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9세의 마지막 기회, 계엄이 삼킨 10년 계획
특검이 내란 수괴 윤석열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특검은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중형으로 다스려야 한다. 법정형 중 최저형을 선택하는 것은 마땅치 않으며, 최저형이 아닌 형은 사형뿐이다”라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윤석열은 놀라울 정도로 재판 내내 단 한 번도 반성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비상계엄 선포부터 파면까지, 전 국민은 불안 속에서 밤잠을 설쳐야 했고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헌법 제66조는 대통령에게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부여한다. 그러나 윤석열은 그 신성한 책무를 저버린 것도 모자라, 온 국민의 기본권을 정면으로 침해했다.
계엄 발생 두 달 전인 2024년 10월, 나는 오랜 고민 끝에 중대한 결심을 내렸다. 주위의 여러 조언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내린 다짐이었다. 정치를 계속하고 싶다는 의지는 확고했지만, 그에 앞서 전문적인 경력을 쌓고 싶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면서도 현실적인 생활을 꾸려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문득 어릴 적부터 간직해 온 군인의 꿈이 떠올랐다. 학사장교 지원 제한 연령인 만 29세, 내게 남은 마지막 기회였다. 해군사관학교 후보생 교재를 사고 체력을 단련하며 영어와 한국사 가점까지 준비했다. 몇몇 지인에게만 조심스레 알린 채, 나는 조용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12월 3일 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발동했다. 소식을 듣자마자 국회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모습을 목격하며 나는 처음으로 군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입는 옷이라 믿어왔던 그 군복이, 그날 밤만큼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낯설고 이질적이었다.
나의 목표는 2025년 2월 학사 장교 지원이었다. 그러나 계엄 정국 속에서 입대를 자원하는 것이 옳은지 극심한 혼란이 찾아왔고, 결국 상황이 정리된 뒤 다시 판단하기로 했다. 2025년 4월, 계엄 선포 5개월 만에 윤석열이 파면된 후에야 비로소 일상을 되찾을 수 있었다. 나는 다시 입대 준비를 시작했다.
10월, 마침내 입대 공고가 올라왔다. 그러나 공고문을 확인한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임관일 기준 만 29세 미만, 즉 1996년 6월 2일 이후 출생자부터 지원 가능하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1996년 3월 29일생인 나는 단 몇 달 차이로 생애 마지막 지원 기회를 완전히 박탈당했다. 가슴속을 메운 허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 꿈이 좌절된 것이 오로지 윤석열 때문이라고만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가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만큼 중대한 존재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안 될 운명이었나 보다'라며 단념하려 노력하지만, 당시 느꼈던 감정은 단순한 실망 그 이상이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그가 내 오랜 고민과 노력을 무너뜨린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나뿐만 아니라, 그 1년 사이 취업, 입학, 결혼 등 중요한 생애 주기를 놓쳐버린 다른 청년들의 '사라진 시간'에 대해 윤석열은 대체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계엄으로 인해 억울함을 겪은 시민들은 곳곳에 존재할 것이다. 각자의 소중한 사연들이 침묵 속에 쌓여 있을 것이다. 국가의 대표를 잘못 선택한 대가가 얼마나 가혹한 후폭풍을 낳는지, 지난 1년은 우리에게 너무나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다. 그 무거운 책임은 결국 오롯이 시민들의 고통으로 돌아왔다.
시민의 힘으로 헌법재판소는 8대 0 만장일치 파면 결정을 내렸다. 이제 공은 재판부로 넘어갔다. 특검은 사형을 구형하며 "공동체가 재판을 통해 범죄 대응 의지와 신뢰를 구현하는 것"이 사형의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의 현명한 결단을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이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 역시 상실의 허무함을 뒤로하고 새로운 꿈을 향해 다시 걸음을 내딛으려 한다. 비록 제복을 입고 나라를 지키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어긋났을지라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타인의 존엄을 지키겠다는 본질적인 소명은 더 단단해졌다. 2026년, 독재의 그림자가 걷힌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나는 다시 새롭게 나의 미래를,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준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