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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May 26. 2023

매주 목요일 도서관에 갑니다

'불편한 편의점'과 '휴남동 서점'의 닮은 점


우리 반은 3월부터 매일 아침 독서를 한다. 아이들 등교가 8시 40분부터 9시까지라 학생들이 순차적으로 등교한다. 일찍 오는 학생은 20분 정도 책을 읽을 수 있고 늦게 오는 학생은 짧은 시간 독서를 한다. 9시에 수업 시작종이 울리면 아이들이

"선생님, 10분만 더 읽어요."

라고 말한다. 그러면

"오늘은 10분만 더 읽을게요."

라고 말하고 그때부터 집중해서 책을 읽는다. 아이들이 책을 좋아해서 참 다행이다.


1주일에 한 번은 책을 읽어준다. 이번 주에는 '무지개 물고기(마르쿠스 파스터 글 그림)'를 읽어 주었다. 무지개 물고기는 온 바다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고기였지만 행복하지 않고 늘 외로웠다. 문어할머니의 말을 듣고 몸에 박혀있는 아끼는 보물 은빛 비늘 반짝이를 다른 물고기들에게 나누어 주고 하나만 남겼을 때 비로소 행복해지는 이야기다. 이야기를 듣고 우리 반 친구들도 욕심부리지 말고 친구들과 나누며 서로 도와주고 배려하는 행복한 아이들이 되길 바란다.


매주 목요일에는 도서관에 간다. 도서관에 가서 1시간 동안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올 때 대출까지 해 온다. 나도 아이들과 같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대출하여 읽는다. 이번 주는 학교 도서관에 학생용 신간도서가 들어와서 아이들의 도서관 이용이 늘었다. 도서관은 우리 교실과 같은 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도서관에 가서 책을 반납하고 대출도 해온다. 요즘 '불편한 편의점'과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장편소설을 읽었다.


'불편한 편의점'은 김호연 장편소설로 청파동 골목의 작은 편의점 'Always'에서 일어난 일을 챕터별로 쓴 소설이다. 주인공 염영숙여사는 교사로 퇴직 후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장으로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고 직원의 생계유지를 위해 편의점을 운영한다. 사장님의 이름이 내 이름과 같아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노숙자 독고씨가 파우치를 찾아주고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다.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이 참참참이다. 참참참이란 참이슬, 참치김밥, 참깨라면이다. 주로 3종 세트로 팔린다. 술을 끊기 위해 독고씨가 대신 마시는 옥수수 수염차 이야기도 생각난다. 독고씨는 기억상실증에 걸려 말도 더듬지만 읽으면서 많이 배운 사람처럼 느껴졌는데 전직이 의사였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황보람 작가가 쓴 장편소설이다. 서점주인 영주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남편과 이혼하면서 휴남동에 서점을 개업하게 된다. 서점 장소는 꼭 쉴 휴~가 들어간 곳에 내고 싶었다. 취업 준비생인 민준을 바리스타로 고용하게 되는데 서점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서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서점이 점점 유명해지게 되고 서점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진다.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하고 독서클럽을 운영하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배운다.


두 소설 모두 편의점과 서점을 찾는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다. 화려하지 않은 평범한 이야기라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사람들에게 가장 고통을 주는 것이 가족이며 가족과 화해로 달라지는 일상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그저 평범한 일상을 그리고 있지만, 두 소설 모두 따뜻한 위로 같은 소설이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계속하면서 변화하고 성장한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가 치유된다.


편의점이란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고 손님이나 점원이나 예외 없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다. 서점도 마찬가지다. 서점에서 책을 읽고 뜨개질을 하고 커피를 마시며 머물다 간다. 그러며 아픈 상처도 치유되고 인간 관계도 회복된다.


 '불편한 편의점'에서 독고씨가 한강 철교에서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가는 곳임을,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이라는 말이 마지막을 장식하며 여운을 남긴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에서는 승우와 영주의 대화 중에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행복은 먼 과거에나, 먼 미래에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바로 내 눈앞에 있는 거였어요."가 생각난다.


한동안 소설책을 읽지 않았다. 주로 에세이집을 읽었다. 두 권의 소설책을 읽으며 점점 소설이 재미있어진다. 편의점에 갈 면 혹시 서현이나 독고씨가 있지 않을까 두리번거리게 된다. 주변에 독립서점이 있는지도 찾아본다. 우리 동네에는 큰 도서관이 두 개나 있어서 그런지 아직 독립서점을 찾지 못했다. 아마 작은 서점을 본다면 서점 주인 영주와 민준을 찾아볼 것 같다.


학교도서관에서 읽을 책을 찾아본다. 소설 두 권을 읽었으니 이번에는 에세이집을 대출해야겠다. 학교에 도서관이 있어서 언제나 책을 빌려볼 수 있어서 참 좋다. 학교에 길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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