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노인의 아름다운 낭송 이야기
"시를 낭송할 때, 시인의 마음이나 입장이 되어야 하나요?"
"왜 그래야 하나?"
"그러면 낭송을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네."
"그럼 시를 잘못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네가 말하는 잘 전달하는 낭송이란 게 뭔가?"
"시인이 말하려는 의도를 파악해서 알맞은 소리로 청자에게 듣기 좋게 전달하는 겁니다."
(중략)
"자네는 고급 요리를 앞에 두고 주방장의 의도를 고민하진 않잖아."
"낭송은 연설도 아니고 강연도 아니지. 무엇을 설명하려고 애써도 안 되고 무엇을 가르치려고 해서도 안 된다네. 낭송자가 청자와 교감하려는 의지와 소통의 리듬을 놓치게 되면 균형이 깨지면서 위압감을 주며 그런 부적용이 드러나게 되는 걸세."
(중략)
노인은 기교와 기술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어긋난 뼈들이 제자리를 잡은 듯 찌뿌둥했던 감성과 열정이 기자개를 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