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기다려 도전한 '낭독봉사', 떨어졌어도 좋은 이유

인천송암점자도서관 '모니터 단' 봉사활동을 시작하며

by 유미래

42년 6개월 동안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살았다. 퇴직하면서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다. 현직에 있을 때 학생들에게 '책 읽어주기'를 꾸준하게 하였기에 그것이 봉사활동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찾은 것이 점자 도서관 '낭독 봉사'였다.


몇 년 동안 책 읽어주기를 했으나 낭독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은 없다. 낭독 봉사를 하기 전에 낭독 공부가 필요함을 알았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낭독 수업'이었다. 낭독 수업 기초과정을 알아보다가 줌으로 하는 낭독 수업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하였다. 수업은 일 대 일로 주 1회 줌 수업으로 진행했다.


10차시까지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복식 호흡법 등 낭독에 필요한 것들을 꼼꼼하게 알려주셨다. 매주 낭독한 것을 녹음하여 보내면 낭독 선생님이 모니터링을 해주셨고, 그동안 낭독하며 잘못된 점을 많이 고쳤다. 쉬울 것 같았던 낭독은 할수록 어려웠다. 지난해 2월에 수업이 마무리되었다. 수업을 마치며 ‘낭독 지도사 초급’ 교육을 이수했다는 ‘교육 수료증’도 받았다.


1년 기다려 도전한 낭독 봉사활동


낭독 수업하면서 봉사활동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았다. 내가 사는 인천에 '송암점자도서관'을 알게 되었다. 우선 전화로 낭독 봉사활동 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는데 낭독 봉사자를 모집하게 되면 알려주신다는 답을 받았다. 확실하게 하려고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낭독 녹음 봉사' 자원봉사도 등록해 두었다.


낭독 수업해 주신 선생님께서 '낭독 중급반' 수업을 소개해 주셨는데 작년에 여러 가지로 바빠서 수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낭독 초급 과정을 수료하고 이어서 중급 수업을 받았어야 했는데 아쉽다. 틈틈이 낭독을 연습하면서 작년 1년 동안 기다렸는데 낭독 봉사활동 모집 공고는 지난해 12월이 다 가도록 올라오지 않아서 포기하고 있었다.



낭독 봉사는 포기하고 있었는데 지난 2월 말에 문자가 왔다. 작년 1년 내내 기다렸던 소식이 온 거다. 어찌나 기쁜지 바로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확인해 보았다. '소리 나누미(낭독 봉사)'를 희망하는 사람은 10분 내외의 낭독 녹음분을 메일로 보내라고 했다.


1년 내내 기다린 소식이었는데 하필 이때 모집하다니, 고민되었다. 사실 나는 설 연휴에 넘어지면서 이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해서 요즘 치아 치료를 위해 이를 세 개나 뺐다. 이를 빼고 임시 치아를 만들었는데 발음이 제대로 안 된다. 임시 치아를 빼면 바람이 새서 안 되고, 임시 치아를 끼우면 발음이 어눌해진다. 사실 이대로라면 낭독 녹음은 무리다.


1년 넘게 기다린 봉사활동이라서 고민하다가 낭독 수업할 때 녹음 해둔 것 중에 10분 정도 되는 파일을 찾아서 메일로 보냈다. 메일을 보내면서 합격을 해도 걱정이었다. 치아 치료를 하는데 6개월이 걸린다는데 그동안은 낭독할 수 없을 텐데 도서관에서 사정을 받아줄지도 걱정되었다.

'낭독' 봉사 대신 '모니터 단' 봉사활동으로


3월 중순에 치과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데 핸드폰으로 '인천송암점자도서관'에서 전화가 왔다. 순간 '나 합격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대하며 바로 전화를 받았다. 담당 직원이 "낭독 봉사자는 떨어지셨는데 혹시 모니터 단은 하실 수 있으실까요?" 하는 전화였다. 서운한 마음과 '다행이다.'라는 두 가지 마음이 교차했다. 몇 가지 궁금한 것을 여쭈어보았다.


"모니터 단은 어떤 일을 하나요?"

"낭독 봉사자가 녹음한 것을 들으시고 잘못된 부분 등을 찾으시는 거예요."


"모니터 단도 주 1회 도서관을 방문해야 하나요?"

"맞습니다. 본인이 시간을 정하셔서 주 1회 방문하시면 되세요."

"모니터 단 신청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올 1년 나는 송암점자도서관 낭독 봉사 모니터단이 되었다. '꿩'대신 '닭'이라고 해야 할까, '낭독' 대신 '모니터 단'이지만, 낭독 관련 봉사활동을 할 수 있어서 소원성취했다. 지난 3월 20일에 소리 나누미 첫 교육이 있었다.


우리 집은 인천 서구인데 도서관은 반대쪽 끝이라서 지하철을 타고 버스로 한 번 더 바꿔 타야 한다. 시간도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몸도 안 좋다면서 그 먼 곳까지 봉사활동 하러 가야 해요?"

"미안해요. 내가 퇴직하면서 꼭 하고 싶었던 봉사활동이라서 기회가 왔을 때 하려고 해요."


남편이 걱정되었는지 하지 말았으면 했다. 하지만 멀어도 하고 싶었던 봉사활동이라 '기회가 왔을 때 하는 것이 맞다.'라고 생각했다.


점자로 써 있는 '환영합니다' 인사말


지난 20일 오전에 노인 일자리 '전통 놀이' 지도를 마치고 점심도 먹지 못하고 송암점자도서관을 찾아갔다. 처음 가는 길이라서 핸드폰으로 길을 검색하며 정말 어렵게 도착했다. 멀긴 정말 멀었다. 3층 연수실에 도착했는데 입구에 있는 '환영합니다'를 점자로 써놓아서 이곳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도서관이라는 것이 실감되었다.


소리 나누미 녹음실

신규 '소리 나누미'는 낭독 봉사자 열 분과 모니터 단 세 명으로 모두 열세 명이었다. 먼저 도서관을 한 바퀴 둘러보았는데 3층에 있는 낭독 녹음실을 견학했다. 녹음실은 모두 네 곳으로 공간이 작았고, 책상 위에 컴퓨터와 녹음할 수 있는 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한 명씩 계획된 시간에 책을 낭독해서 컴퓨터에 저장해 두면 모니터 단이 단어가 틀렸거나, 빠트린 문장 등을 찾아내면 다시 수정해서 책 한 권을 완성하는 시스템이다.


도서관 열람실이 비치된 점자 도서

송암점자도서관 2층은 열람실로 다른 도서관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았다. 열람실에는 점자로 된 책들이 서가에 꽂혀 있었다. 책을 펼쳐보니 점자로만 되어 있었다. 옆 서가에는 동화책들이 있었는데 동화책 글자 위에 점자가 덧붙여 있었다.


옆 방에는 소리 나누미들이 녹음해서 만든 CD와 카세트테이프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요즘은 USB에 녹음 분을 저장해서 드린다고 한다. 안내해 주신 사서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요즘 이곳을 찾는 시각장애인들이 소리 나누미가 녹음해 준 것을 선호하신단다. 왠지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왔다.


'소리 나누미'는 녹음 봉사자와 '모니터 단'으로 나누어지는데 주 1회 1년 동안 지속적인 봉사를 원칙으로 한다.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 이상 봉사하면 VMS(사회복지자원봉사인증관리)에 봉사시간을 입력해 준다. 나는 재작년에 산타 선물 배달하면서 가입했고, 그때 받은 봉사 시간이 누적되어 있다. 소리 나누미 제작 과정, 활동 시 준수 사항, 자원봉사 신청서 작성 등 2시간 정도 걸려서 연수가 진행되었다.


올해는 오전에 노인 일자리로 초등학교 등에 '전통 놀이' 지도를 다니므로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시간으로 봉사 시간을 신청했다. 규정이 2주 이상 봉사활동 미 참석 시 봉사활동이 중단된다고 한다. 봉사활동은 3월 31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신규 소리 나누미 기초교육받고 돌아오며 올해 건강하고 어떠한 사안도 발생하지 않아서 1년 동안 봉사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봉사활동은 나의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는 일


무슨 일이든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없다. 노인 일자리도 정보를 알고 신청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낭독 봉사 모니터 단도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봉사활동은 나의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는 일이다.


나 혼자 힘만으로는 세상을 살아가기 어렵다. 나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있어서 잘 산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나누고, 나보다 어려운 분들을 돌보고 섬기는 일은 인생을 보람 있게 잘 사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남을 돌보는 일은 결국 나를 돌보는 일이 된다.


올 한 해도 바쁘겠지만, 하고 싶었던 일에 조금 다가가서 고맙다. 치아 치료가 끝나면 올해 낭독 공부를 좀 더 해서 내년에는 낭독 봉사자에도 다시 도전해 봐야겠다. '준비된 사람에게만 행운이 찾아온다.'라는 말을 명심해야겠다. 새로 시작하는 낭독 모니터 단 일로 올 한 해가 보람된 일 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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