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따먹기 놀이하며 '성공과 실패' 맛보며 즐거운 시간 보내는 아이들
올해 노인 일자리로 공공기관(초등학교, 돌봄 센터, 도서관 등)에서 전통 놀이지도하며 보람을 느낀다. 3월 셋째 주부터 시작된 현장 활동은 벌써 2주 차에 들어갔다. 보통 한 학급당 8차시로 진행되니 두 달 정도 학생들을 만난다. 수업할 때마다 재미있어하는 학생들을 보며 이런 수업이 초등학교에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주부터 인천 서구에 있는 신도시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쌍둥이 손자가 다니는 학교라서 더 설렌다. 손자는 2학년이라서 직접 수업으로 만나지 않는다. 그래도 정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요즘 학생 수가 줄어들고 서울에서도 올해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생겼다. 그런데 여긴 달랐다. 전통 놀이지도하는 3학년만 해도 11학급이나 된다. 이번에 전통 놀이지도 하는 선생님 11명을 조장 한 명을 제외하고 다섯 명씩 두 개조로 나누어 수업하는데 수요일에는 세 반씩 여섯 학급, 금요일에도 두 반과 세 반으로 나눠서 다섯 학급에 들어가서 수업을 하였다. 그러니까 하루에 3교시 수업을 하는 거다.
첫째 시간 수업이 '땅따먹기'라서 수업일 전날에 집에서 땅따먹기에 사용할 종이 공을 색종이로 완벽하게 만드느라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학생 중에는 종이접기를 잘하는 학생도 있지만, 잘 접지 못하면 접는 걸 도와주어야 해서 손이 빨라야 하기 때문이다. 눈 감고도 접을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서 접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아이들의 눈이 반짝이는 시간
"우리는 노인복지관에서 나온 전통 놀이지도 선생님입니다. 전통 놀이가 무엇일까요?"
"옛날에 하던 놀이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많이 하던 놀이입니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놀이입니다."
3학년이라서 그런지 전통 놀이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전통 놀이에 대해 한 번 더 설명해 주고 전통 놀이에는 공기놀이, 제기차기, 딱지치기, 윷놀이, 연날리기, 팽이치기 등 종류가 많다는 것도 설명해 주었다. 그러며 오늘 수업할 '땅따먹기'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오늘 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질서와 규칙 지키기"임도 강조했다. 놀이하다가 다치는 일도 가끔 있다고 해서 수업 시작 전에 단단하게 일렀다.
다행히 땅따먹기 놀이해 본 학생들도 있었다. 우리 어릴 때 땅따먹기는 주로 바닥에 금을 그려 납작한 작은 돌을 말로 사용하여 놀았다. 전통 놀이지도 연수 때 교실에서도 땅따먹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했는데 오늘 학생들과 놀이하며 나도 학생들도 정말 신났다.
수업은 선생님들이 모둠(조)에 한 분씩 들어가서 모둠 활동으로 진행된다. 학급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수업한 학교는 학생 수가 많은 편이라서 한 모둠이 네 명에서 여섯 명이었다. 수업 시간 40분 중 시작과 정리 시간이 각각 5분, 종이공 접는데 10분 정도 소요되어서 놀이시간은 20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 놀이하다 보니 시간이 짧아 아쉬웠다.
학생들이 색종이로 접은 공을 입으로 불어 바람을 넣으면 부풀어 공이 되는 것도 신기해했다. 드디어 땅따먹기 놀이 시간이다. 모조지에 먼저 한 뼘 정도 되는 반원만큼 내 집을 그리고,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한다. 내 집에 순서 번호와 이름을 적고 놀이에 들어간다. 그때부터 아이들 눈이 반짝거리고 '땅 부자'가 되려고 집중한다.
놀이하며 배우는 인생의 교훈
땅따먹기는 공을 손으로 튕겨서 세 번에 자기 집으로 돌아오는 놀이다. 다른 사람이 딴 땅을 빼앗아 올 수도 있다. 수업 중에 갑자기 옆 모둠에서 남자아이가 울어서 쳐다보았다. 수업 중에 가끔 있는 일이라는 걸 선배 선생님께 들어서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아이들 중에는 경쟁심이 지나치게 많은 학생이 있다. 내가 딴 땅을 빼앗겨서 속상해서 우는 거다. 놀이 시작하기 전에 "놀이는 즐기려고 하는 거니까 땅을 빼앗겼다고 울면 안 돼요.'라고 주의 주었는데도 성격상 어쩔 수 없다. 다행히 담임선생님이 오셔서 달래주어 울음은 멈췄다.
땅따먹기 놀이하다 보니 학생들 성격이 보였다. 안정적으로 조금씩 땅을 넓히는 학생도 있었고, 욕심에 말을 멀리 보내서 큰 땅을 만들려고 하다가 결국 땅을 만들지 못하고 실패하는 학생도 있었다. 땅따먹기가 놀이를 넘어서 '성공과 실패'를 맛보는 경험이 될 수 있다. 지나치게 욕심부려서 공을 멀리 보내면 집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실패하는 경험을 맛본다. 그다음에는 지나치게 욕심부리지 말아야겠다고 반성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공을 보내 땅을 만든다.
전통 놀이 수업은 늘 시간이 부족해서 아쉽다. 수업 마지막 5분 정도는 학생들에게 자리에 앉게 하고 늘 수업에 대한 소감을 나눈다.
"오늘 땅따먹기 놀이 어땠나요?"
"재밌어요. 더 하고 싶은데 끝나서 아쉬워요."
"나중에 담임선생님과 시간 만들어서 또 해 보세요."
"저는 내가 땅을 따서 좋았는데 친구에게 땅 일부를 빼앗겨서 속상했어요."
"저는 욕심 부리다가 땅을 거의 따지 못했어요. 다음에는 욕심부리지 말고 조금씩 땅을 만들어야겠어요."
학생들 소감은 끝이 없었다. 모두 한목소리로 하는 이야기는 '재미있었고, 또 하고 싶다.'는 거였다. 이것만으로도 성공한 수업이란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 3학년은 스마트폰 세대인데도 전통 놀이가 재밌다고 하니 기특하다. 이제 놀이 방법을 알았으니 교실에서 친구들과 가끔 하면서 즐거운 시간 보내길 기대한다.
교사로 퇴직한 지 거의 4년이 다 되어간다. 함께하는 전통 놀이 선생님 열 분도 모두 70대다. 이구동성으로 손자 같은 아이들에게 전통 놀이지도하는 시간이 귀하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며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좋고, 많지는 않아도 노인 일자리 급여로 용돈도 버니 좋다고 하신다.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 만나 일상을 나누는 것도 좋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 건강도 챙길 수 있어서 좋다고 하신다. 이건 일석이조를 넘어서 일석사조다. 참 귀한 활동이다.
내가 다니는 노인복지관에서 노인일자리로 '전통 놀이지도'를 시작한 지 올해로 4년 차라고 한다. 나는 올해 처음 참여했지만, 4년째 참여하신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전통 놀이지도'가 인기가 좋아서 매년 신청하는 학교가 늘어난다고 하셨다. 올해도 정말 많은 초등학교에서 신청해서 11월까지 일정이 다 채워졌다고 담당 복지사님이 이야기해 주었다.
우리 마을에 있는 노인복지관 '전통 놀이지도' 노인 일자리가 널리 널리 퍼져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길 기대해 본다. 잊혀가는 전통 놀이를 아이들에게 전하는 활동이 참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