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새해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정말 다사다난했다. 사회적으로도 슬픈 일이 많았지만, 우리 집에도 올 한 해는 가장 슬픈 해가 되었다. 지난 2월에 함께 살던 친정엄마가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친정엄마는 인지가 조금 나쁜 것 빼고는 건강하셨다. 강릉에서 혼자 사시다가 인지가 나빠지셔서 우리 집으로 모셔왔다. 남동생도 두 명 있지만, 딸인 우리 집이 편하다고 하셔서 함께 살게 되었다.우리 집에서 사시면서 편하다고 하셨다.
인지가 나쁘기 전에는 동치미 무를 소금에 굴려서 소금에 절인 고추와 갓을 넣어 항아리에 동치미를 만들어주셨다. 짭짤한 동치미가 참 맛있었는데 친정 엄마표 동치미를 먹어본 것이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친정엄마는 동치미를 좋아하셨다. 가래떡을 구워서 동치미와 드리면 잘 드셨다. 동치미 무보다도 국물이 시원하다며 잘 드셨다.작년 겨울에도 동치미와 가래떡을 드렸는데 올겨울에는 대접해 드릴 친정엄마가 안 계시다.
친정엄마가 생각나서 동치미를 만들어 보았다.
우리 집은 신정을 지낸다. 아들이 결혼하면서부터 신정을 쇠었다. 설날에는 며느리에게 아들과 함께 친정에 가서 부모님을 뵙고 오라고 했다. 며느리에 대한 작은 배려다. 예전에도 우리 집은 설날에는 차례상을 따로 차리지 않고 간단하게 떡국을 끓여서 먹었다.
떡국은 동치미와 같이 먹으면 맛있다. 다음 주가 1월 1일 신정이라 오늘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동치미를 담갔다. 시골에 사는 동생에게 배워서 작년 설 즈음에 한 번 담가 보았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지만, 맛은 옛날 동치미와 거의 같다.
성탄절이라 교회에서 성탄절 예배를 드리고 오면서 마트에 들렀다. 잘생긴 무 2개와 아삭이 고추 한 봉지, 쪽파, 마늘을 샀다. 재료도 아주 간단하다. 작년에 적어둔 레시피가 있어서 그대로 담갔다.
초 간단 동치미 담그기 우리 집 레시피
동치미 재료
1. 무는 1회용 수세미로 깨끗하게 씻어둔다. 너무 크지 않고 먹기 좋게 자른다. 그렇다고 나박김치처럼 너무 납작납작하게 자르면 동치미 먹는 기분이 안 난다.
2. 잘라놓은 무에 천일염 2스푼을 넣고 2시간 정도 절인다. 1시간이 지나면 뒤집어 준다.천일염은 가을에 구입했는데 깨끗하고 1킬로그램씩 소포장이라 사용하기 편하다.
3. 마늘을 편으로 썰어서 다시 팩에 넣어 김치통 바닥에 넣는다. 절여진 무를 건져서 통에 담는다.
4. 배는 껍질을 벗기고 큼직하게 썰어서 무 사이에 넣는다.
5. 절인 고추를 넣어도 되지만, 아삭이 고추에 포크로 네댓 군데 구멍을 내고 넣어준다. 쪽파도 길게 넣어준다.아삭이 고추도 간이 들면 썰어서 함께 먹으면 맛있다.
6. 물 4리터에 소금 5스푼을 풀어서 넣어준다. 기준은 물 1리터에 소금 1스푼이지만, 작년에 동치미 무가 약간 싱거웠던 것 같아서 올해 소금을 조금 더 넣었다. 조금 짜면 생수를 조금 넣어서 먹으면 된다. 누름 판이 있으면 누름 판으로 눌러서 재료가 물에 잠기게 한다.
7. 담근 동치미는 겨울에는 실온에서 2~3일 정도 익혀서 김치냉장고에 보관한다. 쪽파가 조금 누렇게 되면 익은 거다.
새해가 기다려진다. 차례상을 정식으로 차리진 않지만, 가족이 함께 떡국을 먹으며 새해를 맞이할 거다. 아들 둘에 며느리, 그리고 손자 세 명과 우리 부부다. 서로 세배하고 덕담을 나누고 세뱃돈을 주고받는다.
아들이 결혼하고 세배하면 며느리에게 용돈을 주었는데 이제는 손자들에게 용돈을 준다. 물론 아들, 며느리도 우리에게 용돈을 준다.그냥 주고받는 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