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와 찾은 봄꽃.. 민들레, 제비꽃, 봄까치꽃도 자세히 보니 보였다
요즘 노인일자리로 초등학교에 전통 놀이지도 하러 나가보면 군데군데 빈자리를 볼 수 있다. 아파서 등교하지 못한 학생 자리다. 학기 초가 학생들에겐 긴장도 되고 힘들다. 아이들이 머리나 배가 자주 아프다고 하면 꾀병 아니냐고 하지 말고 마음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 집 쌍둥이 손자 지우도 지난 목요일에 학교에서 열이 나서 보건실에 갔더니 열이 높아서 조퇴해야 한다고 연락 주셔서 며느리가 학교에 가서 데려왔다.
쌍둥이 손자 중 연우는 수업을 마치고 집에 왔다. 지우는 집에 와서 바로 병원에 다녀왔는데 저녁에 지우 체온이 39도까지 올라가서 해열제를 먹고 간신히 열이 내렸다. 쌍둥이라 한 명이 아프면 다른 한 명도 따라 아프다. 전날 괜찮던 연우도 열이 있어서 금요일에는 둘 다 등교하지 못했다.
아픈데도 할머니 집에 가겠다는 쌍둥이 손자
주말에 쌍둥이 손자 육아한 지 팔 년째다. 우리가 쌍둥이 손자를 주말 육아하게 된 것은 며느리가 직업상 주말에 일하고 대신 주중 이틀을 쉬기 때문에 주말에는 아들 혼자 쌍둥이 손자를 돌봐야 하기 때문이었다. 주중에는 외할머니가 돌봐 주시지만, 외할머니도 주말에 쉬시면서 충전하셔야 그다음 주 손자들을 돌보실 수 있다. 지금은 손자들도 초등학교 2학년이니 아들이 혼자 보는 것도 가능하지만, 어릴 땐 혼자서는 힘들었다.
"지우 연우, 이번 주는 아프니까 아빠랑 집에 있자."
"안 돼요. 할머니 집에 갈래요. 군자란이 꽃 피었는지 봐야 해요."
"할머니한테 사진 찍어서 보내달라고 하면 되지."
"그냥 갈래요. 약 가져가서 먹으면 되잖아요."
꽃 좋아하는 연우가 지난주에 우리 집에 와서 군자란 꽃대 올라온 것을 보고 갔다. 집에 가서도 꽃이 언제 필지 궁금해서 저녁마다 영상 통화하며 군자란 꽃대 올라온 것을 보여달라고 했다. 결국 손자 고집에 져서 금요일 저녁에 해열제 등 감기약 한 보따리를 가지고 우리 집에 왔다. 남편과 내가 아들 전화받고 금요일 저녁에 쌍둥이네 가서 손자들을 데려온 거다.
지우가 가끔 기침을 했는데 다행히 열은 없었다. 주중에 손자들을 돌보시는 외할머니가 연우가 오후에 열이 나서 해열제를 먹였다고 하셨다. 보기에는 기운이 조금 없어 보이는데 둘 다 컨디션이 아주 나쁜 것 같진 않아서 일단 안심이 되었다. 그래도 또 언제 열이 날지 몰라 긴장되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점퍼를 벗고 연우는 군자란이 있는 베란다로 갔다. 군자란이 곧 꽃 필 것 같다며 좋아했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군자란 꽃대가 많이 올라왔다. 꽃대가 일곱 개나 올라와서 꽃이 다 피면 베란다에 등불을 밝힌 것처럼 환해질 거다. 매년 3월이면 어김없이 꽃 피워주는 군자란이 고맙고, 일 년을 기다려야 보는 꽃이라 우리 집에 귀한 선물을 보내준 것 같아서 소중하다.
우리 집은 베란다에서 반려 식물을 많이 키운다. 군자란 화분이 여섯 개고, 그 외에 브라질 아브틸론, 제라늄, 수국, 밴쿠버 제라늄, 호야, 천냥금 외에 동양란도 40여 개가 된다. 베란다 식물은 은퇴한 우리 부부에게도 위로가 되지만, 주말에 오는 쌍둥이 손자에게는 자연 학습장이 된다.
특히 식물 좋아하는 연우에겐 친구 같은 식물이다. 한 번 알려준 식물 이름도 신통하게 잘 기억한다. 군자란처럼 꽃이 피면 연우는 일주일 내내 영상통화로 꽃 안부를 묻는다. 남자아이인데 식물 좋아하는 연우가 며느리는 할머니를 닮은 것 같다고 한다. 나를 닮았다고 하니 손자가 더 예뻐 보인다.
봄 꽃 찾아 나갔다가 발견한 것
토요일에는 둘 다 감기로 바람 쐬면 안 될 것 같아서 집에서 놀았다. 다행히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고 열도 내리고 지우는 기침도 좋아졌다. 아이들이 아프면 어른은 마음이 더 아프다. 대신 아파주고 싶다. 밥도 잘 챙겨 먹이고 약을 하루에 세 번씩 시간 맞추어서 챙겨 먹였다.
약 종류가 많아서 약 먹이는 것도 신경 쓰였다. 어린이 약은 약병에 용량이 쓰여 있다. 약통에 용량대로 잘 섞어서 먹여야 해서 돋보기를 쓰고 집중해야 한다. 주말에 우리 집에 와서 감기가 심해지면 어떡할까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연우도 컨디션이 좋아져서 베란다에 자주 나가서 군자란 꽃봉오리가 얼마나 피었는지 확인하며 놀았다.
일요일에는 쌍둥이 손자 데리고 교회에 다녀왔다. 손자들은 주일학교 유년부(초등 1, 2학년 반)에서 예배보고, 남편과 나는 성인 예배를 본다. 일요일에 손자들과 교회 다녀오며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돈가스집이다. 쌍둥이인데 둘은 식성이 정말 다르다. 지우는 어묵 우동을 먹고, 연우는 카레에 밥을 비벼서 돈가스를 먹는다.
돈가스집에 가면 어느새 지우가 무인 주문기(키오스크)로 우동과 등심 돈가스, 안심 돈가스를 주문하고 얼른 카드로 계산하라고 한다. 어른은 배워도 어려운 키오스크를 손자들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척척 잘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늘 똑같아서 묻지도 않고 주문한다.
식사하고 지우는 기침이 조금 남아 있어서 할아버지 차를 타고 먼저 가고, 연우는 민들레꽃을 찾는다며 집까지 걸어가겠다고 했다. 연우는 민들레꽃을 정말 좋아한다. 민들레꽃이 보고 싶어 겨울에도 봄이 언제 오냐며 봄을 손꼽아 기다렸다. 겨울에는 유튜브에서 다양한 민들레꽃을 찾아보며 논다. 나도 손주 덕분에 영상 보며 서양민들레와 토종 민들레 구별하는 것도 알았고, 하얀 민들레꽃과 분홍 민들레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연우와 걸어가다 보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봄꽃을 많이 보았다. 늘 바쁘게 걸으며 주위를 살피지 못해서 다양한 봄꽃이 이렇게 많이 피었음을 몰랐다. 우리 동네는 늘 봄이 조금 늦게 온다. 서울에 목련이 피었다는 소식을 접해도 한참 기다려야 핀다. 그래서인지 봄꽃을 아직 많이 보지 못했다.
걸으며 민들레가 있으면 연우는 쪼그려 앉아서 혹시 꽃대가 올라왔는지 살폈다. 민들레꽃이 왜 좋냐고 물어보면 "민들레꽃이 예뻐서 좋다."라고 하는데 잎만 있는 민들레도 지나치지 못하고 살펴본다.
연우와 걸어가며 자세히 살펴보니 봄꽃들이 보였다. 양지에 피어있는 민들레꽃, 제비꽃, 봄까치꽃 그리고 개나리꽃, 산수유 등 연우 덕분에 오늘 봄꽃을 많이 만났다. 연우는 작은 꽃도 어찌나 잘 찾는지 신통했다. 자세히 보니 봄꽃이 보였다. 봄꽃을 보니 나태주 시인님의 '풀꽃' 시가 생각났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쌍둥이 손주는 이번 주도 우리 집에서 2박 3일 동안 잘 놀다 갔다. 감기 걸려서 올 때는 기운이 없었는데 약 먹고 컨디션이 좋아졌다. 감기가 심해질까 봐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다. 특히 연우는 군자란꽃을 보고, 좋아하는 민들레꽃도 찾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지우도 우리 집에서 푹 쉬어서 컨디션이 좋아졌다. 월요일에는 등교가 가능할 것 같았다. 손자는 다음 주에도 할머니와 공원에 가서 민들레꽃 찾고 싶다고 했다. 쌍둥이 손자가 아프지 말고 건강하길 기도한다. 또한 학기 초에 학생들이 건강하게 학교에 잘 다니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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