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야동’ 혹은 ‘음란물’을 본 적이 있는가? 다시 질문하겠다. 그것은 정말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 단순히 야한 동영상이기만 했는가? 그것은 정말 음란물에만 불과했는가?
한국 사회에서 소위 일컫는 ‘야동’은 피해자가 존재하는 피해물일 확률이 크다. 음란물 사이트라 일컬어지는 수많은 사이트에 올라와있는 영상들은 불법촬영물이거나, 비동의유포물, 혹은 피해자가 본인이 피해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 만들어진 딥페이크물일지도 모른다. 이 문제는 디지털 성범죄가 전국민적 심각성을 공유한 ‘N번방’ 사건 이전부터 존재하던 문제다. 그러나 지금도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 수요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인공지능(AI) 기반 삭제 지원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물을 신속하고 선제적으로 삭제해 피해 확산을 예방하겠다고 말했다. 반가운 소식이다. 신보라 진흥원장은 “AI 기반 아동·청소년 성착취 유인 정보를 선제적으로 식별해서 삭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올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시뮬레이션 결과 일주일에 약 4천여 건 식별됐다”라고 설명했다.
피해물을 식별한 것이 곧 삭제되는 것이면 좋겠지만, 그 삭제의 과정은 쉽지 않다. 지난해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에 1~11월 불법 영상물 삭제지원 건수는 1만 4631건이다. 서울 외에 전국 각지에 들어온 건수를 합하면 훨씬 많을 것이다. 디지털성범죄지원센터는 피해자 측으로부터 신고가 들어오면 영상물이 올라간 플랫폼에 삭제를 ‘요청’한다. 그러나 플랫폼이 삭제 요청에 응하지 않는다면?
디지털 성범죄는 온라인 공간에서 피해물이 유포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삭제해야 피해 확산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지원 단체, 혹은 피해자가 피해물이 올라간 사이트에 삭제 요청을 해도 무응답이거나 삭제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는 플랫폼은 삭제 요청에 응하지 않아도 강제로 내리게 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국내에서 접속 차단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국내에서 우회해서 접속한다면 접속이 불가능하지 않다. 이 방법은 10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겐 너무나도 쉽다.
특히 딥페이크 범죄는 가해도, 피해도 10대의 비중이 가장 높다. 2025년 1~9월 딥페이크 성범죄로 입건된 피의자 중 10대가 59.1%(606명)이었다고 한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통계에서도 딥페이크 피해자 중 10대가 46.4% 라고 한다. 갈수록 기술의 정교함은 발달하고 이제는 딥페이크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의식 없이 10대들 사이에서는 이 사안이 일종의 놀이문화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N번방 사건 이후로 디지털 성범죄 문제의 심각성이 공유되며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여전히 디지털 성범죄는 더욱 고도화되고 심각해질 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지난해 말, 형사소송 절차에서 배상명령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피해자가 추가로 불필요한 민사소송을 거치지 않아도 형사 절차에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3년 전, 미국에서 헤어진 연인의 사적인 영상과 사진을 일부러 퍼뜨린 사람에게 1조 6천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있었다. 피해자는 우리 돈으로 약 16억 원을 청구했지만, 배심원의 거기에 1천 배를 더 물어줘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피해 여성은 “거의 3년간 숨을 못 쉬는 느낌으로 살아왔어요. 그런데 저를 알아봐 준 사람들이 있었고, 이제 좀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가해자들은 디지털 성범죄물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디지털 성범죄의 ‘총책’ 정도가 아니면 큰 형량을 선고받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성범죄라는 인격을 갉아먹는 범죄가 끊이지 않고 그 연령은 낮아지며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민사 소송을 추가로 거치지 않아도 형사 절차에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처럼, 피해자가 겪은 피해에 상응하는 벌금이 내려지는 것이 가해자들에게는 오히려 더 큰 부담과 범죄 억제 효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해서 신고를 받으면 방미심위는 사이트를 확인하고 통신 사업자에게 접속차단 조치를 요구한다. 그러나 감사원에서 이를 확인한 결과 85%가 우회해서 접속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해외 법인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게시된 불법촬영물이나 딥페이크물의 접속 차단을 요구하는 게 사실상 실효성이 너무 낮은 상황인 것이다. 우회접속 문제 해결을 위한 차단 기술이 필요하다.
디지털 성범죄는 여전히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끈질기게 지켜보고 문제제기하며 대안을 마련해 나가야 할 문제다. 그 과정에서 이전과는 다른 보다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방향에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당신이 그동안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야동을 봐왔다면, 이제는 그 너머를 한 번 생각하길 바란다. 그 영상으로 인해 집 밖을 나가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영상에 나온 내 얼굴을 알아볼까 봐 성형 수술을 하고 해외에 나가는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매일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내 영상이 또 다른 사이트에 올라왔나 확인하는 피해자의 마음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