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에서 저출산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을 자주 접한다. 우리나라지난해 4분기 합계 출생률은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초저출생’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정부는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서 해법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영국의 BBC방송과 일본 언론에서도 집중 조명했다.
육아는 힘들어도 아이가 주는 행복이 크다
주말마다 쌍둥이 손자를 돌봐주고 있다.6개월부터 돌봐주었으니 벌써 5년 반이 되었다. 엄마 아빠가 맞벌이라 주중에는 유치원에 다니고 외할머니가 돌봐주고 있다.며느리가 직업상 주말에 출근하고 주중 2일을 쉰다. 금요일 저녁에 작은아들이 쌍둥이 손자를 데리고 오면 일요일까지 2박 3일 동안 우리 집에서 돌봐준다. 매주 반복되는 일이라 우리 집에는 손자가 와서 지내기에 편하도록 방 하나를 아예 쌍둥이 손자 방으로 꾸며 주었다.
거실에는 트램펄린이 있고, 방에는 침대와 장난감, 책상, 읽을 책 등이 있다.식판과 수저, 물컵 등 하나둘 사다 보니 손자 물건이 많아졌다. 쌍둥이 손자는 우리 집에 오는 걸 좋아한다. 우리 집에 오면 아기가 된다.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할머니 보고 해달라고 한다. 이제 내년에는 초등학교에 가야 해서 요즘 조금씩 홀로서기를 시키고 있다.
이번 주에는 목요일 저녁에 왔다. 아들네가 이번 주에 도배를 하게 되어 미리 집 정리를 하려고 아들 며느리가 손자를 데리고 왔다. 저녁을 먹고 엄마 아빠는 가고 손자만 남았다. 엄마 아빠가 가서 조금 서운할 수 있는데 아직 할머니랑 있는 것을 좋아해서 울지도 않았다. 조금 크면 달라지겠지만 아직 엄마 아빠 없어도 잘 논다.
저녁에 쌍둥이 손자와 둥이 범보 침대에서 셋이서 잤다. 한 명은 오른손을, 한 명은 왼손을 잡고 잘 잤다. 3월 1일에는 삼일절이라 태극기를 달았다. 유치원에서 삼일절에 태극기 다는 걸 배웠는지 일어나자마자 할아버지에게 태극기 달아야 한다고 재촉한다. 앞 베란다에 태극기를 달았는데 바람에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을 보고 좋아했다.
금요일에는 아파트 옆에 있는 근린공원에 가서 공놀이하며 놀려고 했는데 다시 겨울이 온 것처럼 추웠다. 태극기가 많이 펄럭였다. 둘째가 콧물이 조금 나서 그냥 집에서 놀자고 했다. 대신 내일은 꼭 공원에 가자고 약속했다. 하루 종일 손자와 노느라 분주했지만, 엄마 아빠를찾지 않고 잘 노는 손자가 기특하다. 아기 때부터 함께 지내서 할머니를 정말 좋아한다.
손자가 요즘 도시철도 노선도에 푹 빠졌다. 나도 모르는 노선까지 다 안다. "할머니, 몇 호선 타보셨어요?" 묻는데 타보지 못한 노선은 잘 몰라 대답을 못한다. 지하철을 타보고 싶어 해서 오늘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에 가기로 했다. 오늘도 날씨가 추워서 공원에 가는 것보다 좋을 것 같았다.
아침을 먹고 패딩 코트에 모자와 머플러까지 입히고 나섰다. 꽃샘추위가 정말 심했다. 다시 겨울이 온 것처럼 느껴졌다. 다음 주에는 유치원 개학이라 감기 걸리면 안 될 것 같아 옷을 따뜻하게 입혔다. 인천 2호선을 타고 검암역에서 공항철도로 환승했다. 지하철 노선도를 거의 외우기에 다음 역을 척척 알아맞힌다. 지하철을 자주 타지 못하기에 바깥 풍경을 내다보며 신이 났다.
한강 다리를 지날 때 다녀온 적이 있는 롯데 타워를 보고 싶어 했는데 흐려서 보지 못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중에 지리 학자가 되려는지 늘 지도 검색을 하여 우리나라 도시도 많이 안다. 세계지도를 보며 나라 이름도 외우고 국기도 외운다. 나라 퍼즐 놀이도 좋아한다. 어린데도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서 다녀온 곳을 다 기억한다. 지금도 가보고 싶은 도시와 나라가 많다.
서울역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날씨가 안 추우면 남산 케이블카 타고 남산타워에 가려고 했는데 바람도 불고 많이 추웠다. 역사 밖으로 나가서 옛날 서울역 건물만 보고 와서 돈가스집에서 점심을 먹었다.남대문이라도 보고 왔으면 좋은데 아무래도 따뜻한 날 다시 와야겠다.
남산에는 못 갔지만 지하철 타고 서울역에 다녀온 것만으로도 손자는 오늘 소원성취하였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피곤한 지 자다가 깼다. 잠이 안 깨면 안고 가야 하는데 깨서 다행이었다. 다음에는 인천 1호선도 타보고 싶다고 한다. 그 정도 소원은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단다.
쌍둥이 손자는 3박 4일 동안 있다가 돌아갔다. 집에서 나라 퍼즐도 맞추고 숨바꼭질도 하며 잘 놀았다. 트램펄린도 하고 넷플릭스에서 만화영화도 시청하고 핸드폰도 했다. 잘 놀았다. 쌍둥이 손자가 돌아가니 집이 썰렁하다.
손자 보는 일은 힘들다. 특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다. 요즘 집에 있다 보니 저녁에 늦게 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것이 습관화되었는데 손자는 6시면 일어나서 "할머니, 일어나세요. 아침이에요." 하며 깨운다. 밤에도 같이 자면 중간에 혹시라도 이불 차 낼까 봐 몇 번 깬다. 잠이 부족할수밖에 없다.
밥 먹이는 것도 힘들다. 잘 먹으면 좋은데 안 먹으려고 하면 어떻게 해서라도 먹이려고 한다. 하루종일 손자에게 집중해야 한다. 혹시라도 다칠까 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손자 돌보는 일이 힘들지만, 손자와 있으면 많이 웃어서 행복하다. 그냥 노는 것만 보고 있어도 행복하다. 힘든 것보다 손자가 주는 행복이 크기에 지나면 힘든 것은 다 묻힌다.
우리나라가 아기 낳고 싶은 나라 되길 바란다
우리 집은 아들만 둘이다. 아들 둘이 장가가서 아들 손자만 셋이다. 요즘 결혼을 포기하는 청년도 있고, 결혼해도 아이를 안 낳는 부부도 있다. 그런 걸로 보면 나는 숙제를 모두 마쳐서 이제 걱정이 없다. 아들 며느리가 정말 고맙다.
손자가 정말 예쁘다. 육아도 힘들고 아이 키우려면 돈도 많이 든다. 하지만 뭘 해도 예쁜 손자를 보면 이렇게 예쁜 아이를 왜 안 낳을까 싶다. 물론 이런 생각이 이기적일 수도 있다. 우리처럼 손자를 돌봐줄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가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키우기는 조금 어렵고 힘들어도 아이가 주는 행복이 크기에 우리나라 출산율이 올라가기를 기대해 본다.
큰아들은 멀리서 살다 보니 맞벌이하면서 아이 키우느라 고생이 많다. 돌이 되기 전부터 손자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어린이집에 너무 일찍 보내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는데 즐겁게 다니는 모습을 보며 안심이 되었다. 가까이 살면 퇴직한 내가 돌봐 줄 수 있는데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엄마 아빠가 잘 돌보고 있어 정말 예쁘게 잘 키운다. 가끔 보는 손자가 정말 기특하고 예쁘다.
저출산의 원인이 여러 가지겠지만, 정부에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 금전적인 지원도 필요하겠으나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육아휴직 제도와 아이 돌보미 정책 등 좋은 정책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신혼부부의 주택문제도 개선해 주어 청년들이 결혼도 많이 하고 아이도 낳을 수 있는 나라가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