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미래 Apr 22. 2024

<아름다움이 너를 구원할 때>를 읽고

(서평) 김요섭 지음(그린비 출판)

책 표지

이 책은 제목이 끌려 마주하게 되었다. 평소에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다고 믿기에 부제인 '아름다운 존재가 되는 미학 수업'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졌다. 작가는 프롤로그 첫 문장으로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있습니다'라고 시작한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궁금해졌다.


이 책은 우리가 상실해 버린 그곳에 다가가 보고자 합니다. 아름다움이자 진정한 나 자신이 있는 곳을 향해 불가능한 여정을 떠나면 좋겠습니다. 도대체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어떻게 존재하며, 그 형태는 어떠한지.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 나는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다. 책은 17 챕터로 되어있다. 김요섭 작가는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책은 4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챕터마다 첫 부분은 교사와 학생의 주제에 대한 문답형식으로 시작된다. 즉 미학 수업이다. 대화를 통해 미학 수업이 진행되고, 두 번째는 '영화 명대사로 읽는 미학'으로 영화 속의 명대사를 제시하고, 앞에서 설명한 개념을 구체화해 준다. 세 번째는 '아름다움에 머무는 낯선 생각'으로 작가가 해당 개념을 심화해 글로 풀어준다. 마지막은 '생각 나누기'로 낯선 개념을 삶에 적용해 볼 수 있도록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미학 입문서이다. 미학은 아름다움의 본질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철학의 한 분야이다. 책을 읽으며 글쓰기 수업이나 독서 모임 책으로 선정하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이 읽어도 쉽게 읽힐 수 있고, 미학에 관심이 있는 성인에게도 좋은 책이다. 혼자 읽는 것보다 여럿이 읽고 생각 나누기를 통해 미학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벚꽃이 아름다운 것은 짧은 동안만 우리 곁에 있고 어느 순간 떨어져 사라지기 때문이다. 즉 365일 계속 그 상태로 있다면 누구도 아름답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연애가 아름다운 것은 그 사람을 완전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아름답기 위해서는 다 알면 안 된다. 즉 신비가 계속 신비일 때 아름답다.


이 책에는 아름다움의 미학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 늘 자리 잡고 있는 사랑, 진리, 신성, 지배, 미학적 죽음 등 철학적 사유가 필요한 것들에 대해 정의를 내려준다. 그것들을 삶과 관계 지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 명대사 중에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은 시작됐어요.
-박찬옥 감독의 <헤어질 결심> 중에서


<헤어질 결심>은 몇 번이나 보았기에 이해가 되었다. 영화에서 그들의 관계가 완성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당신의 미결사건이 되고 싶다.'라는 서래의 대사처럼 오히려 해결되지 않고, 이해되지 않은 채로 남기를 원했기에 역설적으로 완성된 사랑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어쩌면 헤어질 결심이 아니라 다시 사랑할 결심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다.


'영화 명대사로 읽는 미학'을 통해 마치 영화 17편의 리뷰를 읽은 느낌이다. 영화 명대사를 몇 가지만 살펴보자.


1. 넌 이제 예술이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스티븐 스필버그 간독의 <파벨만스>
2. 아직 잘 모르겠지만, 당신이 특별하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에요. -애니메이션 영화 <아노말리사>
3. 곧 알게 될 거야, 갈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의 차이를. -워쇼스키 감독의 <매트릭스>
4. 간신히 버티고 있어, 너무 무거워서 걸음을 뗄 수가 없어.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멜랑콜리아>
5.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 -장훈 감독의 <택시 운전사>
6. 지금은 캄캄하기만 할지 모르지만, 너는 빛 속에서 어른이 될 거야!  -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메즈의 문단속>


열 번째 챕터에서는 '작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은 죽음'은 진정한 아름다움, 진리, 사랑과 마주친 주체가 더 이상 이전과 동일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며 메멘토 모리의 참된 삶으로 낯선 생각이 머문다. 죽음을 잊지 않고 사는 일은 우리를 교만하지 않도록 한다. 즉 '네 죽음을 기억하라.'는 목소리가 들릴 때, 우리는 겸손할 수 있으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시시각각 죽음을 향해 간다. 점점 폐허를 닮아 가는 중인데 폐허를 단지 끝나 버린 장소라고만 할 수 있을까? 낡고 오래된 것을 낯선 관점으로 그곳을 바라본다면 어쩌면 폐허는 단지 죽어 간 것이 아닐 수 있다. 담담한 표정을 ' 메멘토 모리'라고 우리에게 묻고 있을 테니까.


우리는 유일한 존재이며,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시간 안에 살고 다. 그런데 불확실한 삶도 모두가 죽는다는 면에서는 확실하다. 즉 우리에게 죽음은 언제 도착할지 모른다는 불확실함과 확실함을 동시에 선물한다. 아이러니처럼 들리는 이 말을 완벽하게 해석하기란 불가능하다.


요즘 읽는 책은 시집이나, 에세이, 소설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이 진리가 아님을 깨닫는다. 늘 작은 진리도 사고하며 낯설게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나에게 도착한 단 하나의 목소리도 무시하거나 억압하지 않는다며, 예술적 존재가 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름다움을 상실한 시대, 진정한 아름다움이자 유일무이한 나 자신이 있는 곳을 향한 불가능한 여정을 가능한 여정으로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어쩌면 알쏭달쏭한 그 자체가 아름다움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일어서려다 다시 첫 장을 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왠지 다시 한번 읽으며 내 삶에 대해 사색하는 시간을 더 가지고 싶었다.


<아름다움이 너를 구원할 때> 목차




#그린비 #김요섭 #아름다움이너를구원할때 #미학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 당신이 글을 쓰면 출간작가가 될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