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들은 장례식 후 일요일에 올라가고 남편과 나는 월요일 KTX 표를 예매해서 하루를 더 묵었다. 이번에 다녀가면 한동안 친정집을 비워두어야 해서 사용한 수건도 빨아서 널고, 쓰레기도 치우고 집도 깨끗하게 정리하고 올라가려고 한다.지난번에 풀을 뽑았는데 마당에 그 사이에 풀이 또 올라오고 있었다.
장례를 치르는 주말에는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았는데 월요일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니 올라갈 일이 조금 걱정되었다. 지난번에 냉동실에 두고 간 쑥을 잊어버릴까 봐 아침에 쑥을 꺼내서 가지고 간 보냉백에 넣어 캐리어 옆에 놓아두었다.
강릉역까지는 멀지 않지만, 늘 카카오 택시를 불러서 이동한다. 비가 내리니 우산까지 써야 해서 불편하였다. 조금 일찍 역에 도착하여 역사 안에 있는 투썸플레이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기다렸다. 좋은 일로 내려왔으면 좋았을 텐데 살다 보니 예기치 않은 일이 늘 생긴다. 그게 인생사겠지만, 오는 비만큼 마음도 젖는다.
이번에는 쑥을 잘 챙겨 왔다. 쑥으로 쑥절편을 만들려고 생각했기에 지난번에 쑥개떡 반죽을 해왔던 떡집에 전화해서 방법을 여쭈어 보았다.시누이네가 사놓은 쌀 10kg이 있는데 집에서 밥을 거의 먹지 않는다고 가져다준 것이 있었다. 우리 집에 와서 가끔 식사도 해서 밥값이라며 가지고 왔다고 했다.
떡집에 가져간 쌀 10kg와 쑥, 검정콩
쑥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남편이 반은 콩설기(콩을 넣은 백설기)를 하면 좋겠다고 했다. 떡집에서는 쌀과 검정콩, 쑥이 있다고 하니 그냥 가져오면 된다고 했다. 금요일 오후에 떡집에 가져다주고 토요일 12시경에 찾으러 오겠다고 했다. 콩설기 반말과 쑥절편 반말을 만드는 수고비로 6만 원이 들었다.
남편이 토요일에 떡을 찾아왔는데 쑥절편이 색깔도 예쁘고 쑥냄새도 나면서 정말 맛있었다. 강원도 산골에서 직접 뜯은 쑥으로 만든 떡이라서 정말 귀하게 생각되었다.
월요일이 초복이라고 한다. 쌍둥이 손자 데리고 작은 아들도 와서 보양식으로 오리 한방 백숙을 주문했다. 쌀을 가져다준 시누이네도 떡도 보낼 겸 저녁에 오라고 했다. 시누이도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산다. 시누이가 쑥절편을 먹어보더니 정말 맛있다고 했다.
시누이네 줄 떡은 따로 남겨두고 지퍼백에 절편을 조금씩 나누어 담았다. 아들도 일요일 저녁에 갈 거라서 먹을 것 한 접시만 남기고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내일 작은아들 갈 때 조금 보내고 나중에 혹시라도 큰아들이 오면 보낼 것 남겨두고 나머지는 우리 일용한 양식이다.
냉동실에 떡이 가득하니 부자가 된 듯 든든하다. 나도 남편도 아침에는 밥을 먹지 않는다. 요즘 날씨가 더워서 통 입맛이 없다. 아침 겸 점심 겸 아이스 라테 한 잔을 만들어서 떡과 함께 먹는다. 한동안 아침 걱정은 없겠다. 사연 많은 쑥으로 만든 떡이라 먹을 때마다 감사하게 생각해야겠다.