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에 오이지를 담갔다. 처음에 50개를 사서 담갔는데 아무래도 부족할 것 같아서 다음 날 50개를 사서 또 담갔다. 올해도 작년처럼 100개를 담갔다. 퇴직하기 전에는 오이지를 몇 개씩 사다가 가끔 무쳐 먹곤 했는데 퇴직하고 작년부터 담갔다.오이지 담그는 일이 이렇게 쉬운지 몰랐다.퇴직 1년 만에 주부 9단이 다 되었다.
오이지 담근 지 2주가 지났다. 중간에 오이지가 소금물에 잘 잠겨있는지 한 번 확인하고 2주 동안 꺼내 보지 않았다. 오이지가 담긴 김치통을 서늘한 뒷베란다에 두었다.혹시 소금물이 넘치지 않을까 살피는 정도였다. 그런데 소금물도 넘치지 않고 그대로였다. 그래도 늘 눈길이 가긴 했다.
우리 집 오이지 보관 방법
오늘 소금물에 담겨 있던 오이지 100개를 꺼내 보았다. 노랗게 잘 익었다. 소금물은 버리고오이지만 건져서 김치냉장고 가운데에 들어가는 작은 김치통 두 개에 옮겨 담았다. 이때 오이지를 물에 씻으면 안 되고 불순물을 씻고 싶으면 오이지가 담겨 있던 소금물에 씻어서 옮겨 담는다.
오이에서 수분이 빠져서 작은 김치통에 다 들어갔다. 그대로 김치냉장고에 보관해도 되지만, 우리 집은 오이지를 지그재그로 담고 물엿(올리고당도 가능함) 한 병을 부어서 김치냉장고에 보관한다. 그렇게 하면 신기하게 오이지에 남아있던수분이 빠져나와서 쪼글쪼글한 오이지가 된다.
작은 김치통에 옮겨담은 오이지
오이지는 몇 달 두어도 상하지 않아서 먹고 싶을 때 꺼내서 오이지무침이나 오이지 냉국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특히 오이지는 여름에 가장 맛있는 것 같다. 여름에 밥맛 없을 때 가끔 비빔밥이나 비빔국수에 넣어서 먹기도 한다.얼음 동동 띄운 오이지 냉국은 누룽지를 끓여서 함께 먹어도 별미다.여름에 잘 먹는 나의 음식이다.
오이지무침 우리 집 레시피
오늘은 오이지 6개를 꺼내서 오이지무침을 만들어 보았다. 오이지를 납작납작하게 썰어서 냉수에 20분 담갔다가짤순이에 짠 후 베 보자기에 넣고 한 번 더 짰다. 짤순이에 짜서 그대로 오이지무침을 만들어 먹어도 되는데 우리 집은 꼬들꼬들한 오이지무침을 좋아한다. 나는 왼쪽 엄지 손가락이 조금 안 좋아서 늘 남편이 오이지를 짜 준다. 짤순이에도 짜 보았지만 남편 손만 한 것이 없다.남편은 오이지 짜는 일이 보통 아니라며 힘들다고 하면서도 즐겁게 짠다. 정말 꼬들꼬들하게 잘 짠다.
잘 짜진 오이지에 많은 양념을 넣지 않는다. 기본이 짭조름하기에 간 마늘과 매실액, 참기름, 고춧가루만 넣고 무친다. 양념이 골고루 묻으면 마지막에 깻가루와 통깨를 넣어서 마무리한다. 오이지무침을 보니 얼른 밥 생각이 났다.
오이지를 꺼낸 김에 오이지무침보다는 조금 도톰하게 썰어서 냉수에 레몬즙 한 방울을 떨어뜨리고 오이냉국도 만들어 보았다. 나는 요리할 때 식초 대신 레몬즙을 많이 사용한다. 작은 청양고추 하나를 썰어 넣어서 색감도 냈다.
오이지 냉국은 만들어서 바로 먹는 것보다 식사하기 전에 미리 만들어서 오이지의 짭조름한 맛이 우러나온 후에 먹는 것이 좋다. 얼음도 동동 띄워서 시원하게 먹으니 상큼한 게 맛있었다. 남편은 오이지무침도 좋은데 오이지 냉국이 맛있다고 한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잘 만들어 주시던 음식이라서 늘 그립다고 한다.
오늘 저녁은 오이지 덕분에 맛있게 먹었다. 내가 담근 오이지로 만들어 먹으니 정말 뿌듯하다. 오이지무침은 지금부터 오이지가 다 떨어질 때까지 우리 집 밥상에 터줏대감처럼 늘 놓일 거다.가끔 오이지 냉국도 올라오겠지만 난 오이무침을 더 좋아한다. 김치냉장고에 오이지가 그득하니 올여름 반찬도 걱정 없다. 오이지 덕분에 오늘도 여름 반찬 부자가 된 것처럼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