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별이의 일기

어느 나비 애벌레의 이야기

by 박바로가

어느 뜨겁고 햇살이 쨍쨍 비치던 날 나비가 알을 낳았다. 그때만 해도 햇빛에 영롱하게 비치던 알들이 며칠이 지나자 색깔이 변하기 시작했다. 점점 투명한 색이 미색에서 노란색으로 진해져갔다. 그러다가 알에서 꼬물꼬물 움직임이 일어났다. 먼저 깨어난 아이들도 있었고 늦게 깨어난 아이들도 있었는데... 총 10마리였다.

모두 차례차례 알에서 나왔다. 맨 처음 한 일은 알을 갉아먹는 거였다. 눈을 뜬 칠별이의 눈에 처음으로 보인 것도 알을 갉아먹는 자신의 언니였다.

“왜 먹는 거야?”

그러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언니가 말했다.

“이걸 먹고 좀 자면 몸이 커져.”

칠별이는 언니가 부지런히 알껍질을 먹는 모습을 황홀하게 바라봤다.

“얘, 나만 보지 말고 너도 얼른 먹어. 껍질을 놔두면 다른 무서운 얘들이 올 수 있대.”

칠별이는 언니의 경고에 화들짝 놀라 언니처럼 알을 갉아 먹기 시작했다.

“무서운 얘들이 누구야?”

“그건 나도 몰라. 먼저 깬 언니, 오빠들이 말해줬어.”

“우리에게 언니, 오빠들도 있어?”

“응, 언니, 오빠들은 다른 잎에서 다른 걸 먹고 있어.”

칠별이는 자기가 먹어야할 알 껍질이외에도 다른 것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다른 거 뭐?”

“차차 알게 돼. 아직 난 거기까진 몰라. 나 깰 때 온 오빠가 말해줬어.”

“그 오빠가 또 올까?”

“아함~ 알 껍질 먹으니 피곤하다. 나 잠 좀 잘게.”

칠별이가 알껍질에 대한 다른 질문을 하려고 할 때, 언니가 막 잠에 들었다.

“알 껍질이 바싹하구나. 뭘로 만들어져서 이렇게 고소할까?”

혼자 궁금해할 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얘, 그건 단백질 덩어리야.”

“그게 뭐야?”

“자라게 해주는 거야. 네 옆에 자는 언니도 잠에서 깨면 더 커져.”

말소리가 들리던 쪽을 바라보니 녹색의 길다랗고 매끈하고 통실통실한 몸이 보였다. 고개를 더 들어보니 다정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와! 정말 크다!”

칠별이가 감탄하며 말했다.

“나는 네 번째로 태어났어. 너는 7번째로 태어났고. 너도 이제 계속 커질 거야.”

“오빠가 저번에 저 언니에게 알껍질 먹으라고 한 오빠야?”

“응.”

“오빤 그걸 어떻게 알았어?”

“누나가 알려주기도 했고 때마침 배가 고파 나도 모르게 먹기도 했어.”

“아... 그렇구나.”

“나는 앞으로 3번 더 자라야 해.”

칠별이 생각에 충분히 큰 오빠가 더 커야한다고 말하니 조금 놀랐다.

“오빠보다 더 큰 언니, 오빠도 있어?”

“나보다 빠른 언니, 오빠도 있어. 한번만 더 탈피하면 되기도 하지. 하지만 여긴 밖이라 위험해. 자라기도 전에 죽을 수도 있지.”

“죽는다고?”

“응.”

“죽는 게 뭐야?”

“글쎄… 더 이상 배가 고프지 않게 되고 말을 못하게 되겠지.”

“……”

칠별이는 죽음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뭔가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알껍질이 이렇게 고소한데 이걸 먹고 싶지 않게 되다니. 그리고 이렇게나 궁금한 게 많은데 물어보거나 답을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오싹해졌다. 그 순간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살려줘!”

아주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 다급한 소리쳤다. 이에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맵시벌이야! 얼른 숨어!”

그 말을 들은 칠별이와 오빠는 다급한 마음으로 본능적으로 잎 뒤에 숨었다. 물론 갓 태어난 칠별이는 움직이는 속도가 훨씬 느렸다.

“나 좀 기다려줘.”

“부지런히 움직여.”

“몸이 빨리 움직여지지 않아.”

칠별이는 속상했다. 보다 못한 오빠가 뒤에서 그녀를 자신의 머리로 밀어줬다. 겨우 가까스로 둘은 그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위험해지면 잎 뒤에 바싹 숨어.”

“응. 고마워, 오빠. 오빠 없었으면 난 어떻게 됐을까?”

“괜찮아. 맵시벌은 나처럼 덩치가 있는 애벌레를 더 좋아할 거야.”

“그렇구나. 맵시벌을 왜 우릴 죽이려고 할까?”

“글쎼... 거기까지는 모르겠구나. 우린 그냥 잎만 먹고 살 뿐인데.”

그 순간 칠별이는 궁금해졌다.

“이 잎을 먹고 사는 거야?”

“응. 엄마가 우릴 여기에 낳은 것도 이걸 먹고 살라고 한 거지.”

“아!”

“소리 안 나게 조금씩 먹어봐. 너는 앞으로 배가 많이 고파질 거야.”

“응.”

칠별이는 오빠 말대로 잎을 조금씩 먹었다. 한 입 베어 먹으려고 하니 잎이 질겼다.

“왜 이리 질길까?”

“아! 잎을 먹는 위치가 중요해.”

“잎 가장자리 끝을 먹어봐.”

알껍질과는 다른 상큼한 맛이 났다.

“여긴 아까보다 훨씬 부드럽네.”

“응. 잎에 들어있는 딱딱한 게 있어. 그것이 많은 델 먹으면 잘 안 씹어지지.”

“계속 그렇게 먹어야해?”

“아니, 나처럼 입이 커지면 좀 더 잘 먹게 돼.”

그제서야 칠별이는 오빠의 입을 자세히 보게 되었다. 아까는 오빠의 초록색 몸만 보였는데 이제는 약간 갈색의 입이 보이기 시작했다. 뭔가 강인해 보이는 턱선과 입매가 보였다.

“나도 그런 입을 갖게 되는 거야?”

“응. 몇 밤 자고 나면 갖게 될 거야.”

“오빠, 등 뒤에 하얀 것은 뭐야?”

“뭐? 이거? 돌기야. 이건 우리가 형제라는 표시야.”

“그럼 다른 애벌레들도 가지고 있어?”

“응.”

“그럼, 내 등 뒤에도 있어?”

“아니, 아직. 좀 더 자라야 돼.”

칠별이는 듣고 싶은 대답을 다 듣자 배가 많이 고팠다. 자신이 모습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자신의 몸이 신기해졌다.

“그런데 오빠 머리에 난 건 뭐야?”

칠별이의 눈에 오빠의 검은 뿔이 눈에 들어왔다.

“아! 이거! 뿔이야! 사실 벌들이 오면 우리는 이 뿔로 싸우지.”

“나도 생길까?”

“응. 형제들은 모두 이런 뿔이 있어.”

“아까 맵시벌과도 이 뿔로 싸웠겠지?”

“그랬을 거야.”

갑자기 칠별이와 오빠는 맵시벌에게 희생된 애벌레의 죽음을 떠올리고 숙연해졌다.

“혹시 모르니 우리 여기 잎 뒤에서 자자.”

“응”

칠별이는 하품을 가눌 수가 없었다. 아까 묻고 대답을 들을 때도 끊임없이 잎을 먹고 있었다. 그건 오빠도 마찬가지였다. 배불리 먹어서 인지 둘 다 잠도 쉽게 들었다.

그 다음날 칠별이가 눈을 떴을 때, 자신 혼자였다.

“갔구나.”

쓸쓸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 마음도 잠시였다. 배고픔이 몰려왔고 자기도 모르게 잎으로 배를 채우고 있었다. 먹고 나면 이상하게 잠이 왔다. 해가 뜨고 해가 지기 전에도 먹고 자는 것이 몇 번인지 모를 정도로 수시로 두 행동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나 굉장한 먹보에 잠보이구나.”

자신의 몸도 잠에서 깰 때마다 조금씩 커지는 것이 눈에 띄였다. 갑자기 위쪽에서 뭔가 팔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거대한 날개짓이 위쪽에서 느껴졌다.

“아앗!”

다급한 비명소리가 났다.

“피해! 날개달린 짐승이야!”

누군가 경고를 해줬다. 칠별이는 서둘러 잎 뒤로 바짝 숨었다. 잠시 날개를 파닥대는 것 같더니 잽싸게 부리로 나꿔채갔다.

“살려줘!”

칠별이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신으로 인해 슬퍼졌다. 그렇게 무기력하게만 느껴졌던 그 날의 반짝이던 해가 뉘엿뉘엿지고 있었다. 누군가 슬프게 노래를 불렀다. 그 때 처음 칠별이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칠흑같은 밤에 무언가 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뭘까?”

칠별이의 목소리가 크게 퍼져나갔고 그걸 들은 누군가 대답해줬다.

“별님과 달님이지.”

“밝았을 때와는 달라요.”

“그건 햇님이고.”

그 때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쉿! 밤에도 깨어있는 적들이 있으니 조용히 하렴!”

아마도 오빠 중에 한 명인 듯한 애벌레의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번 오빠는 아니었다. 칠별이는 그 순간 형제가 같은 곳에 여러마리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큰소리로 하는 말은 위험할 때만 하자!”

그 말을 듣고 칠별이는 위험을 경고하던 애벌레가 바로 그 오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시 탄식이 새어나왔다. 그 탄식 소리로 칠별이가 추측하건데 자신 말고도 아직 몇이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때 팔별이가 태어났다. 알 깨는 소리가 알 주변에 있던 자신에게 들렸다. 칠별이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꼬불거리는 팔별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내가 저렇게 태어났구나.”

팔별이가 태어나자 칠별이는 기뻤다. 자신이랑 같이 있어줄 존재가 생겼다는 기쁨이 생겼다.

“알 껍질을 먹으렴.”

칠별이가 다정하게 말했다.

“응.”

귀여운 목소리로 팔별이가 답했다. 칠별이는 어떻게든 귀여운 팔별이를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알 껍질을 먹는 것을 지켜봐주고 해와 달이 3번 바뀔 때까지 함께 있으면서 전에 오빠가 알려준 대로 잎 먹는 법, 잎 뒤에서 쉬는 법을 가르쳐줬다.

그 때 또 날개달린 짐승이 칠별이가 살고 있는 집을 공격했다.

“살려줘!”

어김없이 비명이 들렸다. 이번에는 두 곳에서 시간을 두고 났다.

“살려줘!”

미처 피하지 못한 애벌레 형제가 비명을 세차게 질렀다. 어느샌가 또 다른 날개달린 짐승이 근처 애벌레 형제를 발견하고 연달아 사냥을 한 것이었다. 한동안 다른 형제들은 숨어 있었다. 얼마나 숨어 있었을까? 칠별이는 조용히 바깥 동정을 살폈다.

“오늘 밤은 여기서 지내자. 틈틈이 먹고 자렴.”

칠별이는 위험이 지나갔어도 팔별이에게 아주 조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언니, 날개달린 짐승이 여러 마리인가봐!”

“응. 나도 이번에 알았어.”

“잡혀간 언니, 오빠들을 생각하니 슬퍼.”

“응. 나도 그래.”

둘은 숙연해져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 다음 날이 되고 날이 밝았다. 그리고 해님이 중천에 뜨기 전 약간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싱그러운 늦여름의 소중한 바람이 칠별이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언니, 머리에 뿔이 참 예쁘다”

팔별이가 칠별이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응. 너도 뿔이 생길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칠별이는 자신의 뿔의 위치를 느낌으로 더듬어보고 있었다. 며칠 전 머리가 근질거리더니 뿔이 더 자란 모양이었다.

“내 뿔이 얼마나 높게 자랐니?”

“언니 얼굴보다 더 길어.”

팔별이는 신기한 듯 칠별이를 바라보았다. 칠별이도 팔별이가 자신을 잘 따라주고, 지켜봐주니 기분이 좋았다.

그 때 자신들이 있던 잎이 흔들렸다. 마침 둘은 잎 가장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쉽게 잎뒤로 숨어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봤다. 어디선가 큰 손이 내려오더니 큰 투명한 물체를 대었다. 그 큰 물체는 처음 본 것이었으므로 칠별이의 시선을 빼앗아 갔다.

“언니 저건 뭐야?”

“나도 처음보는 거야.”

“뭔가 우릴 들여다 보는 것 같아.”

“큰 물체 위로 눈의 형체가 보여.”

칠별이는 확대경을 통해 잎을 바라보는 어린이의 눈을 봤던 것이다. 그 형체의 정체를 알았을 무렵 커다란 손이 자신의 밑에, 밑에 있던 두 개의 알이 있던 잎으로 방향을 잡아 움직였다. 순식간에 그 무심한 손으로 그 알이 있던 잎을 따내갔다. 그리고 쿵쿵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알들을 도둑맞았어!”

칠별이가 위에 있는 형제들에게 사실을 알렸다.

“가끔 이런 일이 생겨!”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저번엔 애벌레 형제를 반짝이는 뾰족한 것으로 짚어가기도 했어.”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같은 동물일까?”

칠별이가 물었다.

“아마도.”

첫 번째 말한 애벌레 형제가 대답해줬다.

“그럼, 우리 계속 조심해야겠네. 언니, 나 무서워.”

팔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괜찮아. 우린 숨어서 조심하면 될거야.”

칠별이도 무서웠지만 마음을 진정하고 팔별이를 달랬다. 그렇게 무서웠던 날이 지나고 칠별이와 팔별이는 달이 모양을 바꿔나가는 것을 며칠 간 지켜봤다.

“며칠 전 달은 내가 갉아먹은 잎사귀 부분처럼 생겼는데, 이제는 언니가 갉아먹은 잎사귀처럼 생겼네.”

기운을 차린 팔별이가 쾌활하게 말했다.

“응, 그러네. 참 달빛이 좋다.”

칠별이와 팔별이는 잎사귀를 부지런히 먹으면서 달빛을 만끽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 다음날도 어김없이 잠에서 깨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잎을 먹고 해님을 즐기며 잎에서 쉬고 있었다. 해님이 뉘엿뉘엿 질 때쯤 아주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쿵쿵 거리며 아이들이 뛰어다녔고 뭔가 ‘부르릉’라는 소리가 나면서 지축을 울렸다.

“하얀 연기다!”

큰 목소리가 칠별이와 팔별이 쪽으로 들려왔다. 무서운 생각이 든 둘은 재빨리 큰 나뭇잎 뒤로 숨었다. 그러나 하얀 연기는 금새 자신들을 따라왔다. 칠별이와 팔별이의 온 몸이 화끈거리는 느낌이 생겨났다. 속을 느글거리는 매스꺼움도 생겨났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들 몸에는 직접 닿지 않아 그 이상의 피해는 없었다. 그래도 위험이 없어질 때까지는 잎 뒤에 바싹 붙어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달을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칠별이 자매는 끈기있게 달님을 이틀간 참고 기다렸다. 그것도 그럴 것이 두 자매는 며칠간 위 나뭇잎 쪽에서 신음소리를 지속적으로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그 신음소리마저 끊기고 말았다.

“그 연기때문이었을 거야.”

칠별이가 팔별이에게 속삭였다.

“우리가 그 연기로 따거움을 느꼈잖아.”

“응”

두 자매는 슬픔에 빠져 달님을 바라봤다. 이제 칠별이는 식욕이 떨어졌다.

“이제 배가 안고프구나.”

“언니 나는 아직도 배고픈데.”

“혹시 모르니 조금만 더 참았다가 먹으렴. 연기가 잎에 베였을지 모르니 잎냄새를

맡아보면서 먹도록 해.”

칠별이는 자신의 몸상태의 변화를 느끼면서 팔별이에게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조언을 해줬다.

“내가 변할 것 같아. 그건 나도 몰라. 그런데 내 몸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어.

나의 변화를 잘 보고 너도 그렇게 해. 혹시 모르니 떨어져 있다가 나중에 만나자.”

칠별이는 바로 위에 있는 나뭇잎 끝으로 기어 올라가서 거꾸로 자신을 고정시켰다. 그리고 잎에 자신도 모르게 잠에 빠졌다. 칠별이는 항상 자신이 꼬물꼬물거리며 움직일 수 있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잠에 빠졌을 때 자신이 액체 안을 휘젖고 다니는 느낌을 받았다. 굉장히 포근하고 부드러운 물질에 휩싸여 자신이 같이 녹는 듯한 경험을 했다. 그럼에도 기분은 날아갈 듯이 좋았다. 꿈을 꾸는 동안 그녀는 행복했다. 며칠이 지나는 지도 모르고 헤엄치는 꿈을 꾸고 나니 뭔가 등 뒤가 근질거렸다. 액체였던 느낌은 어느 샌가 말라가는 느낌으로 바뀌고 있었고 흐느적거리는 느낌은 꽉 찬 느낌으로 변해하고 있었다. 번데기 안에서 더 이상 몸을 맞추고 있을 수가 없을 무렵 등 뒤쪽이 ‘쩌억’ 갈라졌다. 그 미세한 갈라짐으로 칠별이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꿈틀거렸다. 그 움직임은 평소 자신의 움직임과는 매우 달랐다. 다르다는 것만 느낀 채 자신의 몸에 맡긴 채, 서서히 번데기에서 빠져나왔다. 등 뒤의 무거운 물체가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축축해 자신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난감하게 만들었다.

“그래, 잠시 쉬자.”

칠별이는 잠시 쉬면서 등 뒤의 물체를 말렸다. 따뜻한 햇님이 자신의 묵직한 물체를 말려줬다. 그 때 어디선가 팔락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눈이 다 뜨여지지 않아 칠별이는 그 팔락거리는 소리의 정체를 잘 알아보지 못했다. 한참을 기다렸던 칠별이가 물체를 다 말렸을 때, 그 물체는 바람이 불자 펄럭이기 시작했다.

“날개를 움직여봐.”

팔락이던 소리와 함께 위쪽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개?”

칠별이는 자신의 묵직한 물체가 “날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날개를 충동적으로 움직였다.

“난다! 날 수 있어!”

칠별이는 기쁨에 소리쳤다. 그제서야 위쪽에 있던 자신과 같은 날개를 가진 이를 발견했다.

“너는 누구니?”

“나? 흑백알락나비야!”

“나도 너랑 같구나! 이제야 엄마의 모습을 알게 됐구나!”

“응. 부모들의 모습이지. 내 이름은 볕이야.”

“난 칠별이! 잠깐만!”

칠별이는 이야기 도중, 팔별이가 생각나서 다시 자신이 있었던 식물 쪽으로 다가갔다. 열심히 팔별이를 찾았다. 팔별이의 번데기를 찾았으나 그 번데기 옆에는 작은 고치들이 여러 개 붙어있었다.

“아... 팔별이마저... 아무것도 못해줘서 미안하구나!”

칠별이는 한탄했다.

“그게 어린 우리의 운명인가봐.” 볕이가 말했다.

“너무도 가혹하기도 하지...” 칠별이가 속상하듯 말을 내뱉었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의 일이 있어!” 볕이가 칠별이에게 위로하듯 말했다.

“응... 알을 낳아야지” 칠별이가 수긍하듯 말했다.

“네가 우리를 위해 예쁜 알을 낳아주렴!” 볕이가 말했다.

“응... 우리 형제들 몫까지 낳을 꺼야!” 칠별이가 대답했다.

“그래! 나와 함께 가자!” 볕이가 힘 있게 날면서 칠별이를 이끌었다.

“응!” 칠별이는 볕이를 따라가며 눈물을 흘렸다.

“잘 있어! 내 몸속에서 너희들은 항상 함께 할 거야! 내가 알을 많이 나을 게! 너희를 닮은 알을!’

두 마리 나비는 하늘 높이 올라 높은 팽나무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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