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 대신 선택한 영화, 이 정도 감동일 줄이야

[리뷰] 영화 <신의 악단>을 관람하고

by 유미래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외출하고 들어온 남편이 안방에서 TV 시청하고 있는 나를 불렀다.


"여보, 우리 이번 주말에 별일 없지요?"

"쌍둥이 손자 오는 것 말고는 별일 없어요."


"그럼 일요일 저녁에 영화 보러 갑시다."

"정말요? '왕과 사는 남자' 보러 가는 거지요?"

"그 영화 말고 '신의 악단' 보러 갑시다."


요즘 천만 관객이 넘었다는 <왕과 사는 남자>를 보러 갈 줄 알았는데 순간 실망이 되었다. 남편은 영화는 좋아하는데 영화관에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요즘 집에서도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동안 영화관에서 함께 본 영화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같이 본 영화는 '히말라야 , 한산: 용의 출현, 소풍' 정도다. 이런 남편이 갑자기 영화 보러 가자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이랬다. 우리 부부는 기독교인이다. 남편이 교회 성도님들과 모임이 있었는데 참석하신 분 중 몇 분이 <신의 악단>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며 꼭 보라고 한 거다. 남편은 믿음이 좋기에 기독교 영화라는 이유만으로도 영화를 꼭 보고 싶었을 거다. 영화 보러 가려면 영화표를 예매해야 하는데 그건 내 몫이다. 집 가까운 곳에 메가박스 영화관이 있다.


영화표를 예매하려고 메가박스를 검색했는데 <왕과 사는 남자>는 시간대별로 여러 관에서 상영하는데 <신의 악단>은 하루에 한 번밖에 상영하지 않았다. 다행히 3월 8일(일요일) 오후 5시 상영관이 있어서 주말 육아하는 쌍둥이 손자를 보내고 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상영관이 작은 곳이라 멀리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제일 뒷자리로 예매했다. 65세가 넘으니 영화비도 할인되는데 자주 보지 못해서 아쉽다.


가짜로 시작한 연극이었지만


영화 시작 10분 전에 입장하였다. 제일 뒷자리는 리클라이너 좌석(버튼으로 등받이와 발받침을 조절해 눕혀서 볼 수 있는 좌석)이었다. 의자를 올리고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있으니 집에서 영화 보듯 편했다. 아쉬운 건 60명 정도는 앉을 수 있는 영화관인데 딱 관람객이 열세 명뿐이었다. <왕과 사는 남자>와 비교가 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신의 악단>의 배경은 이랬다. 1990년대 대북 제재로 돈줄이 막힌 북한이 국제 사회에 2억 달러 지원을 얻기 위해 보위부가 북한 최초 '가짜 찬양단'을 만드는 임무를 띤다. 책임자는 보위부 소속 소좌(장교) 박교순(박시후 분)이다.


박교순은 어제까지 종교인을 탄압하던 보위부 장교였는데 오늘 가짜 찬양단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 거다. 이런 상황이 영화에서 재미로 다가온다. 이 영화는 실제 평양 '칠곡교회'에서 있었던 부흥회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또 다른 장교인 김태성(정진운 분)도 보위부 소속 인물로 박교순을 감시하며 팽팽한 대립각을 세워서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다.


초반부 찬양단에게 노래(찬양)는 그저 외워야 할 연극 대사였고, 기도는 보여주기 위한 가짜 제스처였다. 시간이 갈수록 '가짜'를 깨고 찬양과 성경 말씀은 '자유에 대한 갈망,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마음' 등으로 마음 깊숙이 스며들어 진심을 다해 노래 부르게 되었다. 이게 찬양의 힘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중간에 나오는 어린 교순의 일기장 사건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어린 교순은 어머니가 보았다는 성경책과 예수님에 관한 것을 일기장에 썼다가 교사에게 발각되어 고발당해 어머니가 처형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교순은 예수님을 믿는 사촌 형을 직접 자기 손으로 죽일 만큼 철저하게 주체사상으로 무장된 사람이었다.


속임수 연극으로 시작된 일이었지만, 교순이 성경을 읽으며 어릴 때의 신앙을 찾게 된다. 그만큼 어릴 때의 부모의 신앙이 자식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끼침을 보여준다. 교순의 변화를 보며 영화 속으로 풍덩 빠지게 된다. 남편은 교순이 성경을 읽으며 십자가가 보이고 점점 변해가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고 감동이 되었다고 했다.


울다가 웃다가 감동받은 영화


영화 속에는 교순이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이별하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에서 임영웅이 부른 드라마 OST인 '사랑은 늘 도망가'가 울려 퍼지는데 슬픔이 웃음으로 바뀌게 된다. 나는 박시후 배우 팬이라서 드라마 속 박시후가 떠올라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실제로 부흥회(찬양단)가 진행될 대동강 교회에 연습하러 가다가 트럭이 고장 나 멈춰 서서 눈 덮인 광야에서 부르는 '주 예수 나의 산 소망' 찬양은 남편과 조용히 따라 부르며 감동되었고, 찬양곡 '은혜'는 요즘 매일 듣는 찬양곡이 되었다. 설날에 넘어지며 치아가 부러지고 얼굴 등에 타박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지만, 뼈가 부러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되었고, 모든 것이 은혜란 생각이 든다.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중략)

모든 것이 은혜 은혜 은혜
한없는 은혜
내 삶에 당연한 것 하나도 없었던 것을
모든 것이 은혜 은혜였소
(중략)
-찬양곡 '은혜' 중

해피 엔딩보다 더 감동적인 결말


영화를 보면 늘 결말이 궁금하다. 해피엔딩(이야기의 결말이 행복하게 끝나는 것을 뜻함)을 좋아하는데 <신의 악단>을 보며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그동안 신의 악단이 모여 울고 웃으며 연습했던 부흥회를 보여줄 시간이 찾아왔다.


보위부 장교인 교순과 태성은 찬양단원들이 공연 후에 모두 사형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등이 컸을 거다. 부흥회를 보기 위해 외국에서도 관계자가 오고, 북한 고위 지도부도 속속 도착한다.


찬양단을 태운 트럭이 도착했다. 부흥회가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해하며 화면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예상 못했던 반전이 일어난다. 그렇게 영화는 결말로 향한다. 교순이 트럭에서 내리고 트럭 천막을 올렸는데 찬양대원이 없다. 교순과 태성이 갈등 끝에 찬양단을 중간에 탈출시킨 거다. 결국 그 일로 교순과 태성은 처형당한다.


피투성이가 된 교순이 처형장으로 끌려가며 부르짖었던 말이 지금도 귀에서 맴돈다.


"하나님, 저 잘한 것 맞지요."


내 눈에서도 남편 눈에서도 눈물이 쉼 없이 흘러내렸다. 이 영화에서 감독이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감독은 신앙이나 이념을 넘어서 통제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 영화는 해피엔딩도 베드엔딩(나쁜 결말)도 아닌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탈북하는 '신의 악단' 단원들이 국경을 넘어 무사히 도착했을지는 모른다. 추운 겨울이라 누구는 중간에 죽을 수도 있고, 누구는 탈북에 성공했을 수도 있다. 다만 마음으로 찬양단 모두 무사히 자유를 찾아 종교의 자유를 누리며 살기를 바란다.


주인공 박교순이 처형당하면서도 끝까지 평온한 표정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진한 감동을 받았다. 죽음 앞에서도 행복할 수 있었던 건, 가짜가 아닌 진짜 진심을 쏟아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었으리라.


영화 관람을 마치며 기독교인으로서 그의 마지막 미소가 북한의 차가운 땅을 녹이는 기도가 되어, 그곳에도 자유로운 찬양의 소리가 울려 퍼질 날을 소망해 본다. 아직 <신의 악단>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꼭 보시길 추천드린다.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마음속에 큰 감동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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