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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Nov 01. 2023

11월 첫날 나의 시

이은희 작가님 세 번째 시집《와인색 코트를 샀다》

*10월을 보내며 책 두 권을 주문했다. 내가 좋아하는 브런치 작가님 책이다. 페르세우스 작가님 《파이브 포인츠》는 정독해야 할 것 같아 잠시 읽기를 보류하였다. 곧 시간 내서 읽고 쌍둥이 손자 육아를 위해 며느리에게 주려고 한다.  권은 이은희 작가님의 시집 《와인색 코트를 샀다》이다.


이은희 시집 《와인색 코트를 샀다》


책 표지만큼이나 화사한 이은희 작가님 시집을 읽었다. 시인님은 10살 때 유치환 시인의 '행복'을 처음 읽고 너무 좋아서 의미도 모르는 시를 외웠고, 열두 살 때부터 윤동주 시인을 동경하여 그와 같은 시인이 되기를 꿈꾸었다고 한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2006년에 등단했다. 이번에 세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이은희 시인은 어려운 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시 한 편 한 편마다 시 속에 풍덩 빠져야 시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그만큼 시어의 선택이 신중하다. 아직 시집에 대한 서평을 쓰기엔 내가 너무 부족하여 이은희 시인의 시 한 편을 소개하는 걸로 대신하고자 한다.


시인의 말


와인색 코트를 샀다

                                   이은희

와인색 코트를 샀다
눈이 내리는데 나는 하얀 한국 와인을 마셨고,
이후 淸酒를 마셨다
그 청주는 이후 나를 마셨다
너무 맑은 술은 너무도 맑아서 나를 한없이 해맑게 했다
나를 사랑하는 그는 나를 너무 소중히 여겨주어서 고맙고,
나는 택시를 타고 그가 내린 후
내가 내리고 또 다른 그가 내렸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영혼을 사랑하는 것인지?
육체를 사랑하는 것인지?

나는 적어도 바보 같은 것인지도 모르게
나를 너무 아껴주기에 나를 건드리지 않는
그가 좋다
그는 나를 갖지 못했으나 이미 가진 것,
내가 나를 탐하지 않는 이를 좋아하는 것은
나를 향한 나의 연민인지?
아니면 세상을 향한 나의 착오인지......

나는 나를 불편하게 하는 이가 싫다
나를 시험하는 이도 싫다
그저 너른 마음으로
진리가 아닌 모순에도
웃어줄 수 있는 이라면
나는 나의 영혼마저 그에게 줄 것이다
허나 나를 시험하는 이를
나는 결코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영원히 나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눈은 내리는데 나는 한없이 그 눈에 파묻히고
파묻힌 나는 다시 그 눈 속에서도 봄을 마련하고
다시 당신을 만날 그날을 기다리리라

와인색 코트가 나에게 꼭 맞는 것은
다시 그를 만날 수 있을 그날을 기다리는
봄 같은 나의 마음이리라
나를 너무도 사랑하여 가만히 사랑해 준
그 고운 마음을 차마 뿌리칠 수 없는
내 마음이리라
나의 영혼을 사랑한다고 속삭여준
그대를 위한 나의 마음이리라

그리하여
우리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정표이리라
     


시집이 한 손에 쏙 들어와 가방에 넣고 다니며 공원 벤치에서도 읽고, 때론 지하철에서도 슬그머니 꺼내 읽어도 좋을 듯하다.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한 편 읽고, 점심을 빨리 먹은 날 낙엽 떨어지는 나무 아래서 꺼내 읽으면 마음이 설렐 것 같다.


벌써 10월이 가고 11월 첫날이 되었다. 올해가 두 달밖에 지 않아서 마음이 쓸쓸해진다. 열 달 동안 건강과 안전을 지켜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늘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라이킷과 댓글로 응원해 주시는 브런치 작가님께도 감사드린다.


겨울이 시작되는 11월에도 브런치 작가님 모두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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