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미래 Oct 05. 2023

임영웅 콘서트 대신 뮤지컬 '벤허'를 예약했다


임영웅 콘서트에 가고 싶었다. 팬클럽에 가입하진 않았지만, 늘 응원한다. 마음이 우울하거나 복잡할 때마다 임영웅 노래를 듣는다. 서울 콘서트 소식을 듣고 발 빠르게 예약하려고 했지만, 역시 나보다 빠른 사람이 많았다. 이번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다음에는 정말 발 빠르게 움직여서 꼭 성공하길 대해 본다.


나는 뮤지컬도 좋아한다. 예전에는 1년에 몇 번씩 찾아서 보았는데, 코로나로 인해 뮤지컬 본 지가 꽤 오래되었다. 남편 회사가 마곡이다. 마곡에 LG 아트센터가 들어섰다. LG 아트홀이 강남에 있을 때 '지킬 앤 하이드'를  마지막이다. 벌써 5년은 된 것 같다.


남편이 마곡 나루역에서 내려 사까지 걸어가는 길목에 LG 아트센터가 있다. 지하철에서도 바로 연결되어 있다. 아트센터를 지나갈 때마다 늘 무슨 공연을 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단다. 내가 뮤지컬을 좋아해서 함께 보면 좋을 공연을 찾았는데, 마침 이번에 하는 공연이 '벤허'라서 추석 연휴에 함께 보자고 했다. 임영웅 콘서트에 못 가는 대신 뮤지컬 벤허가 허전한 마음을 달래줄 것 같았다.


9월 중순에 예약했는데 생각보다 남은 좌석이 많지 않았다. 인기가 많은 뮤지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휴 마지막 날인 10월 3일 저녁 7시 공연을 예약하였다. 연휴 기간에 장을 예약하면 10% 할인 이벤트도 있어서 R석을 예약하였다. 예약은 아들이 도와주었다. 다음부터는 내가 직접 예약할 수 있다. 오랜만에 보는 공연이라 많이 기다려졌다. 남편도 영화로 여러 번 보았던 작품이라 기대된다고 했다.


티켓은 당일 30분 전에 도착해서 현장에서 받아야 해서 여유 있게 출발하였다. 아트센터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아트센터에 도착하였다. 키오스크에서 예매번호를 입력하고 한 번에 종이표 출력에 성공했다. 런 내가 자랑스럽다. 사실 별일도 아닌데 기계가 늘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미래에 잘 살려면 기계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래야 식당에 가서도 굶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할 수 있다.


석은 생각보다 좋았다. 1층 5열이다.  무대에서 조금 떨어진  좋은 위치다. 정가운데는 아니지만 배우 얼굴 표정까지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영화에서 보았던 로마 군함 노예선이나 전차 경기가 뮤지컬로 어떻게 재현될까 궁금했다.



막이 올라가는 순간부터 감동이었다. 빵빵한 음향 효과가 한 몫했다. 오늘 벤허 역은 신성록, 메셀라 역은 박민성 배우다. 매일 캐스팅이 달라지지만, 오늘 캐스팅이 마음에 든다. 벤허 줄거리는 이미 다 알고 있지만, 한 장면 한 장면이 새롭게 다가왔다. 신성록 배우는 노래도 연기도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메셀라 역의 박민성 배우도 당당한 모습으로 역할을 잘 해냈다.


배우들의 상체 노출 장면이 많아서 몸 만드느라고 고생했을 것 같다. 로마왕 앞에서 춤추는 무희들이 여성이 아니고 남성인 것도 특이했다. 남성들의 벨리댄스도 참 섹시했다. 이번 뮤지컬 출연진 38명 중 여성 출연자는 딱 세 명뿐이었다. 아마 뮤지컬 팬들이 여성이 많아서 그랬을까.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일에도 관람객 중 젊은 여성분들이 많았다.


줄거리야 다 아는 내용이지만, 궁금했던 로마 군함 노예선 장면도 다양한 효과가 더해져서 정말 멋있었다. 군함이 해적에게 패해서 불타며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바다에 빠진 로마의 해군 사령관 퀸터스를 유다 벤허가 구하는 장면이 아슬아슬하면서도 재미를 더해 주었다. 사령관을 구해준 벤허가 퀸터스의 양자가 되지만, 퀸터스가 사망하면서 예루살렘으로 돌아간다. 벤허는 진정 유대인이었다.


드디어 뮤지컬의 하이라이트인 벤허와 메셀라의 전차 경기가 시작된다. 뮤지컬에서 전차 경기가 어떻게 재현될까 가장 궁금했다. 영화에서는 정말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장면이었는데 뮤지컬은 무대라는 한계점이 있어서 다소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작은 공간에서 말 여덟 마리를 모형이지만 등장시키는 노력은 가상하다고 할 수 있다.


어머니와 누이동생이 감옥에 갇혔다가 문둥병에 걸리고, 예수님 등장으로 구원받아 치유받는 기적도 나온다. 예수님은 너무 처참하게 나오고 얼굴이 직접 노출되지는 않는다. 십자가를 고 채찍을 당하며 골고다 언덕으로 걸어가는 초라한 모습에 독교인으로 마음이 아팠다. 이번 뮤지컬에서는 예수님은 큰 비중을 두지 않은 듯하다. 벤허는 예수님을 만나면서 용서라는 의미를 알게 된다.


이번 뮤지컬은 시작부터 막을 내릴 때까지 감동의 도가니였다. 150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중간에 20분을 쉬긴 했지만, 무대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벤허를 맡은 신성록 배우의 가창력과 에스더를 맡은 최지혜 배우의 가창력은 대단했다. 주연은 모두 세 씩 캐스팅되었는데, 벤허 역할의 다른 캐스팅인 박은태, 규현 배우도 멋졌을 것 같다.


마지막 커튼콜로 대단위 막을 내렸다. 커튼콜도 멋졌다. 커튼콜에는 모든 관람객이 일어서서 기립 박수를 보내주었다. 이 내렸는데도 자리를 떠나고 싶지 않을 만큼 인상 깊은 뮤지컬이었다. 무대 장치도 효과도 최고였다.


정말 오랜만에 멋진 공연을 보았다. 임영웅 서트도 좋았겠지만, 뮤지컬 벤허로 멋진 추석 선물을 받았다. 오늘 받은 감동으로 한동안 일상이 행복할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