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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an 30. 2024

평일 점심에 서울 근교 음식점과 카페가 만원이다

15년 지기 지인 모임


모임이 몇 개 있다. 주로 퇴직 전에 만나던 모임의 연장이다. 오늘도 네 명이 만났다. 2009년 2학년 동 학년 선생님들이다. 서울에서 가장 어려운 학교 중의 하나였다. 주변 아파트가 대부분 임대 아파트였고, 학급의 반 이상이 저소득층 학생으로 학교의 80% 이상이 지원 대상인 교육복지 우선지구 학교였다.


우리 네 명은 2학년 담임이었고, 모두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나이도 비슷해서 마음이 잘 맞았다. 나는 학년 부장이었고, 교대 동기 한 명과 2년 선배 그리고 2년 후배인 교사였다. 막내 교사가 40대라 늘 학습자료를 만들어 주었고 모두 협조적이라 학년 운영도 잘되어 1년이 참 행복했다. 학생도 착했고 학부모님도 정이 많아서 늘 도와주셨다. 교직 생활 중 그해가 가장 좋았다.


우리는 같은 학년을 하면서 수업이 끝나면 교실 정리 후에 매일 모여서 함께 수업 자료도 만들고, 학년 업무가 끝나면 세상 사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러다 보니 친해졌고 마음도 맞아서 다음 해에 나를 제외한 세 분이 다른 학교로 전근 게 되어 모임을 만들었다. 벌써 14년이 되었다. 요즘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늘 컴퓨터 앞에서 바쁘게 일하며 여유가 없어 동 학년도 잘 모이지 않는다. 1년 기간제 교사를 해보니 옛날 학교가 참 정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 교사로서 참 안타까웠다.


세 분은 모두 내가 정년퇴직하기 전에 먼저 명예퇴직을 하셨다. 만남은 분기별로 일 년에 네 번 정도 만난다. 음식점에서 만나기도 하지만, 가끔 영화를 보거나 대학로에 가서 연극을 관람하기도 한다. 가을에는 남산에서 만나서 남산 타워를 구경하고 남산 둘레길을 걷기도 한다. 내려오다가 남산 중턱에 는 비빔밥집에서 비빔밥을 먹기도 한다. 참 편하고 좋은 만남이다.


작년에는 내가 기간제 교사로 학교에 나가면서 평일 점심에 만나기가 어려워 여름방학에 만나고 겨울방학 하는 1월로 만남을 미뤄 두었다. 우리는 대부분 김포공항 근처에서 만나는데 가끔 사당동 쪽에 사는 한 분을 배려해서 사당동에서 만나기도 했다. 이번에도 김포공항 근처에서 만나려고 했는데 영원한 막내인 총무가 콧바람 쐬러 가자고 했다. 막내지만 예순 살이 넘었다. 차를 가져올 테니 개화역에서 만나자고 했다. 물론 모두 환영이다.


11시에 개화역에서 네 명이 만나서 한 차로 이동했다. 오랜만에 서울을 벗어나니 다들 좋다고 했다. 차 안에서 벌써 수다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30분 정도 되어 도착한 곳은 강강술래 늘봄 농원점이다. 주차장이 군데군데 많았다. 주차하고 내려오니 기와집으로 터가 정말 넓었다.


미리 예약해서 안쪽 자리로 안내해 주었다. 고깃집인데 평일 12시도 안 되는 시간에 음식점이 만원이다. 주로 우리처럼 모임인 듯한 나이가 조금 있는 여성분이 많았지만, 가족 단위도 많았다. 이렇게 변두리 식당에 점심에 손님이 많아서 놀랐다.


점심 특선 갈비를 시켰다. 춥다고 불을 먼저 넣어주었는데 손을 쬐며 꼭 시골에 여행이라도 온 듯 거웠다. 아침을 안 먹어서인지 시장기가 느껴졌다. 숯불에 구운 갈비는 맛있었다. 함께 나온 반찬도 맛있었다. 식사로 밥과 비빔냉면을 시켰는데 후식 냉면이 아니라 양이 많아서 조금 남겼다. 식사하고 포장한 고기 등을 파는 매장에 갔다. 주부다 보니 어딜 가도 가족 생각뿐이다. 반찬과 양념한 고기를 사서 나오는데 뒤뜰에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멀리 정자에서 여자 가수가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구경하던 여자분이 'Changing Partner'를 신청했더니 불러주었다. 학창 시절에 많이 들었던 곡이라 서서 따라 부르며 감상했다. 뒤뜰은 공사 중이었지만, 놓여있는 장작불 난로가 꼭 시골로 MT를 온 것처럼 분위기가 있었다. 한참 서서 노래를 듣다가 카페에 가기 위해 아쉬움을 뒤로하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강강술래 이모저모

카페는 다양한 일로 활기가 넘친다


식사 후에 카페로 이동했다. 요즘 카페 투어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우리도 오늘 예쁜 카페에서 놀기로 했다. 카페는 음식점에서 20분 정도 더 시골로 들어간 곳에 있었다. 가는 길이 시골길 같았다. 카페가 있을 것 같지 않은 동네에 카페가 있어서 신기했다.


카페에 도착했다. 카페가 아주 큰 건물이었다. 멀리서 보면 꼭 원룸이 여러 개 있는 빌딩 같았다. 카페는 4층이었다. 앞에 호수가 있어서 전망이 좋아 보였다. 요즘 카페는 대형 카페가 인기가 있다고 한다. 우리 집 가까이 있는 카페는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식 카페'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로 대형 카페인데 늘 사람들로 붐빈다.


카페 '포지티브 스페이스 566'

점심을 많이 먹어서 소화도 시킬 겸 호수 주변을 산책하였다. 영하의 추운 날씨였지만, 오히려 뺨에 닿는 바람이 상큼했다. 그곳은 '공릉 산책로 관광지'라고 안내판에 표시되어 있다. 코스를 보니 호수를 한 바퀴 돌아오는 곳이라 1시간이면 될 것 같아서 걷기로 했다. 얼어붙은 호수를 보니 학교 다닐 때 경포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것이 생각났다.


옛날에는 겨울마다 경포 호수가 꽁꽁 얼었다. 동생들과 친구들과 겨울이면 경포호수에 가서 스케이트를 탔다. 스케이트를 타다가 포장마차에서 어묵 국물 호호 불며 붕어빵을 먹었었는데 그 시절이 그립다. 꽁꽁 언 호수에서 스케이트 타며 빙빙 돌던 그때가 벌써 오래전 추억이 되었다. 오늘도 내 마음은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중간에 공사 중이라 길을 막아 놓아서 호수 한 바퀴는 돌지 못하고 오던 길을 돌아갔지만, 오랜만에 운동도 잘했다. 가까운 곳에 있었으면 호수 둘레 산책로를 자주 걷고 싶었다. 매일 걷고 싶은 길이었다.


카페에 갔다. 카페는 요즘 유명한 베이커리 카페로 4층이었다. 1층은 키즈 카페 같은 어린이를 위한 곳이고 2층부터 시작되었다. 자리를 잡으려고 2층부터 돌았는데 빈자리가 없다. 결국 제일 꼭대기 층인 4층에 앉을 자리가 있었다.


정말 대단하다. 평일에 이렇게 외진 곳에 있는 카페가 만원이라니, 말로만 듣던 카페 투어 하는 분이 많다는 것을 실감했다. 둘러보니 우리처럼 끼리끼리 모임 사람도 있고, 가족도 있고, 연인도 있는 듯했다. 점심 식사했던 곳은 나이 든 분이 많았는데 카페에는 젊은 사람들도 많았다.


요즘 사람들은 카페를 찾아다닌다. 카페에서 글도 쓰고 독서도 한다. 가족끼리 작은 파티를 하고, 연인끼리 추억을 만든다. 우리처럼 어쩌다 만나 수다로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고, 부부가 와서 잠시 쉼을 얻기도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카페가 요즘 필수템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구석구석 카페가 생기는 이유다.


카페에서 두 시간 정도 있었다. 앞 테이블에는 부부인 듯 보이는데 남자분은 비스듬히 누워 자고 아내 분은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모처럼 시간 내서 왔을 텐데 따로따로 각자 노는 모습에 자꾸 눈이 갔다. 따로따로면 어떠냐. 그래도 평일 낮 시간에 시간이 있어서 함께 왔으니 남편이 아내 말을 들어주는 배려가 있어 보였다. 우리 남편 같으면 "차 마시러 그 먼 데까지 뭐 하러 가."라고 했을 거다. 그래도 함께 와준 남편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어 보이는 빵과 차를 주문했다. 잠 때문에 오후에 커피를 못 마셔서  명은 디카페인 카페라테를 주문하고 나와 한 명은 카페의 대표 차인 장단라테를 주문했다. 처음 먹어보는 것인데 약간 달콤한 맛이었는 맛있었다.


망중한이라고 했던가. 그동안 바쁘게 살다 보니 이런 여유를 못 즐겼는데 오늘 막내 총무 덕에 좋은 추억 한 페이지를 남겼다. 우리는 정말 모처럼 오랜만에 나왔는데, 서울 변두리 음식점과 카페가 만원인 것을 보니, 경제가 살아난 것 같아 좋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좋은 곳을 검색해서 즐기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올해는 가끔 여유를 즐기며 살고 싶다. 다음 약속은 따뜻한 4월로 잡고 헤어졌다. 그때도 멋진 카페에 가서 이야기꽃 피우리라. 모두 건강하게 지내다가 다음에 만날 때도 좋은 추억 만들기를 기대해 본다. 


모쿠슈라 카페와 호수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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