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은 외가에서, 또 한명은 친가에서 '외동아들 놀이'로 즐거웠던 주말
초등학교 2학년 쌍둥이 손자가 있다. 쌍둥이라서 늘 붙어 다닌다. 학원도 같이 다니고 여행을 가거나 키즈카페에 갈 때도 늘 함께 데리고 다닌다. 쌍둥이 손자를 주말 육아하고 있는데 주말에 우리 집에 올 때도 늘 같이 온다. 지난 주말에 우리 집에 온 손자 중 연우가 내 옆에 와서 조용히 말한다.
"할머니, 다음 주에 '외동아들 놀이'하고 싶어요."
"지우랑 따로 놀고 싶은 거야?"
"지우는 동양동 할머니네 가고, 저는 할머니네 집에 오고 싶어요."
"지우 보고 싶지 않겠어?"
"괜찮아요."
쌍둥이 손자가 외동아들처럼 따로 놀았던 것은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작년 3월에 딱 한 번뿐이었다. 연우가 갑자기 그때가 생각났나 보다. 그때는 꽃 좋아하는 연우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충남 서천에 동백꽃을 보러 갔었고, 지우는 우리랑 강화도에 있는 '옥토끼 우주 센터와 고인돌 유적 공원'에 갔다가 토요일 저녁에 다시 만났었다. 그때 이렇게 따로 노는 것을 '외동아들 놀이'라고 말해주었는데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냥 흘려보낼 수 있는 말이었는데 쌍둥이지만, 가끔 따로 놀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전통 놀이 지도하러 손자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일주일에 두 번 가는데 가끔 손자들 하교 시간에 맞추어 교실 앞에서 기다리다가 집에 데려다준다. 쌍둥이 손자는 주중에는 외할머니가 돌봐주신다.
지난주 수요일에도 학교에서 손자들을 데리고 쌍둥이네 집에 가서 외할머니를 만났다. 외할머니 하고는 자주 만나기에 언니 동생처럼 편하게 지낸다. 이런저런 이야기하던 중에 "연우가, 외동아들 놀이하고 싶다네요."라고 말씀드렸는데 외할머니도 한 번쯤은 쌍둥이 손자가 따로 지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셨나 보다. 사부인이 내 말을 듣고 며느리에게 말해서 지난 주말에 연우는 우리 집에 오고, 지우는 외할머니 따라서 외가에 갔다.
꽃 좋아하는 손자는 하얀 민들레 찾아서
금요일 저녁에 아들네 집에 가서 쌍둥이 손자 중 연우만 데리고 왔다. 둘을 한꺼번에 돌보다가 혼자 있으니까 한결 수월했다. 밥 먹이는 것도, 놀아주는 것도, 씻기는 것도 한 명이니 힘이 안 들었다. 연우에게 지우 보고 싶지 않은지, '외동아들 놀이'하니 어떤지 물어보았다.
"할머니, TV도 내 맘대로 보고 핸드폰도 할 수 있고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렇구나. 연우야, 내일 어디 가고 싶어. 할머니랑 꽃 보러 갈래? 드림파크와 인천 대공원 중 어디 갈까?"
"거기 말고 하얀 민들레 보러 가고 싶어요. 예전에 다니던 태권도 학원 가는데 한옥이 있는데 거기에 하얀 민들레가 있었어요."
연우는 많은 꽃 중에서 유독 민들레를 좋아한다. 요즘 어딜 가도 노란 민들레밭이다. 요즘 연우가 좋아하는 민들레는 노란 서양민들레 말고 토종 민들레다. 토종 민들레는 꽃받침이 꽃잎을 감싸고 위로 올라가 있어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민들레 좋아하는 연우 덕분에 노란 민들레 외에 다른 색깔 토종 민들레가 있음을 알았다. 관심을 가지니 여기저기서 토종 민들레가 보였다.
연우가 가자고 한 곳은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다. 손자들이 지금 사는 신도시 아파트로 이사 오기 전 유치원 때 잠깐 태권도 학원에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걸 기억하다니 연우 기억력이 참 놀랍다.
토요일에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연우와 하얀 민들레를 보러 출발했다. 연우에게 하얀 민들레가 없어도 실망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거리는 짧은데 지하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곳이다. 인천 2호선을 타고 검암역에서 공항 철도로 갈아타고 계양역에서 인천 1호선을 한 번 더 갈아타고 박촌역에 내렸다. 4번 출구로 나가서 연우가 알려주는 곳으로 갔다.
건너편에 전에 살던 아파트가 보이자 반가운 듯 손으로 가리켰다. 이사한 지 1년 반 정도 되었는데 하얀 민들레가 있었다는 한옥을 잘 찾아갈까 걱정되었다. 더군다나 그곳에 정말 하얀 민들레가 있을지도 염려되었다. 골목을 따라 들어가니 한옥 두 채가 보였다. 내가 자꾸 가슴이 뛰었다.
연우 손을 잡고 한옥 옆을 지나는데 저쪽에 하얀 꽃이 많이 피어있었다. ‘설마 저 꽃이 다 하얀 민들레일까?’ 속으로 기대 반 의심 반 하며 가까이 가보니 정말 하얀 민들레밭이었다. 연우와 나는 놀랍기도 하고 반가워서 동시에 "하얀 민들레 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할머니, 하얀 민들레가 엄청 많아요."
"연우 소원이 이루어졌네."
나도 깜짝 놀랐다. 여기까지 와서 하얀 민들레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면 연우가 '얼마나 실망할까?'하고 걱정했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연우가 유튜브에서 보았던 하얀 민들레를 보자 정말 좋아했다. 무슨 보물이라도 찾은 듯 신났다. 지하철을 여러 번 갈아탔지만, 여기에 오길 참 잘했다. 오늘 연우는 하얀 민들레를 실컷 보며 소원성취했다. 손자가 좋아하니 나도 흐뭇했다.
비행기 좋아하는 손자는 비행기 보러
지우와 연우는 일란성쌍둥이로 지우가 1분 먼저 태어났다. 쌍둥이인데 성격도 식성도 좋아하는 것도 많이 다르다. 꽃, 단풍나무 등 자연을 좋아하는 연우에 비해 지우는 꽃에 관심이 별로 없다. 대신 비행기, 세계 여러 나라 국기, 지하철 노선도 등을 좋아한다. 한 명은 문과, 한 명은 이과 성향으로 쌍둥이가 이리 다를 수 있음이 신기하다.
외가에 간 지우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인천공항에 비행기 착륙하는 것을 보러 간단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간 적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때는 연우도 함께 갔었다. 지우는 비행기 꼬리만 봐도 어느 나라 비행기인지 다 알 정도로 비행기를 좋아한다. 우리도 쌍둥이 손자가 비행기를 좋아해서 비행기 보여준다고 인천공항에 데리고 간 적이 있었다.
지우가 비행기 착륙하는 것을 보러 간다고 해서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 가는 줄 알았는데 인천공항 하늘 정원에 가면 비행기가 머리 위에서 착륙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하셨다. 몇 분마다 여러 나라의 비행기가 착륙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지우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비행기 착륙하는 것을 잘 보고 왔단다. 지우도 오늘 즐거운 하루였다.
손자들 덕분에
사돈은 참 가까우면서도 어렵다. 따지고 보면 자식을 나눠 가진 사이니 가까워야 하는데 왠지 어렵다. 그런 어려운 사돈인데 쌍둥이 손자를 주중에는 외할머니가, 주말에는 내가 돌보다 보니 자주 만나게 된다. 오늘도 일요일에 사돈어른께서 일정이 있으셔서 지우를 데려와야 했다. 점심 식사를 함께 하려고 근처 음식점에서 만났다.
사돈과 식사할 때는 아들 며느리를 통해 약속 잡아서 만나는데 오늘은 우리끼리 만났다. 사돈어른이 "쌍둥이 덕분에 사돈끼리 이렇게 식사하네요."라고 말씀하셔서 "그러네요."라며 맞장구를 쳤다. 오늘은 남편이 일이 있어서 나 혼자 연우를 데리고 가서 사돈과 식사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반가운 자리였다.
식사 후에 사돈어른이 집까지 데려다주셔서 지우 연우 '외동아들 놀이'는 여기서 끝났다. 둘이 있을 때보다 한 명만 돌보니 정말 수월했다. 힘은 들어도, 가끔 리모컨 싸움, 핸드폰 싸움을 해도 쌍둥이는 같이 있는 것이 예쁘다.
사돈과 헤어지면서 가끔 쌍둥이 손자에게 '외동아들 놀이' 시켜주자고 했다. 아이들도 가끔 떨어져 있어야 서로가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쌍둥이 손자 '외동아들 놀이'는 1박 2일로 끝났지만,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었을 거다. 덕분에 우리도 사돈끼리 모처럼 식사하는 자리까지 만들어서 더 의미 있는 하루였다. 쌍둥이 손자가 서로 챙겨주고 양보하며 의좋은 형제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