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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Dec 12. 2023

2023년 햇 서리태로 추억의 콩자반을 만들었다

내 머리가 희지 않은 것은 검정콩 덕분

완성된 콩자반

매년 서리태(검정콩)를 주문한다. 작년부터 친환경 서리태를 주문했다. 남편 초등학교 동창이 경기도에서 농사를 짓는다. 농약을 주지 않고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서리태를 추수했다는 소식이 들리기만 기다렸다.

서리태 한 말

지난주에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기다린 만큼 반가워서 얼른 주문하라고 했다. 1년 동안 먹을 거라 넉넉히 한 말(7kg)을 주문했다. 작년에도 주문하여 아들네와 시누네도 나누어 주었다. 주로 밥에 넣어서 먹는다.


작년에 모르고 냉장고에 넣지 않았더니 봄에 날씨가 따뜻해지자 곰팡이가 펴서 깜짝 놀랐다. 물에 깨끗하게 씻어 밀폐용기에 담아 김치 냉장고에 두고 1년 동안 먹었다. 곰팡이가 핀 걸 보니 친환경 서리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보관도 잘해야겠다.


서리태하면 국민 밑반찬 추억의 콩자반이 생각난다. 친정엄마가 해 주시던 콩자반이 참 맛있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어느 날 반찬가게에서 사 먹었다. 쪼글거려야 맛있는데 물컹해서 맛이 없었다.

 

요즘 어떤 세상인가. 유튜브에 물어보면 뭐든지 친절하게 가르쳐 주지 않는가. 유튜브에서 콩자반 만드는 영상 몇 개를 보고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었다. 늘 그래왔지만 가장 간단한 레시피를 찾았다. 작년 겨울에 태어나서 처음 콩자반을 만들어 보았다.


처음 만들었는데 신기하게도 너무 맛있게 잘 되었다. 밥 먹을 때 자꾸 손이 갔다. 남편도 맛있다고 하며 요리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그 후에 두 번 정도 만들어 먹었다.


올해 서리태를 기다린 것은 얼른 콩자반을 만들어 먹고 싶어서였다. 물론 마트에서 살 수도 있었지만, 왠지 다른 서리태는 사고 싶지 않았다.


드디어 서리태가 도착하여 먼저 콩밥을 지었다. 나는 꼭 압력솥에 밥을 짓는다. 전기밥솥도 있긴 하지만 잡곡밥은 압력솥에 지어야 맛있다. 우리 집은 남편과 두 식구고 저녁에만 밥을 먹기에 보온 밥솥에 밥을 보관하지 않는다. 하루에 밥 두 공기면 충분하다. 냉동 용기에 담아서 냉동시켰다가 레인지에 데워 먹는다. 그러면 바로 지은 밥 같다.


만의 콩자반 레시피


밥 하는 동안 콩자반 만들 준비를 하였다. 나만의 콩자반 레시피다. 오늘도 맛있는 콩자반이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콩을 불려주는 시간을 확보해야 하기에 콩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시작했다.


나는 요리를 늘 공식에 맞추어서 하는 걸 좋아해서 계량을 철저하게 한다. 특히 처음 해보는 요리는 더 철저하게 한다. 여러 번 하다가 익숙해지면 그때야 어림잡아서 요리한다.


1. 작년에 처음 요리할 때는 요리 저울을 꺼내서 서리태 200g을 재서 준비했다. 그다음부터는 컵으로 재어서 2컵을 준비한다. 콩 속에서 썩은 콩이나 불순물 등을 골라냈다. 이번에 온 콩은 깨끗해서 골라낼 것이 별로 없었다. 영상 선생님이 가르쳐 준 것처럼 그물망에 넣어서 서리태를 박박 문질러 깨끗하게 씻었다. 물 1리터와 천일염 한 스푼을 넣어 불려주었다. 5시간에서 8시간을 불리라고 해서 저녁까지 불렸다. 아침에 불려서 저녁에 만들거나 저녁에 불려서 아침에 만들면 딱 알맞다.

오늘은 머그컵으로 두 컵을 준비했다

2.  작년에 적어둔 레시피 노트를 보며 요리를 시작했다. 다른 분이 보시면 일상 간단한 밑반찬 만들기인데 거창하게 요리라고 하니 약간 민망하긴 하다.


3. 콩을 건져서 웍에 담고 콩을 평평하게 펼친 후 콩 불릴 때 나온 콩물을 콩이 잠길 정도로 부었다. 씻어놓은 다시마  잎과 올리브 오일 스푼을 넣고 센 불에 끓여준다. 끓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10분 정도 끓여주니 물이 조금 남았다. 1/3 정도 남을 때까지 졸여준다. 화력에 따라서 10~13분 정도 끓여준다.


4. 이제 양념을 넣을 순서다. 다시마를 건지고 진간장 3스푼과 만년간장(조림간장) 2스푼, 물엿 2스푼, 맛술 2스푼을 넣고 저으면서 3~5분 정도 더 끓여주었다.     


5. 이제 마지막 과정만 남았다. 올리브 오일 스푼을 넣고 저어주다가 올리고당 2스푼을 넣고 불을 껐다. 요리의 마지막은 통깨가 들어가야 요리가 완성된다. 과정은 생각보다 쉽다.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다.

 

검정콩 두 컵으로 만든 콩자반

완성되었을 땐 콩이 쪼글거리지 않고 불은 것 같았는데 식힌 후 냉장고에 넣어두었더니 약간 쪼글거렸다. 콩자반을 꺼내서 먹어보았다. 약간 짭조름하고 달콤하며 딱딱하지 않은 콩자반 맛에 반했다. 콩 두 컵이 생각보다 많았다.


 내가 그동안 먹어본 콩자반 중에 가장 맛있었다. 이 말은 진심이다. 유튜브 콩자반 선생님들께 넙죽 절이라도 하고 싶다. 무료 요리 강의를 이렇게 친절하게 잘해주시니 정말 감사하다. 참 편리한 세상에 산다.


흰머리 거의 없는 것은 검정콩 때문


나는 60대 중반인데 흰머리가 거의 없다. 염색하지 않아도 흰머리가 많이 없다. 가끔 겉으로 나오는 흰머리는 가위로 잘라주고 있다. 뽑으면 한 개 뽑은 자리에서 흰머리 두 개가 나온다고 한다. 유전인가 싶지만, 남동생 두 명은 모두 머리가 희다.


아무래도 검정콩(서리태)을 많이 먹어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 친정엄마 계실 때도 검정콩과 다시마,  한약재 등을 많이 넣어서 환을 지어 주셨는데 15년 이상 먹고 있다.  

친정엄마표 한약

서리태를 많이 주문했고 만드는 과정도 그리 복잡하지 않아서 올겨울에도 자주 해 먹을 것 같다. 검정콩 밥과 콩자반은 올겨울 우리 집 건강 밥상이 될 거다. 더군다나 농약을 주지 않고 기른 콩이라고 하니 더 귀하게 생각된다.


작년에 보관을 잘못했던 것이 생각나서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2월이 되면 김치냉장고에 넣어서 보관하려고 한다. 검정콩 먹고 70까지 염색 안 하길 기대해 본다.


유 세프 요리 교과서 '콩자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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