과 애절함이 있을 뿐 2주후에 자신이 죽는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습니다. 매분 매초가 구구절절 애가 탑니다.

그런데 이 매미가 짝을 찾는 과정은 시인이 시를 만드는 과정과도 비슷합니다. 시인이 한 음절, 한 단어를 찾아 시어의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칠 년 동안 묵혀놓은 시를 천천히 다시 꺼내 이 시의 소리가 절절히 퍼져나가도록 몇번이고 퇴고를 거치는 과정이 칠 년 동안 매미애벌레가 나무 수액을 마시며 자신을 자라게 하는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퇴고는 한번에 이뤄지지 않고 고민의 생각 속에서 조금씩 성장합니다. 몇 번이고 수천번이고 만번이고 고친 퇴고로 탄생한 시 역시종이나 컴퓨터나 태블릿의 화면을 통해 독자에게 나아가 그 절절함을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치 매미가 자기 짝꿍에게 울음을 토하며 어필하려고 했던 것처럼 시인도 독자들을 향해 한음절로, 한단어로, 한문장으로 다가가려고 피나는 노력을 합니다.

매미와 시인의 입장이 겹쳐지는 이 애절함은 참으로 애틋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노력은 우리 뇌리에 박혀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크게 다가옵니다. 어딘가 존재할지 모르는 누군가를 위한 절절한 노랫소리는 우리의 귓가에 크게 울려퍼집니다. 그들의 노력은 가히 자신을 닳고 녹이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 애틋함이 닿는 누군가와 그 다음을 기약하게 됩니다. 매미는 알로서 시인은 시로서 말입니다.


#김수엽시인님 #자음과모음이흙과만나 #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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