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강원도 강릉에 다녀왔다. 가족 행사가 있어 강릉에 다녀와야 하는데, 지난주에 폭설이 내렸다. 수도권은 물론 강원도 영동 지방에 눈이 많이 내렸다. 대설주의보까지 내려서 걱정이 되었다. 승용차로 가기로 해서 KTX 표를 예매해 두지 못했다.
눈 소식에 길이 미끄러워 운전이걱정되었다. KTX로 가면 좋을 듯해서 코레일 예매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2월 23일(금)과 24일(토)에 서울역 출발, 강릉 도착 모든 시간대가 매진되었다. 일요일에는 올라와야 하는데 올라오는 표도 없었다.
눈이 많이 내렸고 주말에 눈 소식도 있었다. 예매한 분들이 혹시 취소하지 않을까 싶어서 예매 사이트에 여러 번 들어가 보았지만, 여전히 예약 취소 표는 없었다. 걱정되어 가족 단톡방에 올렸더니 작은아들이 쌍둥이 데리고 같이 가자고 했다. 쌍둥이가 눈을 좋아하니 함께 가서 눈 보고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염려가 되었지만 , 아들이 운전 천천히 하면 괜찮을 거라고 했다. 다행히 눈이 내린 이후에 날씨도 따뜻해져서 도로는 괜찮을 거라고 안심을 시켜주었다. 이럴 땐 아들이 있어서 든든했다.
토요일 오전 9시경에 출발해서 서울 양양 고속도로로 달렸다. 수도권은 며칠 사이에 눈이 다 녹아서 그 멋진 눈꽃을 볼 수 없었다. 길에는 눈이 없어서 운전하는데도 지장 없었다. 가평휴게소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어찌나 차가 많은지 주차가 어려워 그냥 그다음 휴게소로 갔다.
서울양양고속도로 인재군 눈 풍경
그땐 몰랐다. 눈길에 사람들이 강원도로 많이 가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서울 양양 고속도로에는 터널이 많다. 터널을 빠져나갔는데,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겨울왕국이 따로 없었다. 여섯 살 쌍둥이 손자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엉덩이를 들썩들썩하며 신났다. 도로 양쪽으로 보이는 온 산이 설국이다. 산도 눈으로 덮였지만, 나무의 눈꽃은 겨울왕국을 방불케 했다. 그제야 사람들이 눈꽃 구경하러 강원도에 간다는 사실을 짐작했다.
오죽헌 입구 화폐 모형
쌍둥이 손자는 요즘 '한국을 빛낸 100인의 위인들' 노래에 빠져서 유튜브를 보며 매일 부른다. 강릉 간다고 하니 신사임당 오죽헌에 꼭 가자고 한다. 노래 가사에
'십만 양병 이율곡 주리 이퇴계 신사임당 오죽헌~~'
을 반복해서 부른다.
혹시 눈이 많이 내려서 오죽헌이 문을 안 열었을지도 모른다며 확인해 보라고 했다. 아버지 말이 떨어지자 아들이 검색해 보니 오늘은 정상 운영한다고 했다.오죽헌에 도착했는데 주차장에 차가 많았다. 토요일이라 방문객이 정말 많았다.
오죽헌 마당
겨우 주차하고 내렸는데 길옆으로 눈이 많이 쌓여있었다. 인천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눈 풍경이다. 손자는 오죽헌을 보러 왔는데 오죽헌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눈에만 관심이 있었다. 아빠랑 오리 눈사람도 만들고 아빠에게 눈도 던지며 정말 신났다.
겨울왕국에 서 있는 오죽헌 이율곡 동상
오죽헌 전경
흰 눈에 한 눈이 팔린 손자를 겨우 달래서 몽룡실을 구경하고 오죽도 보여주었지만, 아직 여섯 살이라서 관심이 없었다. 오죽헌에 가자고 해 놓고선 오직 눈에만 관심이 있다. 오죽헌 눈 쌓인 마당에서 뛰어다니며 놀다가 감기 걸릴 것 같아서 겨우 달래 차에 태웠다.
오죽헌 몽룡실
친정집에 도착하니 골목에도 눈이 쌓였고 집 마당에도 미쳐 치우지 못한 눈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정말 강릉에서 눈 구경을 실컷 했다. 사람들이 주말에 많이 내려온 이유를 알겠다. 강릉뿐만 아니라 양양 속초 설악산에는 관광객이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정집 장독대와 앞집 지붕
다음날 일찍 안목 커피 거리에 갔다. 커피의 도시인 강릉에 왔으니 맛있는 커피 한 잔은 마시고 가고 싶었다. 10시면 이른 시간인데 주차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가 많았다. 우리는 커피를 마실 예정이라 카페 주차장에 주차하고 차와 빵을 주문해서 2층으로 올라갔다.
다행히 카페에는 아직 손님이 많지 않아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가장 좋은 자리를 잡았다. 바다를 보러 가자고 손자들이 보채서 차를 마시고 내려갔다. 손자들이 발로 눈을 차며 신나 했다. 눈을 정말 좋아한다.
안목 해수욕장 카페 거리
안목에서 한 시간 정도 있다가 길 막히기 전에 출발하자고 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출발했다. 올라올 때는 대관령으로 갔다. 대관령은 안개가 얼어서 눈꽃이 더 멋있었다. 대관령을 넘어 한참 달리니 눈을 거의 볼 수가 없었다. 날씨가 포근해서 내린 눈이 다 녹은 것 같다.정말 다른 세상이다.
대관령 설경
집에서 본 눈꽃이 너무 예뻐서 며칠 가려나 했는데 하루 만에 다 녹아버려서 아쉬웠다. 이틀 동안 겨울왕국에 가서 즐겁게 놀다가 마법이 풀려서 다시 돌아온 기분이다. 금방 녹아버린 눈꽃이 아쉬웠는데보상받은 기분이다. 쌍둥이 손자도 겨울왕국 추억을 오래 간직했으면 좋겠다. 피곤한지 올라오는 차에서 잘도 잔다. 꿈속에서도 눈싸움하며 놀고 있는지 자면서 웃는다.
이틀 동안 운전하느라 작은아들이 고생했다. 덕분에 남편과 나는 편하게 잘 다녀왔다. 가족 행사로 간 여행이었지만, 이번 여행으로 그동안 힘들었던 마음이 눈 녹듯이 풀리길 바란다. 설국 열차는 못 탔지만, 설국은 잘 보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