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가기 싫다고, 학교 가기 싫다고 울던 손자, 올핸 걱정 덜었다
거의 두 달 동안의 긴긴 겨울 방학이 지나고 3월이 되었다. 쌍둥이 손자도 2학년이 되어 3월 3일에 등교하였다. 매년 3월 초는 새 학기가 시작된다.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기대도 되지만, 걱정이 앞선다. 새 학기에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 잘 적응할지 긴장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반, 새로운 선생님, 새 친구 등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면 좋은데 생각보다 많은 아이가 힘들어한다.
나는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직했다. 퇴직 전에는 매일 아침 교문에서 '등교 맞이'를 하였다. 등교 시간에 교문에 서 있다 보면 입학식을 하고 첫 주에 교실에 안 간다며 우는 1학년을 자주 본다. 그럴 땐 보호자(주로 엄마와 아빠)에게 교실까지 데려다주시라고 하거나 "오늘은 교장 선생님과 교실에 갈까?"라며 손잡고 교실까지 데려다주기도 하였다. 대부분 1주일 정도면 적응이 되는데 심한 경우는 2주일까지 적응이 안 되는 학생도 있었다. 그럴 땐 정말 안타까웠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는 네 살 손자
우리 집에도 손주가 세 명 있다. 쌍둥이 손자는 올해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고, 막내는 네 살로 아기 때부터(6개월) 다니던 어린이집을 떠나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기게 되었다. 지난주에 큰 며느리가 전화를 했다. 손자가 새로 옮긴 어린이집에 안 간다며 매일 아침 운다는 거다. 걱정이 많이 되었다.
"어머니, 준우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매일 울어서 속상해요."
"처음에 그러다가 괜찮아지겠지. 조금만 기다려보자."
"벌써 며칠째 그러네요. 집에 와서도 웃지 않고, 밥도 잘 안 먹으려고 해요."
"많이 속상하겠다. 예전에 같은 어린이집 다니던 친한 친구도 같은 어린이집에 간다고 했었지?"
"맞아요. 친한 친구 한 명이 같은 어린이집에 가요."
"그럼, 그 엄마에게 전화해서 어린이집 갈 때 친구랑 만나서 손잡고 같이 들여보내 봐."
이 방법이 효과가 있었는지 어린이집 가기 싫다던 손자가 요즘은 아침에 어린이집 앞에서 친구 만나서 손잡고 잘 들어간다고 했다. 어른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힘들고 어색한데 아이들은 더 힘들 거다. 며느리가 담임 선생님과도 상담하고 친구 엄마 도움도 받아서 손자는 요즘 어린이집에 잘 간다고 한다. 정말 다행이다.
초등학교 2학년 쌍둥이 손자의 등교
쌍둥이 손자는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쌍둥이인데도 성격도 다르고, 식성도 다르고, 좋아하는 놀이 등 취향도 다르다. 쌍둥이 손자 중 1분 먼저 태어난 지우는 성격이 무난하여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작년에 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별문제 없이 잘 다녔다.
같은 남자아이인데 둘째 연우는 성격이 조금 예민하다. 어린이집에 갈 때도, 유치원에 처음 갈 때도 아침마다 울어서 정말 힘들었다. 들어가면 잘 노는데 아침에 엄마와 외할머니(쌍둥이라서 늘 외할머니가 함께 등원시킴)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어서 아침마다 전쟁이 따로 없었다. 며느리 말에 의하면 학기 초에 늘 열흘 정도는 힘들었단다. 그래도 유치원도 3년이나 잘 다니고 졸업했다.
작년에 초등학교 입학식 때는 나도 입학식에 함께 갔었는데 그날은 괜찮았는데 다음 날부터 힘들었다. 늘 며느리와 외할머니가 교문까지 데려다주는데 교문에서 교실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다. 지우에게 연우 잘 데리고 가라고 하면 조금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 "할머니, 12시 30분까지 꼭 데리러 와야 해요."라며 몇 번씩 확인하고서야 지우 손잡고 들어갔다. 그래도 별일 없이 1학년을 잘 마쳤다.
올해도 우리 집은 개학 첫날인 3월 3일 오전 내내 초긴장이었다. 연우가 학교에 잘 적응할지 걱정되어서 나도 손자들이 하교하길 기다렸다. 손자들이 학교에서 돌아왔을 것 같아서 며느리에게 전화해 보았다. 첫날이라서 며느리가 2학년 교실까지 데려다주었는데 선뜻 교실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복도에서 머뭇거리던 연우가 교실 안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를 보더니 "엄마, 안녕!" 하며 신통하게 교실로 잘 들어갔단다.
"어머니, 연우가 많이 컸나 봐요. 연우가 학교에서 기분이 좋아서 돌아왔어요."
"정말?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걱정했던 연우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반 친구 두 명에게도 인사했고, 1학년 때 친구와 이름은 같은데 더 예쁜 여자 친구도 있어서 나름 첫날이 괜찮았던 것 같았다. 이번 주말에 우리 집에 왔을 때 물어보니 선생님이 100% 좋다고 해서 나도 안심이 되었다. 선생님이 좋은 것만으로도 반은 성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2학년은 왠지 즐겁게 학교생활할 것 같아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이렇게 새 학년 등교 첫날을 잘 보내서 우리 집은 걱정을 덜었다.
긍정적인 말 한마디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된 지 2주가 지났다. 아직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는 자녀가 있으면 평소에 부모님이 학교에 대해 혹시 불만스러운 말을 하지 않았나 돌아보자. 부모의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 학교가 불안한 곳이 될 수도 있고 행복한 곳이 될 수도 있다.
"너 이렇게 하면 학교에 가서 선생님께 혼난다."
"학교는 좋은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있는 곳이야. 무슨 일 있으면 선생님께 이야기하면 잘 도와주실 거야."
아이가 학교에 가기 전에 어떤 말을 해 주었는지 돌아보자. 아이들 마음속에 '불안'이 있으면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늘 긍정적인 말로 학교가 좋은 곳임을 느끼게 해 주면 아이의 마음에도 불안이 사라지고 긍정적인 생각이 자리 잡을 거다.
아이가 1,2주일이 지나도 계속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면 담임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다. 담임 선생님 말 한마디가 아이를 바꾸어 줄 수도 있고, 친구들도 옆에서 도와주면 점차 잘 적응하여 가고 싶은 교실이 될 거다.
우리 집 연우가 이렇게 달라지리라곤 몰랐다. 걱정을 덜었다. 조금 나이 먹은 탓도 있겠지만, 지난 1년 동안 주말 육아하면서 학교 이야기도 자주 물어보고, 학교의 좋은 점, 즐거운 점도 많이 이야기하였다. 늘 친구들 이야기도 물어보고, 손자들이 학교를 재미있는 곳, 좋은 곳으로 생각하도록 했다.
올해 서울에서도 입학생 0명인 초등학교가 생겼다고 한다. 정말 소중한 아이들이다. 올 한 해 우리 집 손자들 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이 즐겁고 안전하게 학교생활하기 바란다. 더불어 선생님들도 즐겁고 보람을 느끼며, 학부모님들도 학교를 신뢰하고 늘 응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를 응원한다.
*쌍둥이 손자가 5개월 지날 때부터 주말 육아하였는데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습니다.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였습니다. 이웃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 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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